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무일 호' 본격 출범
검찰, '문무일 호' 본격 출범
  • 기사출고 2017.08.02 07: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명하고, 바르고, 열린 검찰'되자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주목
문무일 검찰총장이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을 검찰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7월 25일 오후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이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라며 제안한 내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7월 25일 취임했다. 문 총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을 검찰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에 대한 변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검찰의 모습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들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라며 내부비리, 정치적 중립성 미흡, 과잉수사, 반성하지 않는 자세 등 4가지를 들기도 했다. 앞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의 검찰개혁 과제가 어떻게 추진될 지 주목된다.

특히 '열린 검찰'은 수사권 조정을 감안한 검찰의 포석으로 풀이되며 주목을 받았다. 문 총장은 "형사사법에 종사하는 분들은 모두 범죄로부터 국가 공동체를 방어하는 동반자이자 협업의 상대방"이라며 "공동체의 안전과 행복, 인권보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는 데 어떠한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지 우리부터 마음을 열고 다가가자"고 주문했다.

'바른 검찰'에 대한 주문에서 나온 것이지만, "비효율적이며 지루한 문답식 진술 중심의 수사방식에서 벗어나 물적 증거, 분석 자료, 간명한 진술 중심의 효율적이고 기품 있는 수사를 통하여 수사당사자로부터 공감까지도 이끌어 내어 보자"고도 했다.

문 총장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수사하면서도 지나치지도 덜하지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들으며 존중하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며 "우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검찰수사와 결정에는 검사만이 간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과 정신을 국민에게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취임식에 법무부 간부들은 탈검찰화의 일환이라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대 검찰총장 취임식 중 가장 작은 규모라는 분석이 나왔다. 취임식장에 들어서는 문 총장을 먼저 본 검사 몇몇이 기립해 박수를 치려고 하자 문 총장이 "박수치지 마세요"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에 앞서 문 총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인사를 건넸고, 문 총장은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가 크다. 국민께서 검찰의 대 변화를 바라고 계신데, 그것은 검찰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를 바라는 애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사회정의의 중추인 검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도 그동안 한편으로는 노력을 많이 하면서도 정치적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불신이 생기고 근본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생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치적 중립성의 확실한 확보,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3가지를 거론하며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은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의지를 확실히 가져야 한다. 정치에 줄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묵묵히 업무에 임해온 검사들도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총장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로서의 답변을 보았는데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합리적 조정을 위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갖고 제3의 논의기구 구성 등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비리수사처 문제에 대해서도, "이것이 검찰 자체만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을 가진 고위공직자가 대상이고, 그 중에 검찰도 포함되는 것뿐이다. 과거 2002년경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 반부패기구로 출발했던 처음의 도입 취지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에서 문무일 총장은 "예전 선배가 가르쳐 준 시인데 이번 청문회를 거치며 생각났다"며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란다'는 내용의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의 한시(漢詩)를 인용, 여러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 총장은 대검 대변인을 통해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은 이슈를 놓고 여러 의원이 다양하게 이야기하니 (문 대통령은) 더 큰 정치를 하는데 얼마나 힘드시겠느냐는 의미에서 덕담을 건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