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70대 여행객, 필리핀서 스노클링 하다가 사망…여행사 책임 20%"
[손배] "70대 여행객, 필리핀서 스노클링 하다가 사망…여행사 책임 20%"
  • 기사출고 2018.06.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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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스노클링 위험성 구체 설명 안 해"

70대 여행객이 필리핀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법원은 현장에서 스노클링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은 여행사의 책임을 20%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정현 판사는 4월 24일 필리핀 여행 중 사망한 한 모(당시 72세)씨의 자녀 6명이 M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5003638)에서 M사의 책임을 20% 인정, "M사는 약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씨는 M사와 여행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11월 7일 자녀 1명과 함께 필리핀 세부로 3박 5일간 쇼핑과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를 체험하는 여행을 떠났다. 한씨는 여행 첫날 여행사로부터 '스노클링 전에는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고 자신이 없으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필리핀 여행안내와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확인서'를 받아 서명했다. 이튿날인 11월 8일 체험 다이빙 때 한씨는 건강 내역란에 '천식, 감기'를 기재한 면책동의서를 제출하였고, 다이빙 후에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다음날인 11월 9일 오전 '호핑투어(현지 가이드가 동행하여 배를 타고 섬들을 관광하며 스노클링과 낚시 등을 체험하는 관광프로그램)' 일정을 시작한 한씨는 가이드로부터 일반적인 안전수칙 설명을 듣고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한 후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씨는 현지인 보조요원과 함께 약 15분 정도 스노클링을 한 후 힘들어 하면서 배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했는데, 구토를 해 멀미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씨가 추위를 느끼고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증세를 호소하자 M사 측은 선베드(누워서 태양 등을 쬐는 침대)에 한씨를 눕히고 체온 유지를 위해 수건을 덮고 마사지를 했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현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오전 결국 사망했다. 한씨의 선행 사인은 심근경색증이고, 직접적 사인은 폐렴을 동반한 2차 패혈성 쇼크이다. 이에 한씨의 자녀들이 소송을 냈다.

조 판사는 대법원 판결(2011다1330 등)을 인용, "기획여행업자는 통상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의 자연적 · 사회적 조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행선지나 여행시설의 이용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여행자는 안전성을 신뢰하고 기획여행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여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생명 · 신체 · 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 · 여행일정 · 여행행정 · 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 · 검토하여 여행계약 내용의 실시 도중에 여행자가 부딪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함으로써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할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의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이어 "피고가 제출한 확인서는 2016년 11월 7일 여행 출발 당일에 작성된 것으로 필리핀 여행 일정 일반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한 확인서에 불과하여 이러한 확인서만으로는 사고 당일인 11월 9일 현장에서 스노클링의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고지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한 점,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스노클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그 위험성을 공지하고 있었고 기획여행업자인 피고로서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한씨는 사고 전날 실시한 다이빙 체험과 관련하여 천식, 감기 증상을 면책동의서에 기재하여 피고로서도 이를 알고 있었던 점, 따라서 피고로서도 한씨의 나이, 증상 등을 고려하여 한씨의 자녀나 한씨에게 그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참가 여부를 결정하게 하였어야 하나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채 일반적인 안전수칙 설명이나 스트레칭 정도의 조치만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들을 고려하면 피고 측으로서는 신의칙상의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사고로 한씨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다만 한씨로서도 2016년 6월의 건강검진결과 간질환, 비만 등에 관하여 바로 조치가 필요한 상태였고, 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은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했던 상태였으며, 고령인 한씨로서도 천식, 감기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스노클링 체험에 참여한 점, 한씨의 직접적 사인, M사 측으로서도 안전수칙을 고지하고 미리 스트레칭 등을 하게 하였으며, 필리핀 현지의 보조요원을 통해 한씨의 체험활동을 직접 보조한 점, 한씨의 상태가 악화되자 이에 따른 병원 이송 등의 조치를 비교적 적절히 한 점 등을 고려, M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