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의 교훈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의 교훈
  • 기사출고 2017.08.0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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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고려대 김인현 교수 특별기고"나용선등록제도 도입해 해사안전 확보하자"
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우리 국적선사가 운항하던 스텔라 데이지호가 지난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하여 22명의 선원이 행방불명됐다. 세월호 사고와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는 우리나라 선원이 승선하고 우리나라 선박회사가 운항하던 선박이고 선박 자체가 전손이 된 점에서 동일하다. 우리나라 해사안전 확보에 이상이 있고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김인현 교수
그런데 세월호는 우리나라에 등록된 한국 선박이고 스텔라 데이지호는 마샬 아일랜드에 등록된 선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원칙적으로 선박에 대한 안전은 기국과 선박소유자의 책임과 의무에 달려있어 세월호는 우리나라 정부와 청해진이라는 선주가 책임을 부담하지만, 스텔라 데이지호는 마샬 아일랜드 정부와 편의치적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

한국 선원 8명 승선

한국의 운항사는 용선자로서 책임만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텔라 데이지호에는 한국인 선원들이 8명 승선하고 있었고, 사실상 한국 운항사가 소유자였으므로 우리나라와 관련성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와 선원을 고용한 운항사가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률상 제도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유엔해양법에 의하면 선박에 대한 안전에 대한 각종 안전규정을 만들고 집행할 권한과 책무를 부담하는 것은 선박에 국적을 부여한 국가(소위 기국)이다. 스텔라 데이지호를 용선하여 자신의 영업에 사용한 자는 국내 중견 선박회사였지만 선적(船籍)은 마샬 아일랜드였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종국적인 의무와 책임은 마샬 아일랜드와 선박소유자가 부담한다.



'선박은 움직이는 영토'라는 법언이 있다. 선박은 움직이지만 바다에서는 그 선박이 등록된 국가의 영토와 같이 취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는 선박의 국적(선적)은 국적을 부여하는 국가와 어떤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유엔해양법에서는 진정한 연계(genuine link)라고 한다. 그렇지만 선박의 선적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선박들이 대부분이다. 스텔라 데이지호의 실질상의 소유자는 한국의 운항사였지만 마샬 아일랜드의 선적을 얻었다. 이와 같이 소유자의 국적과 선박의 국적(선적)이 다른 선박 즉, 편의치적선(便宜置籍船)이 전 세계적으로 50% 이상을 차지한다.

50% 이상이 편의치적선

편의치적선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파나마, 라이베리아, 마샬 아일랜드, 세인트 빈센트 등이다. 선진국 선박회사들이 자국에 선박을 등록하게 되면 그 나라 법률의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어 불편함이 있으므로 선박소유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하여 자신과 무관한 국가에 등록을 하게 되면서 편의치적선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금융의 목적으로 편의치적이 되는 것이 많다. 금융사들이 선박에 투자를 하게 될 때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편의치적사를 해외에 설치하여 그 편의치적사의 사실상 소유자가 되고 선박에 대한 저당권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저당권 실행 등에서 다른 채권자들보다 유리한 지위에 서기 때문에 편의치적선이 선호된다.



이러한 편의치적선은 한때 기준 미달선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퇴치운동이 벌어진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선박안전을 기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항만국 통제(PSC) 제도이다. 외국 선박은 외국의 법률의 적용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항만국의 영해에 입항하면 그 항만국의 안전검사를 받도록 하는 항만국 통제 제도를 국제사회가 적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항만국 통제 적용

각국이 취하고 있는 제도로는 부가등록 제도를 들 수 있다. 원등록은 그대로 두면서 2차적으로 자국민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등록을 하도록 하여 선박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제도로는 국제선박등록제도와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國籍取得條件附裸傭船)(이하 국취부나용선)제도가 있다. 국제선박등록제도는 우리나라 등록선박이나 국취부나용선에 대하여 국제선박에 등록하면 선원의 승선 등에 특혜를 주는 제도이다.

국취부나용선이란 용선자가 소유자로부터 20년 정도 장기간 어떤 선박을 빌려 운송에 투입하고 용선기간이 종료되면 그가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영업방식이다. 이들 선박은 곧 우리나라 선박이 될 것이고, 한국의 선원이 승선하는 등 실제 소유자인 우리 선박회사가 영업을 위하여 선박이 우리 항구를 많이 찾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우리의 안전 관련 규정을 이 선박에 적용하도록 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 이들 선박은 선박안전법에 따라 우리 정부의 건조검사, 정기검사 등을 받게 되어 있고, 선박안전관리체제(ISM Code)도 적용받는다.

용선 끝나면 소유권 취득

국취부나용선은 우리나라 선박이라는 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혼란이 일어난다. 사법적인 측면에서는 소유권은 여전히 편의치적 국가에 등기된 소유자에게 있음에도 나용선자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는 2016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한진 샤먼호 사고에서 크게 다루어졌다. 우리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안전에 대하여는 어떠한가? 단순나용선과 달리 국취부나용선이라고 하여 우리나라 해사관련 안전법이 모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그러한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들은 그 국가의 해기사면허를 가지고 승선을 하게 된다.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도 직접 적용할 수 없다. 비록 우리나라 선원들이 승선하여 해양사고가 발생하였지만, 해양사고조사권을 우리나라가 직접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선적국가가 행사하기 때문에 우리 해양안전심판원의 조사는 2차적인 것이 된다.

또 국취부나용선의 경우에 사고보고를 어느 국가에 할 것인지가 문제되고 있다.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사고보고는 선적국에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국가에 등록된 선박이 조난당한 경우 구조할 의무와 권한을 가지는 국가는 선적국이지 용선한 자가 속한 국가가 아니다. 필자의 견해로는 해사안전법(제43조 제1항)이나 선원법(제82조 제4항)에서 선박소유자에게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적선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명확하게 국취부나용선자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이 실제 선박소유자의 국적과 선박이 등록된 국가가 다르지만, 곧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국취부나용선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필자는 나용선등록제도의 도입을 주장해왔다.

반선될 때 원등록 부활

나용선등록제도는 편의치적국으로부터 나용선을 한 한국 운항자가 그 선박을 한국에 등록시키는 것이다. 이제는 안전부분에 대하여는 그 선박의 선적은 용선기간 동안 한국 선적을 취득하게 된다. 용선기간이 종료되면 반선될 때 원등록이 다시 부활하게 된다. 이는 싱가포르, 홍콩, 독일, 영국 등이 취하고 있는 제도이다. 소유권과 관련하여서는 여전히 원등록국의 법의 적용을 받는다. 말하자면 소유권 관련은 원등록국이 관할을 가지고 해사안전 관련 사항은 나용선등록국이 관할을 가진다.



나용선 등록이 된 선박은 한국 선적이므로 해사안전 관련 규정의 전면적인 적용이 가능하고, 우리 정부도 그 선박에 대하여 관할권 행사도 가능하다. 그리하여 용선기간 동안은 우리 국적선과 동일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용선을 한 선박에 대한 안전도 우리 국적선과 동일한 수준으로 향상되게 될 것이다. 사고보고도 기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에 해야 하고, 해양사고의 조사도 우리 해심원이 직접 행하게 될 것이다.



스텔라 데이지호의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선박의 노령화, 선적시의 육상과 선박에서의 주의사항, 안전기준의 강화와 철광석선의 설계기준 등에 대한 재점검과 확충을 선박안전 관련 법에 담아내고 이를 나용선에도 적용하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편의치적 국가인 등록국과 용선자의 국가인 우리나라 법률 중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 어느 국가가 관할을 갖는지에 대한 개념적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취부나용선은 등록 의무화 고려

나용선등록제도는 나용선자에게 우리나라 나용선 등록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제도이지만, 나용선 중에서도 국취부나용선의 경우는 나용선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이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국제선박등록법, 도선법 등 국취부나용선자가 가지던 이점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다양한 용선계약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더 철저하게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한다. 국취부나용선이나 단순나용선은 우리나라의 국익에도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국취부나용선은 우리나라 해상기업이 사실상 소유자이면서도 여러 가지 경영의 이점이 있어서 편의치적을 한 경우이고,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운항하고 있고 우리나라 선원들이 다수 승선하고 있다. 단순나용선의 경우도 정도는 국취부나용선에 비하여 떨어지지만 그와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용선 선박에 우리나라 해사안전 관련 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여 우리나라 국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된다. 현재 단행법으로 국취부나용선에 대하여 군데군데 우리 법을 적용하는 제도는 잘 운영되어 왔지만, 관련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이번 스텔라 데이지호 사고에서 노정되었다.

지배톤수 세계 5~6위

우리나라는 지배선단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하여 지배톤수가 세계 5위 혹은 6위라는 점을 크게 자랑하여 왔다. 그렇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는 등록톤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최근 자신들의 등록톤수가 대폭 늘어난 것을 자랑한다. 이들 국가의 등록톤수에는 나용선 등록톤수도 물론 포함된다. 이들 국가는 자신들이 안전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선사들이 등록을 위하여 자신들의 국가를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영업적인 측면의 톤수 개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편의치적선을 포함하고 있고, 안전의 측면에서 한계도 있다.

이제 스텔라 데이지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 측면의 톤수 개념인 나용선등록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여 선박안전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다.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선장, 한국해법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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