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 검사' 김웅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생활형 검사' 김웅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 기사출고 2018.03.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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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 자꾸 하면 내성 생겨"

인천지검 공안부장인 김웅 검사는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한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검사는 보통 '거악의 근원'이거나 반대로 불의를 일거에 해소하는 '정의로운' 존재로 설정되지만, 김 검사는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그저 '나사못'처럼 살아가겠다던 어느 검사 선배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생활인으로서의 검사'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김웅 검사가 탈고해 화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검사내전》

그가 최근 탈고한 《검사내전》은 바로 그렇게 '생활형 검사'로 열심히 살아온 저자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이자,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 사람살이를 둘러싼 그의 속마음을 풀어낸 책이다.

폭탄주 싫어하는 '당청꼴찌'

저자의 초임 검사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각종 사건 처리 통계가 좋지 않아 '당청꼴찌', 그러니까 '우리 청에서 꼴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검찰 조직에서 발달한 '폭탄주' 마시는 일도 너무 힘들어했다. 얼마나 폭탄주가 싫었던지, 회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당직을 서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저자 스스로 자기 신세가 '토방에 사는 생쥐 꼴'이었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눅이 들어 조용히 숨죽여 지내는 타입은 아니었다. 직업적 야망이 없어서인지, 그는 상대가 검사장이든 차장검사든 가리지 않고 '욱' 하는 성미에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또라이'였다.

그렇다고 18년에 걸친 그의 '생활형 검사'로서의 활약과 내공을 결코 과소평가할 것은 아니다.

검사로서의 경력 대부분을 형사부에서 보내며 사기 사건을 많이 다룬 저자는 지금 이 나라가 '사기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해에 24만 건에 달하는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피해액도 3조원이 넘는단다. 하지만 그는 사건 피의자들과 피해자들을 만나며, 범죄 자체가 내뿜는 악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과 그로 인해 드리워진 삶의 그림자들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가 보기에 사기 사건의 대부분은 범죄자의 욕망과 피해자의 욕망이 결합해 만들어낸 화학작용이고, 피해자는 상대방의 치밀한 수에 속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에 당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 검사는 그러나 법과 처벌로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입법 만능주의'와 '형사처벌 편의주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는 결국 검찰과 수사기관이 국민과 기업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간섭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비군 훈련에 불참하는 것, 승선 인원을 제대로 적지 않는 것, 영업 신고를 하지 않는 것 등 검사인 자신이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규 위반까지 죄다 범죄로 만들어놓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검사는 형사처벌이란 진통제와 같아서 자꾸 먹다 보면 내성이 생기고 점점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벌 대상은 줄이고 정작 본질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하고 공평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형사처벌 조항을 줄이고 민사분쟁을 형사사건으로 변질시키는 고소 · 고발 제도를 개선한다면 검찰권과 수사기관의 전횡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진솔한 서술과 치밀하면서 탄탄한 구성에 자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출간 1주일 만에 5쇄를 찍었다는 인기가 괜히 그런 게 아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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