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제청 재야 변호사, 여성 법관이 주인공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제청 재야 변호사, 여성 법관이 주인공
  • 기사출고 2017.06.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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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변호사, 박정화 고법부장 제청여성 대법관 비율 3명으로 높아질 전망
재야 변호사와 여성 법관이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제청의 주인공이 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6월 16일 이상훈, 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조재연(61 · 사법연수원 12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와 여성인 박정화(51 · 20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법관 제청의 주인공이 된 조재연 변호사(좌)와 박정화 서울고법 부장판사
문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수용하면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를 국회에 요청하게 되며,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통한 국회 동의를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하게 된다. 조 변호사는 약 10년간 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1993년부터 24년 넘게 변호사로 활동, 재야 변호사 출신으로 분류되며, 박정화 후보자는 대법관이 되면 사상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대법원은 두 후보자의 대법관 제청과 관련,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두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면서 후보자 중 사회 정의의 실현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은 물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하였다고 판단한 조재연 변호사와 박정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하였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덕수상고를 나와 한국은행을 다니다가 성균관대 야간부 법학과를 거쳐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이후 1982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그는 서슬퍼런 전두환 정권 당시 여러 시국 사건에서 소신 판결을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1985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저항의식이 담긴 소위 '민중달력'을 제작 · 배포한 피의자들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행위를 혐의로 압수 · 수색영장이 청구된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여 영장을 기각하였고, 당시 유력한 사회과학 출판사의 하나인 일월서각이 12대 국회의 첫 번째 회기 종료 후 야당 의원 13명의 국회발언 속기록을 '민주정치1'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것에 대하여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경찰로 하여금 압수 · 수색영장을 발부받게 하고 경찰이 출판사 대표를 조사한 뒤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심에 회부한 사건에서 '국회의원의 발언을 수록 · 편집한 것만 가지고는 유언비어 유포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 1987년 동해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되었다가 귀환한 어부에 대한 간첩 혐의 사건의 주심판사를 맡아 증거관계를 면밀히 살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물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와 이를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들 사이에서 거래계약이 해지되지 않으면 연대보증기간이 자동 연장되도록 한 대리점 약관조항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고율 법정이율은 당사자가 재판에서 다투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동안에는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강원 동해가 고향이다.

박정화 부장판사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중앙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0년 서울행정법원의 첫 여성 부장판사가 된 데 이어 2013년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26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하여 법리에 해박하고 재판실무에 능통하며, 법과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구체적 사건에서 가장 적합한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은행이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된 내부통제점검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서 영업마케팅 및 내부통제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원보다 통근비, 중식대를 적게 지급한 것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여 같은 법 시행 초기에 통근비, 중식대 등이 차등적용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고,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당한 쌍용자동차 직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또 먼저 신고된 집회가 형식적인 '유령집회'이고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적다면 나중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 등을 통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방지하고자 노력하였으며, 남편이 숨진 뒤 '아내 상속' 관습에 따라 재혼을 강요당하고 재산까지 모두 뺏긴 케냐 여성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한국으로 도피한 나이지리아 남성을 난민으로 인정하여 외국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성적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 보호에 기여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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