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Placement'와 'Equal Justice Project'
'Community Placement'와 'Equal Justice Project'
  • 기사출고 2006.01.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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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예]
어느 날 로스쿨의 한 친구가 찾아와서 말하기를, 오늘 경찰차를 타고 경찰관의 일과와 법 집행을 견학하러 간다는 것이다.

◇조경예
이 친구는 'Law of Evidence(증거법)'을 수강하던 중이었는데, 졸업후 형사변호사(criminal lawyer)를 지향하고 있다.

오클랜드 로스쿨의 프로그램중에 'Community Placement'라는 게 있다.

먼저 내용을 설명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법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관공서, 경찰서, 세무서, 법원, 학교, 등의 기관에 가서 일정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함과 동시에 그 기관의 업무도 익히고, 실제로 법 적용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관한 좋은 경험을 쌓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강의실에서는 배우기 힘든 살아있는 법을 배우는 현장학습과 같은 것이다.

학생들에겐 또 이 프로그램이 나중에 어떤 분야의 법률가를 지향할 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정한 분야의 실무는 어떤지 직접 체험해보고, 진로를 생각하도록 미리 맛을 보게 해 주고 있는 셈이다.

방대한 양의 공부에 자칫 소홀해 지기 쉬운 사회참여를 이 프로그램이 경험하게 해 준다고 할 수 있는데, 졸업전 필수로 써 내야 하는 5개의 보고서 중 하나를 이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 있는 잇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학생들은 'Community Placement'를 지원하고 있으며, 학기 중에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게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방학중에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로스쿨엔 또 'Equal Justice Project'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고학년 학생들이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에서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법률 문제에 관한 상담을 해주는 제도이다.

여기엔 변호사들도 참여하는데, 학생들은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구해가며, 서로의 법률 지식을 묻기도 하고 의뢰인들과의 상담을 통해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법률 문제와 접하게 된다.

법제도로부터 떨어져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겐 'Equal Justice Project'가 법에 대해 접근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무료 법률 상담 외에 이민자나 난민들에 대한 법적 지위나 그들의 권리, 의무 등에 관한 조언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데 이 프로그램의 의의가 크다.

학교에서 강요하지도, 프로그램을 선전하지도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서 교과과정의 직접적인 혜택도 없다.

다만, 학생들은 프로그램 참가라는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를 보는 눈을 기르고, 법이 지식으로서 만이 아니라 실천적인 도구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점을 몸소 깨닿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장학금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잇점은 있다.

방학을 이용해 로펌 등에서 인턴을 하거나, 졸업후 로펌이나 회사 등에 취업할 때도 이런 경험이 좋은 인상을 주게 됨은 물론이다.

요컨대 로스쿨은 공부만 시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사회참여활동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그리고 이를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가지도록 훈련시키는 법률종합스쿨과 같은 곳이라고 하는 게 보다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새내기 변호사들이 적은 보수를 받고 흔쾌히 튜터를 하는 이유중의 하나도 이런 경험을 통해 봉사와 사회참여의 의식이 몸에 밴 때문 아닐까.

올해부터 오클랜드 로스쿨의 3학년 과정에 'Legal Research 2(법률조사방법론)'이 필수과목으로 신설된다고 한다.

신입 변호사들의 리서치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대형 로펌 구성원변호사들의 충고와 불만에 따른 배려라는 데, 그만큼 로스쿨 교육에 실무계의 목소리가 재빨리 반영되고 있는 것도 뉴질랜드 법조계의 특징이다.

◇필자는 이화여대에서 법학과 영문학을 공부한 후 동 대학원에서 수학중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로스쿨로 유학, 2학년을 마치고 3학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국내의 한 로펌에서 인턴십을 밟고 있습니다.

조경예(kcho130@ec.auckland.ac.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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