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연대보증인이 주채무 시효소멸 원인 제공했더라도 보증채무 소멸"
[민사] "연대보증인이 주채무 시효소멸 원인 제공했더라도 보증채무 소멸"
  • 기사출고 2018.06.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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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특별한 사정 없으면 부종성 부정 불가"

상가 분양업체가 수분양자의 중도금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한 후, 수분양자의 동의 없이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수분양자와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한 후에도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며 이자를 납부했다. 이에 대출금융기관이 주채무자에 대하여 시효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수분양자의 대출금 채무가 시효완성된 경우 보증채무도 소멸할까.

대법원 제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5월 15일 예금보험공사가 연대보증인인 G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211620)에서 보증채무도 소멸한다고 판시,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연대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 보증채무의 부종성(附從性)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G사는 수원시 팔달구에 상가를 신축하여 분양하면서 2004년 3월 서울상호저축은행 등 대출금융기관과 수분양자들에 대한 중도금 대출에 관하여 대출업무약정을 체결하면서, 수분양자들의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하였다. 이씨는 2004년 8월과 9월 수분양자로서 서울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2006년 4월 다른 수분양자의 지위를 인수하면서 서울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함으로써 대출금 1억 8286만원의 주채무자가 되었다.

수분양자들의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한 G사는 2005년 7월부터 6개월마다 서울상호저축은행에 상가에 관한 중도금 대출의 만기연장을 요청하면서, 주채무자인 수분양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에 갈음하여 만기연장을 통보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책임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상호저축은행은 주채무자인 이씨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대출의 만기를 2009년 8월과 9월까지로 계속하여 연장해주었다.

G사는 이후 이씨와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하면서 대출금의 상환을 책임지기로 약정했고, 2007년 4월 서울상호저축은행에 이씨와의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음을 통보하였으나, 분양계약이 해제된 후에도 각 대출금을 상환하지 아니한 채 서울상호저축은행과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면서 이자만을 납부했다. 그러나 2013년 9월 서울상호저축은행이 파산,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가 G사를 상대로 대출금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2014년 5월 기준으로 이 대출의 원리금은 2억 5900여만원이다. 

G사는 재판에서 "이씨의 대출채무가 시효로 소멸했으므로,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따라 G사의 보증채무도 소멸하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상호저축은행은 G사로부터 분양계약이 해제된 사실을 통보받고도 G사에게만 만기연장에 따른 책임부담을 요구하였을 뿐, 이씨에 대하여 시효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2012년 8월과 9월 이씨의 각 대출금 채무가 시효완성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는 서울상호저축은행에 주채무의 시효소멸 등과 상관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서 피고의 보증채무에 관하여는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피고는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 G사가 2억 5900여만원의 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증인은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보증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없으나,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여 보증채무의 본질적인 속성에 해당하는 부종성을 부정하려면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채권자와 그러한 내용의 약정을 하였어야 하고, 단지 보증인이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는 수분양자들과 다수의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수분양자들이 주채무자인 대출금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으므로, 피고가 서울상호저축은행과 주채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대출만기를 연장하면서 그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책임지기로 한 것은 주채무가 시효소멸해도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일괄적인 업무처리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고가 분양계약을 해제하면서 이씨에 대하여 대출금의 상환을 책임지기로 한 것을 채권자인 서울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의사표시로 보기 어려우며, 그 밖에 피고가 서울상호저축은행에 이씨의 동의 없는 대출만기의 연장을 요청하였고, 분양계약이 해제된 후에도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였으며, 이에 따라 서울상호저축은행이 이씨에 대하여 채권회수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등으로 피고가 주채무의 시효소멸에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원심으로서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피고의 만기연장 요청에 일괄적인 업무처리의 편의 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피고가 이씨와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하면서 대출금의 상환을 책임지기로 약정한 사실을 서울상호저축은행이 알고 있었는지, 서울상호저축은행이 분양계약의 해제에 따라 대출금 채무의 기한이익이 상실되었음에도 계속하여 만기를 연장하고 기한이익 상실에 따른 연체이자가 아니라 종래의 대출이자만을 납부받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등을 심리한 다음, 피고가 서울상호저축은행에 주채무가 소멸해도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부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가 예금보험공사를, G사는 법무법인 사랑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