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몰래한 녹음 증거 안 돼"…젖먹이 학대한 돌보미 무죄
[형사] "몰래한 녹음 증거 안 돼"…젖먹이 학대한 돌보미 무죄
  • 기사출고 2018.06.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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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자백 불구 보강증거 없어"

생후 10개월 된 젖먹이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아이 돌보미가 학대를 인정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당시 상황을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오병희 판사는 5월 11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아이 돌보미 A(47 · 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단6135).

대구 북구청 가족복지과에서 위탁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 소속의 아이 돌보미인 A씨는 2017년 9월 13일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5시 30분쯤까지 대구 북구에 있는 B(생후 10개월)군의 집에서 B군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운다는 이유로 손으로 B군의 엉덩이 부위를 수 회 때리고, B군에게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놈 아니가 진짜, 쯧, 또라이 아니가, 또라이, 쯧, 울고 지랄이고"라는 등 큰 소리로 욕설을 하고, B군이 큰소리로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B군이 울음을 그치도록 조치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아들과 통화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당시 A씨의 욕설과 B군의 울음소리 등은 B군 어머니가 몰래 켜둔 녹음기에 그대로 녹음됐다. 이로써 A씨는 아이 돌보미로서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B군 어머니가 음성 CD와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되었다.

음성 CD와 녹취록의 내용은 ①A씨가 B군에 대하여 말을 하는 부분, ②A씨와 B군의 어머니와의 전화통화 부분, ③A씨가 A씨의 자녀 등과 전화통화를 하는 부분, ④B군의 음성과 울음소리, ⑤(A씨가) 무엇인가를 탁탁 치는 듯한 소리와 기타의 음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②부분은 녹음자인 B군의 어머니와 피고인이 전화통화 하는 것을 녹음한 것으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였다고 볼 수 없어 통신비밀보호법 14조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은 인정되지만, 공소사실과는 무관하다는 게 오 판사의 판단. 또 ④부분은 당시 생후 10개월 남짓 되어 말로써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피해아동이 피고인에 대하여 즐겁다거나 불편하다는 등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내는 음성으로 볼 수 있으므로 대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전혀 없지는 않으나, 그 자체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말'은 아니므로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는 아니라고 볼 것이고, ⑤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정한 '타인간의 대화'가 아닌 음향임이 분명하여 ④, ⑤부분도 통신비밀보호법 14조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그러나 ①과  ③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 판사는 "①부분은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하는 말인바, 말로써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피해아동과 의사소통한다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대화'에 해당한다기보다는 피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하는 독백에 가깝다고 생각되나, 이와 같이 피해아동이 말로써 하는 것은 아니나 음성이나 울음소리 등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그와 같은 행동에 대하여 야단을 치거나 하는 의미에서 피해아동에 대하여 말을 한 것이고, 한편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보호하는 입법목적이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며, 아울러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비록 ①부분을 피고인의 독백에 가깝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를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이어 "가사 이 부분을 '대화'가 아닌 사람의 음성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B군의 어머니가 피고인의 음성을 녹음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와 형사절차상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는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차원에서도 피고인의 이와 같은 음성을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결국 ①부분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③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도 증거능력 없음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오 판사는 따라서 "피고인은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미쳤네' 등으로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등으로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백하고 있으나,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자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의 증거에 해당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가 정서적 학대를 자백했으나, 보강증거가 없어 무죄라는 것이다.

오 판사는 또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아동의 엉덩이를 수 회 때려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보면,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⑤부분이 있으나, 그 음향을 청취한 결과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아동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렸는지, 아니면 다른 도구로 피해아동 외의 사물을 두드린 것인지 등이 분명하지 아니하므로, 이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 부분 역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신체적 학대도 증거가 없어 무죄라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