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 장애인 국가배상 심의기준 개정
노인 · 장애인 국가배상 심의기준 개정
  • 기사출고 2018.05.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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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검, 젊은 사람보다 감경 비율 낮춰
검사들 체험프로그램 참여 후 기준 개정

국가관리시설의 하자로 인한 상해 등 손해에 대하여 노인이나 장애인이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전고검이 새로운 심의기준을 마련, 5월 11일 개최된 국가배상심의회부터 적용하고 있다. 특히 대전고검의 새 기준은 국가배상심의 담당 검사들이 노인 · 장애인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노인 및 장애인의 생활을 직접 경험한 후 도출한 것이어 주목된다.

◇대전고검의 국가배상전담검사 등이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국가배상 심의기준 개정에 앞서 직접 신체기능을 저하시키는 특수장비를 착용한 채 노인과 장애인이 겪고 있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대전고검의 국가배상전담검사 등이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국가배상 심의기준 개정에 앞서 직접 신체기능을 저하시키는 특수장비를 착용한 채 노인과 장애인이 겪고 있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대전고검에 따르면, 국가배상 심의기준은 노인 및 장애인들에 대한 별도의 기준 없이 단일한 처리기준을 적용해 왔다. 대전고검은 그러나 노인 및 장애인들의 운동능력 및 상황대처능력이 건강한 젊은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국가배상 신청인의 전방주시의무 및 회피가능성 등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신청인의 연령, 장애 유무 및 정도 등 사정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과실비율을 감경하거나, 과실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65세 미만인 자도 구체적인 건강상태에 따라 과실비율 산정 시 이를 고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열린 국가배상심의회에선 새 심의기준에 따라 노인이 버스에서 하차하던 중, 도로의 파손된 부분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고 도로 관리 과실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신청한 사안에서 노인의 과실비율을 40%로 산정했다. 대전고검 관계자는 "개정기준 적용 결과, 노인이 신청한 국가배상 안건에 대한 과실비율은 평균 40%로 전년 대비 3~4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대전고검의 검사와 공익법무관들은 지난 4월 5일 대전효문화진흥원을 방문, 장시성 원장으로부터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신체 기능을 저하시키는 특수장비를 착용한 후 노인 및 장애인이 겪고 있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했다. 검사들은 백내장, 녹내장을 앓고 있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보여주는 특수안경을 착용하여 시야감소, 시력저하를 경험하고, 팔과 다리 및 허리에 모래주머니와 관절 움직임을 제한하는 특수장비를 착용해 신체가동범위 감소, 근력저하를 경험했다.

체험에 참가한 한 검사는 "노인 및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현재 적용하고 있는 노인 및 장애인들에 대한 국가배상 심의기준의 적정성에 대하여 재검토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노인 및 장애인들의 운동능력 및 상황대처능력이 건강한 젊은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들의 과실을 젊은 사람들에 비해 낮게 판단하는 심의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대전고검의 60대 이상 신청인의 상해로 인한 국가배상청구 건수는 2016년 22건, 2017년 35건으로 전년 대비 59.1% 증가하였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대전고검 관계자는 "앞으로 형식적 · 기계적 심의가 아닌 노인 및 장애인들의 사정을 종합적 · 다각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심의를 통해 국민의 피해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