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민자고속도 관리 위탁 해지…도로 재포장비 남은 돈 돌려주라"
[민사] "민자고속도 관리 위탁 해지…도로 재포장비 남은 돈 돌려주라"
  • 기사출고 2018.06.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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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도로공사에 패소 판결

민자고속도로 시행업체가 관리 · 운영권을 한국도로공사에 위탁하며 15년치 도로 재포장비를 미리 지급했는데 그후 위탁계약이 해지됐다. 법원은 도로공사가 재포장에 쓴 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36부(재판장 황병하 부장판사)는 5월 9일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를 시공한 경기고속도로(주)가 "선지급한 도로 재포장비 108억여원을 돌려달라"며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061813)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재포장비로 사용한 9억 9000여만원을 제외한 98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경기고속도로는 국가와 실시협약을 맺고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2009년 10월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 건설을 완공, 2039년 10월까지 30년간 이 사업시설을 무상사용할 수 있는 관리운영권을 취득했으나, 계약금액을 3358억으로 정해 도로공사에 위탁, 도로공사 측이 준공 무렵부터 이 고속도로를 관리 · 운영했다. 경기고속도로는 도로공사에 매년 분기별로 운영비를 지급한 외에 2013년 향후 15년간 필요한 도로 재포장비 명목으로 108억여원을 선지급했다.

그러나 3년만인 2016년 정부가 추진한 도로공사의 민간자본유치도로 유지 · 관리업무 참여 제한 정책에 따라 도로공사와의 위탁계약을 합의해지한 경기고속도로는 "도로공사에 도로 재포장비 명목으로 108억여원을 선지급하였으나,  재포장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재포장비 108억원과 이자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는 실시협약에 따라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를 재포장할 의무가 있고, (원고가 피고에게 도로 재포장비 명목으로 지급한) 운영비는 고속도로를 재포장하기 위한 지비용으로 지급된 선급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이 운영비는 대수선(재포장)이 아닌 다른 용도로 얼마든지 전용될 수 있으므로, 선급금 지출의 용도가 재포장비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나, 실시협약에 따라 운영비의 상호 전용이나 통합사용은 고속도로의 유지보수와 운영관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고속도로에 대한 재포장은 2013년부터 2039년까지 총 2회(동서축) 또는 3회(남북축) 실시되어야 하고 그 액수도 300억원에 이르는 고액인 점, 통상 고속도로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마모와 침식의 정도가 증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속도로 재포장 비용으로 책정된 돈을 재포장의 범위를 벗어난 다른 항목의 운영비용으로 미리 전용하여 사용할 경우 향후 고속도로의 유지보수와 운영관리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고속도로의 포장상태를 평가하여 재포장이 필요한 부분에 보수를 시행한 사실, 피고가 고속도로에 대한 재포장비로 지출한 비용은 2013년 1억원(아스팔트 포장), 2016년 8억 9000여만원(아스팔트 포장), 합계 9억 9000여만원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피고는 운영비에서 이 재포장비를 공제한 98억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도로공사는 또 "2009년부터 2016까지 원고로부터 수령한 위탁운영비의 합계액은 도로 재포장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108억여원을 제외할 경우 647억여원이고, 인정된 재포장비 9억 9000여만원 이외에 715억여원을 집행하여 68억여원을 초과지출하였으므로, 이 비용이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피고에게 도로 재포장비 명목으로 지급한) 운영비는 지출의 용도가 재포장에 한정되는 점, 재포장 비용의 규모, 이 운영비는 14년의 장기간에 걸쳐 집행될 것이 예정된 점, 안전을 위한 재포장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운영비를 재포장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향후 고속도로의 유지보수와 운영관리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이 운영비와 그 외의 위탁운영비를 구분하여 다루는 데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점, (원고와 피고가 맺은) 위탁계약은 고속도로의 운영 및 유지보수 · 관리와 관련한 비용은 모두 피고가 부담하여야 하고, 만일 원고가 이 업무를 대신 이행할 경우 피고에게 그 비용을 전액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피고가 창의성과 효율성을 발휘하여 지급받은 위탁운영비를 절감하여 사용한 경우 원고는 절감분에 대하여 반환을 구하거나 차회 위탁운영비를 감액 지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의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위탁계약에 따라 고속도로의 관리운영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을 부담하고, 피고가 고속도로의 관리 · 운영을 위하여 위탁게약에서 정한 위탁운영비를 초과하여 지출하였다 하더라도 실시협약과 위탁계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운영비용을 증감하지 않는 이상 원고에게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한 점, (수임인의 비용상환청구권 등에 관해 정한) 민법 688조 1항은 임의규정에 불과한바, 피고가 특정 항목에 대하여 지급받은 위탁운영비를 초과한 금액을 지출하였다고 하더라도 민법 688조 1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 대한 비용상황청구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밝혔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경기고속도로를, 도로공사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