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청구 막아낸 차미경 변호사
자녀들 청구 막아낸 차미경 변호사
  • 기사출고 2018.06.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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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고인의 뜻, 살아계실 때 잘해야"
◇차미경 변호사
◇차미경 변호사

"법원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매매계약서 작성 당시 치매 또는 의사무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오랫동안 고인과 한집에 살며 간병해온 피고가 재산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고인의 진정한 뜻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황씨를 대리해 황씨가 간병했던 김 할아버지 자녀들의 청구를 막아낸 법무법인 승재의 차미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실제로 판결문에도 "피고가 1980년경부터 김씨가 사망할 때까지 김씨와 함께 거주하며 김씨를 간병하였으므로, 김씨가 그와 같은 피고의 부양에 대한 대가로 부동산을 피고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혼인신고 쉽지 않아

상속 관련 분쟁을 많이 다루는 차 변호사에 따르면, 간병해 준 여성 등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이에 대해 자녀들이 반발하면서 관련 분쟁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자식을 포함해서 간병한 여성 등에게 재산을 주는 방법은 생전 증여나 매매의 형식을 빈 증여, 유언의 방식으로 재산을 주는 유증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중 유증은 민법상 유언의 방식을 지켜야 효력이 있다. 또 부인으로 혼인신고를 해 놓으면 나중에 법적인 배우자로서 자녀들과 함께 상속을 받을 수 있지만, 자녀들이 다 반대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한다.

아버지가 간병한 여성 등에게 재산을 준 경우 자녀들은 이 사건에서처럼 매매나 증여행위의 효력 자체를 다툴 수도 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류분을 청구해 일부 재산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차 변호사는 전에 비슷한 사안에서 자녀 쪽을 대리해 유류분 사건을 수행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선 사망 2년 전에 매매가 이루어져 유류분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차 변호사는 이러한 분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고인이 누구한테 재산을 주고 싶어 했느냐는 고인의 진정한 의사라고 강조했다. 받는 사람 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의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기 때문에 고인이 따로 챙겨주지 않으면 한 푼도 받아갈 수 없어요. 그러면 그런 사람에게 아무것도 안 줄 거냐, 이것은 전적으로 고인의 의사의 문제예요. 자식들도 부모 재산의 상속과 관련해 이런 점이 점점 중시되는 것 같은데, 증여든 상속이든 재산을 받고 싶으면 부양이든 간병이든 살아 계실 때 잘하라는 것이죠."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