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국내 불법체류 중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 난민 인정해야"
[행정] "국내 불법체류 중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 난민 인정해야"
  • 기사출고 2018.03.15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적극적 포교활동으로 박해 위험 있어"
이란인이 한국에 입국해 불법체류 중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난민신청을 했다. 법원은 체류기간을 연장받기 위하여 난민신청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지만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수원지법 행정5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2월 13일 이란인 불법체류자 A(54)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67316)에서 "난민불인정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란에서 아버지와 함께 슈퍼마켓을 운영하다가 350만토만(약 110만원)을 빌려 2000년 10월 단기종합(C-3)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A씨는 정부의 불법체류자 합법화 조치를 통해 2003년 10월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부여받았으나, 2005년 2월 체류기간 만료일이 도과해 다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었다. 불법체류 혐의로 적발되어 2016년 8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A씨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보호되어 있던 중 전에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여 종교적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A씨가 한국에 입국한 후 불법체류한 기간은 약 13년. A씨는 한국에 입국한 지 약 6년 만인 2006년 4월 이란인 친구의 소개로 한 교회의 교인으로 등록하고, 4년 후인 2010년 2월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아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아버지와 남동생, 여동생이 현재 이란에 거주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는 한국에 입국한 후 약 13년을 불법체류하던 중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보호되어 있다가 난민인정신청을 하여 체류기간을 연장받기 위하여 난민신청을 한 것이 아닌지 동기가 의심되기는 하나, 원고가 국내 입국 후 기독교로 개종하였음을 사유로 한 체재 중 난민신청자인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고, 개종으로 인한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이란 정부의 탄압, 난민인정 여부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실제로 개종을 하였더라도 신변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난민신청을 미루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개종사실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법무부의 2013년 이란에 대한 국가정황자료집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란인이 단순히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적극적인 포교활동까지 나아갈 경우, 이란 정부에 의해 임의적인 체포와 심문을 당할 우려가 있고, 신체적 · 정신적 고문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를 공개할 경우 국가로부터 차별을 당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자신의 종교를 숨기기로 결심하는 것만으로는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원고의 경우 적극적인 기독교 포교활동을 하여 그 활동이 외부적으로 상당히 공개되었으므로, 원고가 이란으로 강제퇴거될 경우 신체적 · 정신적 위해에 노출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에게는 이란으로 귀국하면 이란 정부에 의하여 기독교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난민법 2조 1호 소정의 난민에 해당된다고 할 것인바,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불인정결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한국에 있는 이란인들을 집으로 불러 식사를 대접하고 신앙을 소개하거나 노방전도 등을 통해 다수의 이란인들을 자신이 세례를 받은 교회 이란팀으로 데려오는 등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했으며, 이란인 2명을 전도해서 세례를 받게 하기도 했다. 이 교회의 2017년 가을호 회지에는 A씨에 대한 기독교 활동 관련 인터뷰 내용과 사진, 국내 봉사활동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다.

법무부의 2013년 이란에 대한 국가정황자료집은 통상적으로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경우 대학 입학이나 여권발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다만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포교하고 전도를 할 경우 심각한 탄압을 받을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