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노조원들에게 불리한 노조위원장 독단적 단체협약 변경 합의 무효"
[노동] "노조원들에게 불리한 노조위원장 독단적 단체협약 변경 합의 무효"
  • 기사출고 2018.03.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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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중대한 절차적 하자, 대표권 남용"
노조위원장이 노조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회사 대표와 만나 노조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변경하기로 한 합의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김우진 부장판사)는 2월 2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T택시회사의 노조가 단체협약 변경 합의는 무효라며 T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056002)에서 T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13. 12. 10.자 단체협약 변경 합의 중 1항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시민이 1심부터 원고 측을 대리했다.

민 모씨는 T사의 노조위원장으로서 2013년 12월 10일 회사 측과 2013. 1. 1.자 단체협약에 의하여 연 1회 유급휴일로 지정하여 실시하던 야유회를 경영악화를 이유로 실시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등 단체협약 변경 합의를 맺었다. 변경 합의엔 야유회를 실시하지 아니하기로 한 1항 외에도 기존 단체협약에서는 입사 후 9개월 이상 된 조합원에게 연 기본급의 250% 이상을 상여금으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월 12일 미만 근로한 사원은 상여금을 일할계산하여 지급하고, 월 급여(26일 기준)를 초과한 운송수입금 미입금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월 100만원 이상(누적분 포함)의 운송수입금 미입금자는 징계절차를 거쳐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2항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T사 노조가 노조원들이 변협 합의의 시기, 경위, 체결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였고, 교섭안건으로 통지되거나 교섭위원들 사이에 거론된 바 없는 등 교섭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가 있으며, 노조위원장이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진 무효의 합의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지자 T사가 항소했다.

T사의 노조위원장은 변경 합의 후 실시된 2014년 1월 선거에서 다른 사람으로 변경되었고, 민씨는 한 달 후인 2014년 2월경 T사에서 사직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대법원 판결(2003다34045)을 인용,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며, 이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대표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라며 "급여 일부의 지급거절이나 해고와 같이 근로자의 지위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단체협약 과정에서는 근로자 대표자가 갖는 대표권의 재량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합의는 그 성립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고, 원고 대표자 위원장인 민씨가 원고 조합의 목적과 관계없이 피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남용하여 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30조 1항을 위반하였으며, 피고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특히 "단체협약 변경 합의와 관련하여서는 원고 위원장인 민씨는 원고의 교섭위원이나 집행부, 조합원 누구와도 상의한 사실이 없고 사전에 노동조합의 전체 의견을 묻지도 아니하였으며 이를 사전에 공지하지도 아니한 채 피고 대표이사 이 모씨와 둘만이 있는 자리에서 합의를 하였고, 합의는 급여의 일부 지급 거절과 해고 사유의 추가가 주된 내용으로서 피고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원고 측 근로자들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인데, 회사는 어떠한 명목과 방법으로도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으며 갱신체결시 기존 협약 기준을 저하시키지 못한다는 기존 단체협약 6조에 반하는 것이고, 민씨와 이씨 역시 이 사건 합의가 피고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원고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합의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만 원고가 단체협약 변경 합의 중 1항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를 감축, "단체협약 변경 합의 중 1항만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0조 1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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