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관투자자가 낸 '옵션쇼크' 손배소도 패소
[증권] 기관투자자가 낸 '옵션쇼크' 손배소도 패소
  • 기사출고 2018.05.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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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배상청구권 시효 소멸"
2010년 11월에 발생한 이른바 '옵션쇼크'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관투자가가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피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개인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소를 늦게 제기해 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보았기 때문.
 
서울고법 민사10부(재판장 윤성근 부장판사)는 2월 9일 한국투자증권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7나2023996)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시, 한국투자증권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피고들은 자본시장법과 민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모두 시효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자가 제176조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3년'이 도과하면 시효로 소멸하며,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766조 1항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도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는 2010. 11. 11.에 있었고,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2011. 2. 23.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피고들 직원들의 시세조종행위를 확인하고 검찰 고발, 정직요구,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의 공식발표를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는 늦어도 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공식발표 시점에 피고들이 자본시장법 176조 위반행위를 하였음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는 위반행위를 안 때부터 1년, 시세조종행위가 있은 날부터 3년이 도과한 후인 2015. 12. 3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민법상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와 관련해서도, "피고들의 관련 직원들이 그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다투고 있었다거나 일부 외국인 임직원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거나 도이치증권과 달리 도이치은행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금융투자업자인 원고로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피고들의 주식 대량매도 행위가 적법한 헤지 거래를 넘어서는 시세조종행위로 위법하다는 점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세조종행위에 관여한 피고들의 직원과 도이치증권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요구와 영업정지 등의 제재조치 사실을 발표한 2011년 2월 무렵에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조치 이후 즉시 다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소송이 이어지고 이에 관한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이와 같은 관련 민사소송에서 수년간 위법행위의 존재, 위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존부 등이 치열하게 다투어졌다고 하더라도, 금융투자업자이자 대형 증권회사인 원고가 다른 투자자들의 관련 민사소송 제기 무렵 시세조종행위의 위법성과 이로 인한 손해발생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객관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행사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나 법률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1년 2월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5년 12월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소 제기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 또는 해당 관련 소송에서 당사자가 이를 다투는 경우는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가해자와 손해발생 사실, 위법성의 인식의 문제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문제일 뿐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고,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사실상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는 사유'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광장이 한국투자증권을,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