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실제 건축물 축소 입체퍼즐도 저작물"
[지재] "실제 건축물 축소 입체퍼즐도 저작물"
  • 기사출고 2018.06.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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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창작성 인정 가능"

실제 건축물을 축소해 만든 입체퍼즐도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제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나 있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5월 15일 광화문 등의 건축물을 축소한 입체퍼즐을 만들어 파는 S사가 S사에서 팀장 등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후  C사를 설립해 비슷한 입체퍼즐을 만들어 판 정 모씨 등 4명이 C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6다227625)에서 이같이 판시, 정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들은 (S사의 광화문 모형을 모방한) 숭례문 입체퍼즐 제품을 복제, 전시, 배포하여서는 아니 되고, 본점 등에 보관중인 제품을 폐기하며, 연대하여 원고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미 법무법인이 원고 측을, 피고들은 법무법인 한강이 대리했다.

S사는 광화문, 숭례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평면 설계도를 우드락(폼보드)에 구현하여 칼이나 풀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 접거나 꽂는 등의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는 3차원 입체퍼즐을 제조 ·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12월 S사를 퇴사해 한 달 후인  2012년 1월 C사를 설립한 정씨 등이 숭례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입체퍼즐을 제조해 판매하자 S사가 "(S사의) 광화문 모형의 표현형식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숭례문 모형을 제조, 판매함으로써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저작권법 2조 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도 실제의 건축물을 축소하여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형상, 모양, 비율, 색채 등에 관한 변형이 가능하고, 변형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실제의 건축물을 충실히 모방하면서 이를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을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변형을 가하여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난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인용, "원고의 광화문 모형은 실제의 광화문을 축소하여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제의 광화문을 그대로 축소한 것이 아니라, 지붕의 성벽에 대한 비율, 높이에 대한 강조, 지붕의 이단 구조, 처마의 경사도, 지붕의 색깔, 2층 누각 창문과 처마 밑의 구조물의 단순화, 문지기의 크기, 중문의 모양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사소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변형을 가한 것이고, 이것은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광화문 모형에서 나타나는 창작적인 표현이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원고의 광화문 모형과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C사 등의 저작재산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