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ISD 첫 패소
한국 정부, ISD 첫 패소
  • 기사출고 2018.06.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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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ITRAL 중재판정부, "이란 다야니에 730억원 주라"

엘리엇(Elliott Associates, L.P.)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투자자-국가 분쟁) 제기를 예고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처음으로 패소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판정부는 6월 6일 이란의 다야니 측이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상 공정 및 공평한 대우 원칙 등을 위반하여 인수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취함으로써 다야니 측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낸 ISD에서, "한국 정부는 청구금액 935억원 중 약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한국 정부와 외국 기업과의 ISD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한 첫 사례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낸 ISD도 변론을 모두 마치고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아랍에미리트(UAE)의 부호 만수르의 회사인 '하노칼' 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는 2016년 7월 하노칼 등이 전격 취하해 우리 정부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UNCITRAL 중재판정부는 다야니가 낸 ISD에서 다야니의 청구를 받아들인 이유로 캠코가 한국 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캠코는 2000년 1월 금융기관들로부터 당시 대우전자(이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사명 변경)의 부실채권을 인수했으며, 보유채권 중 일부를 출자전환하여 대우일렉트로닉스 주식을 보유했다.

2009년 11월부터 진행된 제3차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2010년 4월 다야니가(家)가 대주주인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그해 11월 다야니가 설립한 싱가폴 SPC인 D&A와 총 매매대금을 5778억원으로 정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D&A는 계약금 578억원을 채권단에 지급했다.

그러나 D&A가 총 필요자금 대비 1545억원이 부족한 LOC(투자확약서)를 제출, 채권단이 LOC 불충분을 이유로 그해 12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D&A가 서울중앙지법에 매수인 지위 인정 및 대우일렉트로닉스 주식 ⋅ 채권의 제3자 매각절차 진행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이 채권단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자 2015년 9월 다야니가 ISD를 제기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재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중재지법(영국중재법)에 따른 취소신청 여부 등을 포함한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다야니와 우리 정부의 ISD에서 영국 로펌인 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와 법무법인 율촌이 우리 정부를 대리했으며, 다야니 측은 프랑스 로펌 Derains & Gharavi와 이란 로펌 Sanglaj International Consultants가 대리했다.

한편 엘리엇이 중재 제기를 예고한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서 우리 정부는 법무법인 광장과 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를 대리인으로 선정했으며, 엘리엇은 Three Crowns가 중재의향서를 작성하는 등 자문하는 가운데 최근 김범수 변호사가 이끄는 KL 파트너스를 대리인에 추가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