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복수노조 중 한 곳만 사무실 제공 위법"
[노동] "복수노조 중 한 곳만 사무실 제공 위법"
  • 기사출고 2018.05.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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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교섭 전후 전 과정 차별 없어야"

회사가 복수의 노동조합 중 한 곳에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복수노조는 단체협약 결과뿐만 아니라 교섭 전후 전 과정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5월 3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와 A사의 교섭대표노조가 "소수 노조에 노조 사무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며 이의 시정을 명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3717)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A사 지회가 피고보조참가했다.

상시 근로자 약 6920명을 고용해 대전공장,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등에서 자동차 타이어, 튜브 등의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A사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참가 노조원 4150명의 교섭대표노조와 민주노총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A사 지회의 2개 노조가 있다. 민주노총 산하 A사 지회 소속 근로자는 약 310명. A사는 교섭대표노조와 2016. 6. 14.부터 2016. 7. 18.까지 2016년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8월 9일 2016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임금 조정 및 단체협약 갱신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민주노총 산하 A사 지회가 자신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노조 사무소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충남지방노동위에 위반행위 시정과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 충남지노위는 일부 공정대표의무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노조 사무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중노위가 재심판정에서 조합원 수, 사업장 수 등을 고려하여 민주노총 산하 A사 지회에 노조 사무소를 제공하라고 명하자 A사와 교섭대표노조가 노조 사무소 제공 명령의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9조의4 1항이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부과한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을 제한받는 노동조합 등 노동관계 당사자의 단체교섭 과정, 결과와 그 이행에서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섭을 전후하여 노조 간 그리고 조합원 간 이해를 조정하는 전 과정에서 소수 노조와 그 조합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노동조합법 29조의4 1항의 문언상 사용자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소수 노동조합을 차별하여 대우하는 경우, 사용자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그와 같은 차별 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 · 증명하지 않는 이상, 그러한 차별 대우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노동조합법 29조의4 1항에 따라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 · 이행하는 전 과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을 의무가 있고, 원고 회사가 원고 노조에 사무소를 제공한 이상, 공정대표의무에 따라 원고들은 참가인 노조에도 적절한 사무소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원고들이 2016년도 단체협약을 체결 · 이행하는 과정에서 참가인 노조에 노조 사무소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참가인 노조를 차별한 것으로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재심판정 가운데 노조 사무소 관련 부분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사무소는 조합원 교육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신규 조합원 모집과 조합원 상담 등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법이 보호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하여 필수적인 요소이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에도 노동조합 사무소가 필요하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다를 바가 없다"며 "노동조합 사무소로 제공할 공간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비용 부담이 따른다거나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비교하여 소수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적다는 사정만으로 오직 교섭대표노동조합에만 노동조합 사무소를 제공하고 소수 노동조합에는 이를 제공하지 않는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사는 수십 년간 원고 노조에는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내 노동조합 사무소(대전공장 38평, 금산공장 35평)를 제공하였으나, 참가인 노조에는 노조 사무소를 제공하지 않아 참가인 노조는 대전공장 근처 사무실을 임차하여 노조 사무소로 사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노조 사무소는 조합원 수 등 노조의 규모, 노동조합 사무소의 필요성, 사업장의 여건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규모로 제공되면 될 뿐, 반드시 조합원 수에 따른 산술적 비례에 따라 그 규모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설령 참가인 노조가 조합원 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와 같은 차별을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고, 원고 회사의 주장과 같이 조합원 수의 비율에 따라 참가인 노조에 제공될 수 있는 사무소의 크기가 3~4평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없으며, 오히려 참가인 노조의 규모나 노조 사무소의 필요성에 원고 회사 내에도 방치된 사무실이 존재한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들은 참가인 노조에 적절한 규모의 사무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