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80대 치매 노인이 30년 넘게 간병한 여인에 빌라 소유권 넘겨…유효"
[민사] "80대 치매 노인이 30년 넘게 간병한 여인에 빌라 소유권 넘겨…유효"
  • 기사출고 2018.05.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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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자녀들이 낸 손배소 기각
"의사무능력 주장 이유 없어"

80대 노인이 30년 넘게 같은 집에 살며 가사도우미 역할은 물론 간병까지 해 준 여성에게 사망 2년 전 함께 살던 빌라의 소유권을 매매 형식으로 이전했다. 자녀들이 치매환자인 아버지의 의사무능력 상태를 이용해 재산을 빼돌린 것이라며 아버지와 동거했던 여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원 부장판사)는 4월 17일 사망한 김 모(당시 80세)씨의 자녀 3명이 집값 2억 7000만원에서 아버지가 농협에서 빌린 빚을 갚은 데 쓴 6000여만원을 제외한 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황 모(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19661)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는 2014년 3월, 1980년경 무렵부터 가사도우미 역할 등을 하며 거동이 힘들어진 자신과 함께 거주하면서 간병했던 황씨에게 자신의 소유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빌라를 2억 7000만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한 달 후인 4월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이어 다시 두 달 후인 2014년 6월 황씨는 이 빌라를 다른 사람에게 2억 7000만원에 매도하고 매매대금 중 일부를 김씨가 이 빌라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송파농협으로부터 빌린 6000여만원을 갚는 데 썼다. 한편 황씨는 같은해 8월 동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빌라를 2억 5000만원에 매수해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2016년 8월 김씨가 사망할 때까지 이곳에서 함께 거주했다.

김씨의 자녀들은 "황씨가 중증 치매환자였던 아버지의 의사무능력 상태를 이용해 빌라 매매계약서를 위조했다"며 "아버지의 채무를 변제하는데 사용한 6000여만원을 제외한 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의사무능력에 해당함을 이유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은 그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8월 19일 실시한 김씨에 대한 심리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김씨는 신체적 불편과 인지기능의 저하로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김씨의 '장소 지남력', '기억 등록'은 표준편차 이상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언어적 의사전달에 대한 김씨의 이해 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2015년 7월 30일 2차로 실시한 김씨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김씨에 대한 간이 정신상태 검사(K-MMSE)의 총점은 10/30점으로 2014년 8월 19일 실시한 1차 K-MMSE 검사의 총점 15/30점에 비해 크게 하락하였는바, (빌라를 황씨에게 넘긴) 2014년 3월경 내지 4월경 이후 김씨의 치매가 비로소 발병 내지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제기동 부동산에 관하여 김씨와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서가 작성된 2014년 3월이나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2014년 4월 당시 김씨가 치매로 인하여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김씨의 의사무능력이나 그 밖의 사정으로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고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의무기록상으로도 김씨에 대한 치매 진단과 그에 관한 치료가 시작된 시기는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서가 작성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황씨 명의로 마쳐진 뒤 약 4개월이 경과한 2014년 8월 18일경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1980년경부터 김씨가 사망할 때까지 김씨와 함께 거주하며 김씨를 간병하였으므로, 김씨가 그와 같은 피고의 부양에 대한 대가로 부동산을 피고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지적하고, '황씨가 중증 치매환자였던 김씨를 기망하여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여 황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이를 타인에게 매도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원고들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어떠한 내용으로 김씨를 기망하였는지조차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기망의 내용 내지 대상이 무었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가 김씨를 기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중 한 사람은 황씨가 매매약서를 위조 및 행사했다고 고소했으나, 수사기관은 김씨의 부동산을 증여받았다는 황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고, 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진행한 법무사 사무실 직원 역시 김씨의 의사를 정상적으로 판단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