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자동 댓글 프로그램 유포한 개발자 항소심서 무죄
[형사] 자동 댓글 프로그램 유포한 개발자 항소심서 무죄
  • 기사출고 2018.05.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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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부하 증가시킨다고 '악성프로그램' 아니야"

댓글 자동 작성 프로그램 등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컴퓨터에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개발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취지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사용한 것과 유사한 프로그램이어 주목된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최성길 부장판사)는 최근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자 기소된 A(37)씨에 대한 항소심(2017노309)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800만원이 선고된 중개 사이트 운영자 B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에 글 · 이미지를 자동으로 등록해 주거나 메시지 · 쪽지를 발송해주는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A씨는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광고용 자동프로그램 판매 인터넷 중개 사이트에 자신이 개발한 39개 프로그램을 판매금액, 사용설명서 등과 함께 게시한 후, 이를 보고 구입 의사를 밝힌 다수의 회원들에게 프로그램 1만 1774개를 팔아 3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판매한 프로그램 중엔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자동으로 무한 작성해 주고 게시글 모니터링 후 글을 삭제하거나 재작성해주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다.

구매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타인에게 쪽지를 발송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대량 등록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서버에는 평소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500배 이상의 부하(트래픽)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는 정보통신망법 제71조 제9호, 제48조 제2항을 적용하여 기소했다. 이 법 48조 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71조 9호는 처벌조항이다. 

재판부는 먼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을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 해당 악성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대상을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방법을 반드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투입되어 작동하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오히려 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7호와 제48조 제2항의 규정상 악성프로그램임이 명백한 메일폭탄은 대용량의 메일을 발송해 대상 서버 등 정보통신서비스에 장애를 야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점에서 피고인들이 유포한 프로그램들과 작동방식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제 정보통신망에 침입하거나 정보통신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는 행위가 일으키는 폐해가 크고 이를 발견하여 예방하는 것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그러한 행위에 이용되는 악성프로그램의 유통을 금지할 필요성이 크고, 전달과 유포의 대상을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에 한정하지 않음으로써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을 정보통신시스템에 투입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이를 유통하는 행위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보통신망법 제71조 제9호, 제48조 제2항으로 의율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단지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그로 인하여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에서 정하는 다른 행위유형, 즉 당해 정보통신시스템의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에 준할 정도로 정보통신시스템이 물리적으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그 기능 수행을 저해할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운용 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어떤 프로그램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개별 프로그램 자체의 작동 방식과 원리, 기능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A씨가 제작 · 판매한)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 경우 사람이 통상적으로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비하여 5배 내지는 500배에 이르는 부하를 발생시키기는 하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1일 접속자수(네이버의 경우 1000만명 이상임) 등에 비추어 보면 프로그램 하나가 야기하는 그와 같은 부하증가만으로는 해당 포털사이트의 서버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프로그램 구매자들은 이를 상당 정도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였으리라 보이는데, 그로 인하여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결국 프로그램들의 기능과 작동 방식, 포털 사이트에 미치는 영향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 프로그램들이 네이버 등의 정보통신시스템에 대하여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에 준하는 정도로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들을 매수하여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에 포털사이트의 서버 운용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해야 장애가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없고, 극단적 가정 아래에서 장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프로그램들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이는 형벌 규정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하고, "네이버 측은 서버 부하의 증가 외에도 (A씨가 제작 · 판매한) 프로그램들을 이용하여 불법적인 내용의 광고메일 등이 대량 발송되어 그로 인한 문제가 많다고 하나, 이를 규율하는 법률 규정은 따로 있고(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6호, 제50조의8),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의 제공과 이용행위에 대해서는 새로운 처벌규정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