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수임 실적 공개
로펌의 수임 실적 공개
  • 기사출고 2006.02.2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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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률포털 사이트가 분석해 공개한 최근 10년간의 로펌별 소송 수임 실적이 화제다.

◇김진원 기자
로펌의 전통적인 업무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자문 실적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소가나 수임료 등 대상 사건의 질적인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없지 않지만, 이번 분석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본다.

워낙 정보가 차단돼 있는 로펌 업계에 소송 사건에 관한 양적인 분석이나마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에 기여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비록 사건 수에 불과하지만, 이번 분석은 실제로 여러 내용을 시사하고 있다.

변호사 수로 대표되는 로펌의 규모와 소송 수임건수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분석 대상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임 순위가 뒤바뀌는 등 판도 변화의 조짐도 여러 각도에서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만 모르고 있을 뿐이지 업계는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만한 것이다.

어떤 로펌은 사건 수는 적지만, 소가가 큰 덩치 큰 사건을 많이 맡았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로펌은 어려운 사건으로 수임료를 많이 받아 수익성에서 다른 로펌을 능가했을 수도 있다.

또 소송의 승패에 있어서도 어차피 이길 사건이어서 이긴 경우도 있을 것이고, 비록 졌지만 질 수 밖에 없는 송사의 피고측을 맡아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사실상 승소라고 불러야 할 사건도 있을 것이다.

기업 자문 실적까지 포함하면 변수는 더욱 복잡해 질 것이다.

하지만 로펌 업계에 관한 정보가 워낙 제한돼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사정을 들어 이번 분석의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오히려 정량분석(定量分析)을 넘어 정성분석(定性分析)이 가미된 더욱 의미있는 정보가 소비자에게 폭넓게 제공될 수 있게 하는 발전적인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우리와 여러 여건이 다르겠지만, 외국에선 로펌별 총 매출액과 함께 파트너 변호사별 수입까지 낱낱이 공개되고 있는게 현실이며, 파트너별 수입액을 가지고 로펌의 성가를 비교하는 게 보통이다.

국내 로펌 업계에서도 변호사들 사이에선 로펌의 총 매출을 총 변호사수로 나눈 변호사당 매출 또는 파트너당 수입액 등을 따져 어느 로펌이 수익성이 높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고 있지만, 공식적인 자료는 나오고 있지 않다.

또 얼마전 한 대형 로펌이 다른 로펌들의 공개를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매출액 등의 자진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상장회사도 아니고, 특히 클라이언트의 비밀스러운 내용을 들어가며 그를 대신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로펌으로선 특성상 공개하기 곤란한 대목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로펌에 대한 피상적인 정보만이 공개됨으로써 소비자에게 실질이 잘못 전달되는 일이 있다면, 이는 정보의 차단을 넘어 정보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분석 자체에 여러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법률사이트가 분석해 내놓은 로펌별 수임 실적을 자꾸 들추어 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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