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육체노동자 가동연한 65세" 또 인정
[손배] "육체노동자 가동연한 65세" 또 인정
  • 기사출고 2018.06.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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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65세부터 노인 혜택 등 이루어져"
60세까지만 인정되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로 인정한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 부장판사)는 5월 8일 교통사고 피해자 한 모(사고 당시 29세)씨와 가족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7나2877)에서 한씨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로 보고 이에 따라 일실수입을 산정,  "피고는 1심보다 280여만원 더 많은 2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55세까지로 인정해오다가 1989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대법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을 통해 이를 폐기하고 그후 여러 대법원 판결을 통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인정해왔다. 또 자격이 있는 개인적 자유전문직 종사자의 경우에는 연령별 종사현황 등에 비추어 경험칙상 해당 직종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70세로 보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반 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의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2010년에 이르러 남자 77.2세, 여자 84세이고, 기능직공무원과 민간기업들의 정년도 60세로 변경되는 등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한 1990년 전후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 법원이 취하여 왔던 육체노동자의 60세 가동연한에 관한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이고, 공사현장에서도 60대 이상의 인부 등을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과의 상당한 괴리를 쉽사리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가동연한이란 일할 수 있는 능력, 즉 노동력이 있는 나이를 의미하는 것인데, 단순히 60세를 초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가동능력을 배척하는 것은, 사고 당시에는 전혀 근로의지가 없으면서 노숙 등의 생활을 하는 자가 단순히 성년이고 가동연한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향후에는 근로할 능력이 있다고 보아 장래의 기간에 대하여는 보통인부의 일용노임 상당의 수입을 인정하여 온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결국 평균수명의 변화, 기능직공무원과 민간기업들의 정년 연장, 공적 연금 수령개시연령의 연장, 특히 65세에 이르러서야 연금에 의하여 스스로의 생계의 보조가 이루어지고, 노인으로서의 각종 혜택 등이 65세부터 이루어지는 점 등과 기타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 등의 제반 사정의 변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다른 나라의 입법례와 비교하여 볼 때,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사실심에 위임된 경험칙상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이제 65세까지로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19조의4에 의하여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에서조차 농촌근로자의 가동연한이 65세로 변경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 비추어, 농촌근로자의 가동연한은 법령화되었다고 볼 것인데, 이와 같은 사회변화 및 취업자의 현황 통계 등에 비추어 볼 때 농촌과 도시를 차별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다른 나라들과 OECD 회원국 대부분의 사례를 보면, 가동연한으로 인정되는 나이와 실질은퇴연령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그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진 수준으로서, 법원이 3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경험칙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OECD 회원국들 대부분은 공식 퇴직연령이 65세다.
 
재판부는 한씨의 가동연한을 만 65세가 될 때까지로 보아 산정한 일실수입에 치료비를 더한 금액에 피고의 책임비율 45%를 곱한 후 피고가 이미 지급한 치료비 등을 공제하고 위자료 900만원을 더한 2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명했다.
 
2010년 3월 승용차를 몰던 한씨는 불법 유턴을 하다가 안전지대를 넘어 달려오던 버스와 충돌, 장기 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한씨와 가족이 해당 버스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이 한씨의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일실수입을 산정해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항소했다.
 
이에 앞서 2016년 12월 수원지법 민사5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도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 가사도우미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