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13년 전 위명여권 사용했다고 결혼이민 네팔 여성 귀화불허 잘못"
[행정] "13년 전 위명여권 사용했다고 결혼이민 네팔 여성 귀화불허 잘못"
  • 기사출고 2018.06.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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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재량권 일탈 · 남용…취소하라"

13년 전에 위명여권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한국인과 결혼한 네팔 출신 이민여성의 귀화를 불허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함상훈 수석부장판사)는 5월 24일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국내에 거주해온 네팔 출신 여성 W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89315)에서 "귀화불허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W씨는 1997년 산업연수생 체류자격(D-3)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플라스틱 제조공장과 봉제공장 등의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1999년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네팔로 출국했다. 2남 2녀 중 장녀인 W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여권을 이용하여 2000년 7월 산업연수생 체류자격(D-3)으로 다시 한국에 입국했다. 파주시에 있는 메탈 제조 공장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W씨는 공장 관리자인 손 모씨와 혼인하기로 결심하고 2004년 11월 네팔로 출국해 한 달 후인 2004년 12월 현지에서 손씨와 결혼한 다음 이듬해인 2005년 3월 한국 국민의 배우자에게 발급되는 거주자격사증(F-2)을 받아 다시 입국했다. W씨는 이때는 본인 이름의 여권을 사용했다.

2007년 4월 손씨와 사이에 아들을 출산한 W씨는 이후 2012년 7월경 한국에서 영주 체류자격(F-5)을 받았으나, 2013년 3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W씨가 과거 위명여권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출국을 명령, 결국 W씨는 그해 네팔로 자진 출국했으나, 곧바로 혼인관계 유지와 자녀 양육 등 인도적 사유로 입국규제 유예결정을 받았고 결혼이민사증(F-6-1) 발급절차를 다시 거쳐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위명여권을 사용한 외국인의 경우 10년간 한국 입국이 규제된다. W씨는 그러나 2016년 10월 법무부에 혼인에 의한 간이귀화를 신청했으나, 과거 위명여권을 사용한 전력이 있어 품행이 단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위명여권을 사용하여 한국에 체류한 때로부터 귀화불허처분 시까지 약 13여 년이 경과하였고, 이와 같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행위 시부터 귀화불허처분 당시까지 아무런 범죄전력 없이 한국 법을 준수하며 체류해 왔으며, 원고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 네팔에서도 아무런 범죄전력 없이 성실히 생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손씨와 2004년 12월 혼인한 이후 2007년 4월 아들을 출산하였고 특별한 문제없이 자녀를 잘 양육하면서 원만한 가정생활을 해 왔으며, 배우자와 사업체를 운영하여 생계유지능력 또한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귀화심사결정서에 따르면, 원고가 귀화적격시험을 통과하고 배우자 사이에 자녀를 출산하는 등 혼인의 진정성이 확인되며, 배우자가 거주지를 소유하고, 사업자등록증과 소득금액증명 등에 비추어 생계유지능력이 확인된다는 취지의 심사의견이 기재 되어 있는바, 피고도 원고가 위명여권을 사용한 전력을 제외하면 거주요건, 혼인의 진정성, 생계유지능력, 기본소양 등을 구비하여 나머지 귀화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이 원고는 위명여권을 사용한 전력 외에 아무런 범죄전력 없이 생활해왔고 기본소양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의 생활 기반이 확고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명여권을 사용하여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시점은 원고가 귀화허가신청을 한 때로부터 약 13년 전이고 그 이후 원고는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어 장기간 대한민국 법을 준수하며 생활해 온 점을 고려하면, 비록 원고의 출입국관리법 위반행위가 가볍지 않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범법행위 없이 성실히 생활해 왔음에도 오래 전 위명여권사용 사실만을 근거로 원고가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에 필요한 품성과 행동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W씨의 품행이 단정하다고 볼 수 없음을 이유로 한 귀화불허처분에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2010두6496 등)에 따르면, 정부는 귀화신청인이 법률이 정하는 귀화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귀화를 허가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나, 다만 피고로서는 그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국적법의 입법 목적, 국적 취득 요건을 정하고 있는 개별 규정의 입법 취지와 문언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이를 행사하여야 하고,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사실오인이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을 현저히 위배하는 불합리한 재량행사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