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75%, 향판 부활 반대
변호사 75%, 향판 부활 반대
  • 기사출고 2018.05.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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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재판제도 개선 설문조사' 결과
미국식 원로법관제는 찬성 56%

변호사들의 75%가 지역법관으로 임명된 판사가 특정 지역에서만 10년간 근무하는 향판(鄕判 · 지역법관)제도의 부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협이 4월 18일부터 5월 4일까지 전국의 변호사를 상대로 실시한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향판 부활을 찬성하는 의견은 설문조사에 참가한 1387명 중 15%인 201명에 그쳤다.

반대하는 변호사들은 그 이유로 '지역 토호와 유착하여 법조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31%, 중복선택 가능), '재판의 불공정 시비로 오히려 도입 목적과 달리 사법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26%), '향판이 해당 지역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될 우려 있다'(24%) 등을 꼽았다.

반면 찬성 변호사들은 '판사들의 잦은 인사이동은 재판을 부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43%), '판사들이 한 지역에 정착하면 재판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43%)를 이유로 들었다.

변호사들은 '지역법관의 재판진행이나 판결이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는지'라는 질문에는 45%가 '있다'고 응답했으나, 구체적인 사례는 없었다고 변협은 설명했다.

향판제도는 지역법관으로 임명된 판사가 특정 지역에서만 10년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인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2004년 도입됐다. 그러나 2014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논란 등 지역사회와 판사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폐지됐다.

변협의 이번 설문에서 항소심의 사후심(事後審 · 1심 자료에 따라 원심판결이 옳은지 그른지를 심사하는 것)화에 대해서는 87%인 1206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 재판도 충분한 변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찬성한다'고 응답한 변호사는 9%(127명)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약 60%가 이미 항소심이 사후심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항소심에서 증거와 증인신청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을 종결하거나, 1회 변론기일로 변론을 종결하거나, 첫 기일에서 항소심 변론 종결을 종용하는 등의 사례가 실무상 빈번하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식 원로법관제도 도입에는 56%가 찬성했다. 그 이유로는 '정년 이후에도 원로법관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변호사 개업에 대한 유혹이 적을 것이므로 중간퇴직과 그에 따른 인재손실을 막을 수 있다'(32%), '경륜이 쌓인 법관의 능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30%),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있음'(18%) 등이 꼽혔다.

반면 미국식 원로법관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약 50%를 차지하였고, 재판부의 노쇠화 우려, 원로법관이 담당한다고 하여 1심이 충실화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