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병간호에 지쳐서'…모야모야병 남편 방치해 숨지게 한 부인 유죄
[형사] '병간호에 지쳐서'…모야모야병 남편 방치해 숨지게 한 부인 유죄
  • 기사출고 2018.06.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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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위법성 조각되지 않아"

10년 넘게 희귀 · 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는 남편을 돌보다가 지쳐 치료가 필요한 남편을 방치해 숨지게 한 40대의 부인이 유기치사 유죄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병찬 부장판사)는 5월 28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부인 전 모(46)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2018고합43)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2004년경부터 김 모(50)씨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2008년 혼인신고를 했다. 김씨는 2006년 모야모야 희귀 · 난치성 질병을 진단받은 후, 3년이 지난 2009년 뇌경색 수술을 하였으나, 다시 1년 후인 2010년 7월 뇌출혈로 전신 마비가 되어 거동을 할 수 없어 2016년 10월까지 요양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6년 11월경부터 집에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씨는 2017년 7월 23일 오후 2시에서 3시쯤 사이에 광명시에 있는 아파트 안방에서 김씨의 복부에 음식물 섭취를 위하여 삽입된 위루관 튜브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도, 김씨를 병원으로 호송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 무렵부터 5일간 김씨를 유기하여 영양결핍으로 인한 탈수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남편이 튜브 삽입 수술을 받는 것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고 오랜 병간호를 하는 것에 지쳐 남편을 그대로 보내주겠다고 마음먹고 김씨를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또 재판에서 "김씨를 병원으로 호송하지 않았을 뿐 계속하여 간호하였으므로 김씨를 유기한 것이 아니고, 설령 김씨를 유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는 복부에 삽입된 위루관을 통해서만 제대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었고, 피고인은 위루관이 빠진 것을 보고도 피해자를 병원으로 호송하여 위루관을 다시 삽입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는 피해자의 생존에 필요한 보호를 하지 않은 것으로서 피해자를 유기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되고,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오랫동안 사지가 마비된 피해자를 돌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위루관을 삽입하는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힘들 것이라 생각하여 피해자를 병원에 호송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동기에 참작할 만한 정상이 있다"며 "피고인은 장기간 피해자를 열심히 간호하였고, 위루관이 빠진 다음에도 피해자를 병원에 호송하지는 않았지만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바르는 등 계속하여 피해자를 보살폈으며, 유족인 피해자의 동생은 그동안 피해자를 간호한 피고인에게 고마워하였고, 피해자의 이모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배심원 9명 전원이 전씨의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양형 의견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1명,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8명이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