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2년 단위 위촉' 시립교향악단 단원 재위촉 거부…부당해고
[노동] '2년 단위 위촉' 시립교향악단 단원 재위촉 거부…부당해고
  • 기사출고 2017.11.07 09: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정당한 기대권 배제 합리적 이유 없어"
2년 단위로 위촉계약을 맺고 근무해 온 시립교향악단원들의 재위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위촉될 수 있다는 단원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0월 12일 재위촉을 거부당한 이 모씨 등 김천시립교향악단 단원 26명이 "재위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라며 김천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두44493)에서 이씨 등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씨 등은 2004년∼2009년 김천시와 2년 단위로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교향악단에 비상임 단원으로 근무하며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정기평정을 거쳐 단원으로 재위촉되어 왔다. 김천시는 그러나 마지막 재위촉 기간만료 두 달전인 2010년 11월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2011년 단원모집은 기존 단원들을 재위촉하지 않고 일제히 신규전형을 통해 선발하기로 의결한 뒤 같은 해 12월 모집공고를 냈다. 김천시는 응시자격으로 공고일 현재 주소가 대구 · 경북으로 되어 있을 것을 요구했다. 또 재정상 이유로 튜바 파트를 폐지, 공고 당시 튜바를 응시분야에서 제외하였다. 김천시는 이 재위촉 거부 이전까지 기존 단원에 대한 재위촉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모두 127명이 응시한 공개전형 결과 기존 단원 59명중 26명과 신규 응시자 21명 등 총 47명이 합격했다. 특히 원고들 중 튜바를 담당하던 단원 1명과 주소지가 대구 · 경북이 아니었던 기존 단원 3명은 응시자격을 구비하지 못해 공개전형에 응시하지 못했다. 또 다른 1명도 응시하지 않아 기존 단원 중 54명만 응시했고, 이 중 26명이 합격한 것이다.

이에 원고들이 "위촉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재위촉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부당하게 재위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라며 소송을 낸 데 이어 1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먼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고 전제하고, "사용자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가점 부여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 거절을 한 경우, 이는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이를 회피하거나 갱신 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 그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원심이 정기 실기평정 결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재위촉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피고가 재위촉을 거부한 데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첫째 재위촉 거부를 하여야 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둘째 피고가 위촉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단원들에 대해 재위촉 전형을 하지 않고 일제히 신규전형을 통해 단원을 선발할 목적으로 사전 동의 또는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공개전형을 실시한 것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재위촉 절차와 관련한 조례의 내용과 그 취지, 그간 재위촉 제도가 운영되어 온 실태, 원고들이 재위촉에 대하여 가지는 갱신 기대의 내용 및 2010. 11. 8. 개최된 예술단운영위원회 의결 내용 등을 살펴보더라도, 조례나 시행규칙 등에 피고가 갱신기대권을 가지는 기존 단원에 대하여 일제 신규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그러므로 피고로서는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조례나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근거를 마련하거나 또는 단원들과 사건 협의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침으로써 재위촉에 대한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공개전형 응시자격을 대구 · 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연주자로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서도, "단원들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대구 · 경북지역 외의 지역으로 되어 있다고 하여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는 데 어떠한 장애가 있다거나 그 설치 목적인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창달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만약 교향악단의 설립 취지가 김천시민들 중에서 단원을 선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민들의 예술활동을 지원 · 장려하는 데 있다면 조례에 그 근거규정을 두어 그와 같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나, 교향악단의 설립취지가 그와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공개전형을 실시하면서 그 응시자격을 주민등록상 특정 지역 거주자로 제한한 것은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아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성배 변호사가 원고들을, 김천시는 법무법인 바른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