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사건 결과 지켜본 후 지급하기로 한 변호사 보수 약정, 명칭 불문 무효"
[민사] "사건 결과 지켜본 후 지급하기로 한 변호사 보수 약정, 명칭 불문 무효"
  • 기사출고 2018.06.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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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폭넓게 해석 주목

형사사건에서 수사나 재판 등 사건 결과를 지켜본 다음 지급하기로 한 변호사 보수 약정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무효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2015년 7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2015다200111)을 통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선고한 이후 성공보수 약정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판결이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강영호 판사는 5월 16일 A변호사가 의뢰인인 약정한 변호사 보수 1969만원을 지급하라며 B사와 B사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2017가소7400673)에서 이같이 판시, A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변호사는 2016년 11월 B사 등으로부터 형사사건을 위임받고 수임계약을 체결한 뒤 B사 등의 1심 변호를 맡았다. A변호사가 B사 등과 맺은 위임계약에 따르면, 변호사 기본보수는 358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하되, 이 가운데 절반인 1790만원은 계약금으로 계약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인 1790만원은 잔금으로 본건 위임사무 종료시(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사건 수임과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해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그런데 1심 판결 후 B사 등이 약정한 변호사 보수 잔금을 지급하지 않자, A변호사가 못받은 변호사 보수 1790만원에 부가세를 더해 1969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B사 등은 "잔금지급 약정은 대법원 판례에서 금지하는 성공보수 약정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맞섰다.

강 판사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염려가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민법 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에서 보면, (원고와 피고들이 맺은) 잔금지급 약정이 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잔금지급 액수도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호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을 보면, 이 보수 규정은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이어 "비록 위임계약에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규정을 삽입하였다 하여 성공보수 약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잔금의 성격을 규명하여 그것이 수사나 형사재판의 결과와 결부되어 있다면 이는 성공보수 약정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원고가 진정으로 잔금을 받기로 한 것이라면 판결 선고 전에 지급받는 것으로 약정하였어야 하고, 판결 선고 결과를 보고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는 명칭과 규정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잔금지급 약정은 실질적으로 그 성격이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할 것이어서 민법 103조에 의해 무효라는 것이다.

강 판사는 또 5월 30일 C변호사가 400만원의 2차 착수금을 지급하라며 의뢰인 D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소376, 8486)에서도 "성공보수 약정이어 무효"라며 C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C변호사는 2017년 2월 D씨로부터 아들의 강제추행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를 위임받았다. 변호사 보수는 착수금으로만 1250만원을 정하고, 이 착수금을 2회로 분할하여 수임 계약시 550만원을 지급하고, 사건 종료시 7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하되, 무죄나 무혐의가 아닐 때에는 2차 착수금 700만원을 모두 D씨에게 반환하고, 기소유예일 때는 그중 300만원만 반환하기로 약정했다. 즉, 기소유예가 나오면 2차 착수금 400만원을 받기로 약정한 것이다.

C변호사는 1차 착수금 550만원을 받고 변호를 시작해 검찰에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했고, D씨의 아들은 형사조정절차를 거쳐 3개월 뒤인 2017년 5월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C변호사가 D씨에게 약정대로 400만원을 달라고 했으나 D씨가 응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강 판사는 "2회 착수금 지급 약정은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점을 보면, 이 보수 규정은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성공보수 약정"이라며 "비록 착수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여도 착수금의 성격을 규명하여 수사나 형사재판의 결과와 결부돼 있다면 이는 성공보수 약정이 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2회 착수금 지급약정은 그 성격이 성공보수 약정이라고 할 것이어서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결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