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대리모 통해 얻은 딸 친모는 대리모"
[민사] "대리모 통해 얻은 딸 친모는 대리모"
  • 기사출고 2018.05.23 07: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가법, "부부 소생 친생자 출생신고 불가"
"대리모 계약은 현행법상 무효"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생성된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착상시켜 이른바 '자궁(출산)대리모'를 통해 딸을 얻은 아빠가 부인을 어머니로 기재해 출생신고했으나 거절당했다. 법원은 정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이은애 수석부장판사)는 5월 9일 A(남)씨가 한 살짜리 딸에 대한 가족관계등록 신고불수리 결정을 취소하고 딸에 대한 출생신고수리절차를 이행하라며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신청 사건의 항고심(2018브15)에서 A씨의 항고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2006년 8월 결혼한 A씨 부부는 자연적인 임신과 유지가 어렵자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통해 대리모 출산을 추진, 2016년 7월 대리모 B씨에게 A씨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생성된 수정란을 착상시켰고, 이듬해인 2017년 3월 B가 미국에 있는 병원에서 딸을 출산했다. 이 미국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대리모 B씨가 엄마로 기재되어 있다. 유전자검사 결과에선 딸과 A씨 부부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A씨가 2017년 7월 출생신고서의 '모(母)'란에 아내의 이름을 기재해 종로구청에 딸의 출생신고를 했으나, 출생신고서에 기재한 모의 이름과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쉬운 점,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한 점, 그런데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또한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하여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정서에도 맞지 않는 점,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일반적인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가 없어도 '출산'으로 당연히 법률상 친족관계가 생긴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관된 판례(1967. 10. 4. 선고 67다1791 판결 등 참조)이다. 즉,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출생신고에 관한 가족관계등록 법령의 문언이나 그 취지를 고려할 때에 출생신고서와 출생증명서에 '모의 성명과 출생연월일'을 기재하게 한 것은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인 '모의 출산사실'을 출생신고에 의하여 확인하고, 출산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자관계를 법률적으로도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이므로,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과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은 동일하여야 하고, 만일 그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출생신고서를 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지적하고, "딸의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과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이 일치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종로구청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이 신청인의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한 처분은 적법하고, 그에 대한 불복신청을 각하한 1심결정에는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하면, 혼인 외의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재판부는 나아가 현행법상 대리모 계약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의 결정 기준이 '모의 출산사실'인 점,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출생신고서에 첨부하는 출생증명서 등에 의하여 모의 출산사실을 증명하여야 하는 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생명윤리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남편이 배우자 아닌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하여 임신을 유발시키고 자녀를 낳게 하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본건과 같이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수정체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 후 출산케 하는 이른바 '자궁(출산)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