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사장의 '일 그만했으면 좋겠다' 구두 통보…해고 무효"
[노동] "부사장의 '일 그만했으면 좋겠다' 구두 통보…해고 무효"
  • 기사출고 2018.04.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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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수습 종료 20일 지난 채용거절도 효력 없어"

업무 실수를 한 부하 직원에게 부사장이 "일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 법원은 위법 · 무효라고 판결했다. 근로기준법 27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3월 29일 의류를 생산 · 판매하는 M사가 "최 모씨에 대한 해고를 무효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73662)에서 이같이 판시, M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6년 10월 31일 M사에 입사하여 총무팀장으로 근무하던 최씨는 2017년 1월 10일경 'M사의 계열사의 법인인감을 관리하면서 담당업무를 소홀히 하여 이 계열사 사업 전체에 관하여 폐업신고를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대상자로 통보받았다. 2016년 12월 중순 찜질방 사업에 관하여 폐업신고를 하려고 하였는데, 영업팀 직원이 관할 행정기관에 사업 전체에 관하여 폐업신고를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최씨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M사의 부사장 이 모씨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지적을 하며 최씨에게 "일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최씨는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 최씨가 이틀 후인 2017년 1월 20일 부사장의 발언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를 신청,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씨에 대한 해고는 위법 · 무효"라고 판정했다. M사가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M사는 부사장의 발언은 상급자로서 훈계하는 내용에 불과하고, 오히려 최씨가 부사장의 발언 이후 회사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해 퇴직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2다54210 등)을 인용,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부사장의 발언은 최씨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 회사의 일방적 의사로 최씨와의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M사는 또 2017년 1월 30일까지 수습기간으로 되어 있는 최씨에게 2017년 2월 20일 채용 거절의 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였으므로, 제때 해고에 관한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무효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M사와 최씨가 작성한 연봉계약서에는 '2016. 10. 31.∼2017. 1. 30.'의 수습기간의 약정이 기재되어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M사가 최씨에게 보낸) 채용거부 통지서는 최씨에 대한 해고나 최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한 때로부터 1달이 지난 시점에 최씨에게 발송되었고, 통지서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한다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통지서는 해고에 관한 서면통지로 볼 수 없고, 그 외에 원고 회사의 해고에 관한 서면통지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는 위법 ·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1다42324 등)을 인용, "근로기준법 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원고 회사와 최씨가 작성한 연봉계약서의 수습기간의 약정이 계약 내용에 정당히 편입되어 시용근로 약정으로서 유효하고, 통지서가 본 채용거부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통지서는 시용근로 기간이 지난 다음날, 즉 최씨에 대한 본 채용이 이루어진 날(2017. 1. 31.)로부터 20일 이상 지난 시점에 최씨에게 발송되었으므로 최씨에 대한 본 채용거부의 의사표시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최씨에 대한 해고는 해고 사유 등의 서면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취지의 중노위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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