[행정] "한국 남자와 12년간 결혼생활 하다가 협의이혼…귀화불허 부당"
[행정] "한국 남자와 12년간 결혼생활 하다가 협의이혼…귀화불허 부당"
  • 기사출고 2018.06.1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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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품행미단정 판단 잘못"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12년간 결혼생활을 하다가 불화로 협의이혼한 중국 여성에게 '품행미단정'을 이유로 귀화를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5월 18일 중국 국적의 여성 A씨가 "국적신청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누88703)에서 법무부장관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1년 한국인 남성 서 모씨와 혼인신고를 한 후 방문동거(F-11) 사증을 취득해 한국에 입국, 2002년 혼인거주(F-21) 사증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하여 체류하다가 남편과 성격 차이로 불화를 겪어 2013년 협의이혼했다. A씨는 이듬해인 2014년 5년 이상 한국에 거주했다면서 일반귀화를 신청했으나, 법무부가 A씨가 진정성 없는 혼인을 기반으로 체류자격을 취득하여왔고,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귀화신청을 활용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국적법 5조의 '품행미단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귀화를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한 후에도 자녀와 함께 한국에 정착하여 거주하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국내에 약 13억 6800만원 상당의 부동산과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재판부는 "국적은 국민의 자격을 결정짓는 것이고, 이를 취득한 사람은 국가의 주권자가 되는 동시에 국가의 속인적 통치권의 대상이 되므로, 귀화허가는 외국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는 귀화신청인이 법률이 정하는 귀화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귀화를 허가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가진다"고 전제하고, "다만 피고로서는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국적법의 입법 목적, 국적 취득 요건을 정하고 있는 개별 규정의 입법 취지와 문언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이를 행사하여야 하고,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사실오인이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을 현저히 위반하는 불합리한 재량행사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적법 5조 3호에서 정한 '품행이 단정할 것'은 당해 외국인의 성별, 연령, 직업, 가족, 경력, 범죄경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를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여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임에 있어 지장이 없는 품성을 갖추고 행동을 할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국적신청불허가처분을 한 주된 이유는 원고가 서씨와 가장혼인을 하였다는 것인데, 서씨가 작성한 확인서의 내용이나 혼인기간에 비추어보더라도 원고와 서씨의 사이가 원만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혼인 자체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2004년경부터 2012년경까지는 원고가 중국에 체류한 기간이 상당히 길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에 체류한 기간이 훨씬 길어 원고가 한국에 거주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고, 특히 서씨와 혼인한 직후 2~3년의 기간과 2013년부터 현재까지는 중국에 머무른 기간이 길지 않고, 원고가 보유한 재산이나 가족관계와 영위하는 사회활동 등에 비추어 원고의 삶의 기반은 한국에 형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2001년경 서씨와 혼인하여 한국에서 거주하는 동안에도 중국으로 비교적 자주 출국하였는데 2003년까지는 연 10일 이내,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100~200일 가량, 2013년 이후로는 매년 30일 내외의 기간 동안 중국에 머물렀다. A씨의 전 남편 서씨는 2007년 7월 법무부의 담당공무원에게 'A씨와 잘 살아 보려고 하였으나 성격차이도 있고 불화도 생겨나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다가, 2005년 가을경부터 지금까지 무난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국적취득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약 16년 동안 국내에 체류하면서, 2006년경의 체류지 변경 미신고로 인한 범칙금 100만원의 통고처분 외에는 다른 범죄전력 없이 건실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국적신청불허가처분은 국적법 5조 3호에서 정한 '품행이 단정할 것'이라는 요건을 평가함에 있어 고려하여야 할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아니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잘못이 있고, 원고가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지장이 없는 품성과 행동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한 국적신청불허가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