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음악소리 시끄럽다고 밧줄 잘라 아파트 외벽 작업자 추락사…무기징역"
[형사] "음악소리 시끄럽다고 밧줄 잘라 아파트 외벽 작업자 추락사…무기징역"
  • 기사출고 2017.12.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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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술 마셨지만 주취감형 인정 안 해
음악소리가 시끄럽다고 밧줄을 끊어 아파트 외벽에서 실리콘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떨어져 숨졌다. 울산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동식 부장판사)는 12월 15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서 모(41)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2017고합218)

서씨는 2017년 6월 8일 오전 8시쯤 술을 마시고 귀가하여 경남 양산시에 있는 아파트에서 잠을 자려고 하다가 아파트 외벽에서 벽면과 베란다에 실리콘을 입히는 코킹작업을 하던 수리공인 A(36)씨와 B(46)씨 등이 틀어놓은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음악을 끄라고 했으나 B씨가 음악을 끄지 않았다.

이에 서씨는 거실 TV 서랍장 위에 있던 공업용 커터 칼을 집어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11층 높이에서 작업 중이던 A씨가 매달려 있던 밧줄을 칼로 절반쯤 자르다가, 다른 방향에서 음악소리가 계속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는 밧줄을 자르는 행위를 중단했다. 서씨는 계속하여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이동하여 11층 높이에서 작업 중이던 B씨가 매달려 있던 밧줄을 칼로 잘라버려 B씨가 지상으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밧줄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덕분에 밧줄을 급히 조정해 지상으로 내려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서씨는 재판에서 "범행 당시 알코올 사용장애 등 정신질환과 음주로 인하여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이전의 다른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양극성 정감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등으로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범행 당시 어느 정도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범행 후 피고인의 행동, 수사기관에서의 조사 진행경과, 피고인의 전반적인 진술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어렴풋하게나마 당시의 상황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사건 당시 잠에 들려고 하다가 계속 음악소리가 들리자 화가 나 범행을 결심하게 되었고, 공업용 커터 칼을 들고 밧줄이 걸려 있는 옥상으로 올라가서 음악소리가 들리는 피해자의 밧줄을 정확하게 찾아 잘랐으며,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가족들 앞에서 다른 사람과 통화하고 있었던 척하거나 공업용 커터 칼을 숨기기도 하는 등 범행의 전체적인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경도의 알코올 사용장애 등의 정신장애를 갖고 있었고 어느 정도 술을 마신 상태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정신장애 등이 일반적으로 살인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 불안정한 정서 상태, 분노조절의 실패 등의 심리상태를 넘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당시 기초생활수급자로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우자 및 5명의 자녀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 나가던 피해자는 가족을 위해 사건 당일 역시 이른 아침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다가 영문도 모르고 무방비 상태로 아파트 11층 높이에서 추락하여 온몸이 부서진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며 "예고도 없이 사랑하는 배우자이자 아버지를 잃은 피해자의 가족은 그 충격과 슬픔으로 수면 장애, 악몽, 분노감, 무기력증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들이 겪고 있을 고통과 슬픔의 무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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