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500억 횡령 사건 손배소 맡기며 변호사 보수 3500만원 약정…과하지 않아"
[민사] "500억 횡령 사건 손배소 맡기며 변호사 보수 3500만원 약정…과하지 않아"
  • 기사출고 2018.05.1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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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부당하게 과다하면 감액 가능" 판례는 유지

500억원 상당의 횡령과 관련한 손해배상소송을 맡기면서 주기로 한 변호사 보수 3500만원은 과하지 않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당사자가 약정한 변호사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변호사 보수의 청구를 제한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선 과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5월 17일 박 모 변호사가 "변호사 보수 3500만원 중 이미 지급받은 2000만원을 뺀 나머지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조 모씨 등 의뢰인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35833)에서 "변호사 보수 3500만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변호사 보수를 2000만원으로 감액한 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국교수공제회 회원인 조씨 등은 2014년 공제회 임원이 500억원 상당을 횡령하고 이로 인해 공제회가 파산하는 등 손해를 입은 것과 관련해 정부에 관리 · 감독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조씨 등은 박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고 보수로 착수금 3500만원과 부가세 350만원 등 합계 3850만원을 주기로 한 후 2000만원을 먼저 지급했으나, 소송에서 패하자 조씨 등이 나머지 보수를 줄 수 없다고 맞섰고, 이에 박 변호사가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변호사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변호사 보수를 2000만원으로 감액한 후, 변호사 보수 채권이 모두 변제되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면서도 , "일부 피고가 다른 피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한 것으로 보이는 소송위임 철회 통보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소송수행을 계속한 것에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밖에 착수보수금의 정도, 사건의 난이도, 소송수행 내용, 소송수행상 과실 인정 여부 등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들이 소송위임계약에서 약정한 변호사 보수 3850만원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보수액 제한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신, 조희대 대법관은 "법률에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사적 자치 및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 내용대로 그 효력을 인정하여야 하고, 법률행위의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형평의 관념은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변호사 보수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신의성실의 원칙 및 형평의 관념에 의하여 변호사 보수를 감액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