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L 2017 연차총회 참관기(2)
ASIL 2017 연차총회 참관기(2)
  • 기사출고 2017.05.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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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중재판정, 섬이란 무엇인가?
다음은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과정 2학기에 재학 중인 조훈씨의 2017 ASIL 연차총회 참관기이다. 111번째인 올 ASIL 총회는 지난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워싱턴에서 진행되었다.

◇미 국제법학회 2017 연차총회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렸다. 사진은 둘째 날인 4월 13일 진행된 'Compulsory Jurisdiction in International Dispute Settlement: Beyond David versus Goliath?' 주제에 대한 토론회 모습.


1. 4월 12일

1) Grotius Lecture: Civil Law Time: From Grotius to the Global War on Terror

2017 ASIL의 첫 날이자 첫 세션은 Grotius Lecture로 막을 열었다. Grotius Lecture의 주제는 Civil War로서, Armitage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강연에서 다룬 Civil War는 국제인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전의 범위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동 개념에 더하여 최근 발생하고 있는 비국가행위자 간의 교전, 나아가 국가행위자와 비국가행위자 간의 공격과 전투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강연에 따르면, 이와 같은 개념의 Civil War는 최근에서야 등장한 완벽히 새로운 개념이 아닌, 심지어 그로티우스의 『전쟁과 평화의 법』이 집필되던 때부터 끊임없이 존재했던 개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교적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내전의 속성이 변함없이 이어져 온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즉 과거와는 달리 전투의 양상이 변화되었기 때문에 19세기에 적용되던 규범이 현재에는 적용될 수 없어 학자들에게도 생소한 일종의 'Cinderella Subject'가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렇게 변화된,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양상의 교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Civil War Time'이 되었다. 기존의 전통적 유형의 전쟁은 일시적이기에 'war time'과 'peace time'의 구분이 가능했다면, 현재의 Civil War는 개시와 종결이 불분명하여 전투에서의 명확한 승리, 혹은 종전의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Armitage 교수가 설명한 Civil War의 독특한 점은 총 세 가지로, 1)불분명한 개전, 2)종전 시기의 불확실, 예측불가능 3)지속적인 재발이었다. 특히 이와 같은 전투의 유형은 1990년 냉전의 종식으로부터 활발하게 이어져 왔으며, 21세기 전쟁 중 대부분의 전쟁이 이와 같은 Civil War의 유형을 띤다고 하였다. 금번 회의의 주제가 Value인 만큼, 앞으로 현 상황에서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Civil War의 시기에 국제법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떠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발표를 마쳤다.



이에 대한 토론으로 Dudziak 교수의 질문이 이어졌다. 본 발표에서 Armitage 교수는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의 규범과 유형이 이와 같은 Civil War를 살펴보는데 유의미한 함의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Dudziak 교수는 남북전쟁과 달리 미국 원주민과의 전투에서는 그와 같은 규범이 적용되지도,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코멘트했다. 또 시리아, 아프간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이 시대에 더 이상 'peace-time'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세션은 2017 ASIL 전체를 여는 세션이었다. Civil War 자체는 그리 참신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또한 그로티우스와의 연관성 역시 깊게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적 관점에서 바라본 Civil War의 역사와 특징에 대한 견해는 매우 인상 깊었다. 나아가 역시 미국적 관점에서 바라본 원주민과의 전쟁 역사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질문했던 토론 과정은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2. 4월 13일

1) How International is International Law?

총회 두 번째 날 첫 회의는 국제법의 국제성에 관한 토의였다. Lauri 교수의 주재 하에 각 지역별 전문가 교수들의 국제법의 국제법성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먼저 Damrosch 교수의 발언이 있었다. Damrosch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국제법의 국제성, 즉 보편성(universality)를 가지는지, 그 함의는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과연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국제법의 보편성에 동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함을 언급하며, 국제법에는 다원적인 관할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ori 교수는 미국과 국제법의 보편성은 분명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미 대법원에서도 국제법상 법리를 참고하고 원용하는 사실은 국제법의 국제성, 즉 보편성의 존재를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Nmehielle씨는 아프리카 지역 측면에서 위 주제에 대해 발언했다. Nmehielle는 Damrosch 교수와 달리 국제법의 보편성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국제법을 보면 국가들의 관행은 제각기 다르며, 보편적인 가치나 보편성을 투영하고 있지 않음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국제법의 보편성은 존재하지 않는 한편 강력한 국가들(powerful nations)이 있으며, 이 국가들에게서 현재의 국제법이 뻗어져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법이 보편성을 가지기 위해선 공통의 법적 목적과 목표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국가들의 관행, 나아가 법리의 적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Infante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례를 중심으로 의견을 이어갔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법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등 독자적인 독특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현재 주요 국제법 조약의 비준국가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러시아, 특히 중국은 자국의 주권과 관련된 이슈에 중점을 보이고 있으며, 이 자세(stance)를 유지한 채 국제법 체계에 참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들은 국제법의 보편성을 수락하고 있는 한편, 앞서와 같은 체제를 자국의 주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 및 변형하며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션은 국제법의 국제성, 특히 보편성의 개념에서의 국제성을 다룬 세션이었다. 사실 국제법을 공부하면서도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국제적인(international) 속성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공부하고 있는 국제법의 특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세션이었다. 나아가 각 지역별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국제법의 보편성 역시 흥미로웠다. 그러나 미국과 동유럽 및 중국,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의 입장은 포함되었음에도 대다수의 아시아 국가, 남태평양의 군소 국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입장이 대변되지 못했던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2) Under Pressure: the Global Refugee Crisis and International Law

두 번째 세션은 난민문제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었다. 난민에 관한 이슈는 최근 복잡한 국제정세와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최근에서야 등장한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이에 각 발제자들은 난민문제와 국제법의 관계에 대하여 각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먼저 Acer씨가 미 트럼프 행정부와 난민문제에 관한 발표를 진행했다. 새로이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의 반 난민 행보는 전례 없는 것으로, 난민들의 정착과 기본적인 권리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새로운 변화라고 했다. 특히 지난 1월 25일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미국을 찾은 많은 난민들을 막는 한편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Achiume 교수의 발표에서는, 현대적인 개념에서 난민에 대한 정의가 사뭇 다름이 강조되었다. 우선 현재 난민에 대한 법적 체제는 국경을 초월한 테러리즘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와 달리 시민단체 등과 같은 비국가행위자들의 역할이 점차 증가하며 난민문제의 진단과 해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또 다른 변화의 특징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법의 주된 주체인 국가의 역할이 난민문제의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행위자임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Goodwin 교수는 현재의 난민문제는 예측가능성의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발표했다. 과거 국제연맹시절부터 1951년 난민협약으로 이어져 온 시대에서는 난민에 대한 지위와 권리의 측면만이 강조되었으며, 그 이상 예외적, 혹은 특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기존 국제법 체제는 난민문제를 적절하게 다루고 예측하는데 실패하였으며, 난민 지위의 문제에서 나아가 난민들의 이주 및 정착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어 해결이 요구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Afzal UN 난민 고등 판무관실 사무관은 현재 난민 수의 꾸준한 증가로 그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행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난민문제의 특징이 과거와 다르게 변화되고 있는 만큼 개별국가들의 대처가 아닌 국제사회의 집단적 행동(collective actions)이 구성되어야 하며, 난민문제 해결의 근간이 되는 1951년 난민협약체제의 현대화(modernization)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난민문제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다. 내가 이 세션에 참여한 이유는, 현재 정치, 경제, 인권 그리고 국제법 등 많은 영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난민문제임에도 그동안 공부를 거의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UN 사무관을 포함하여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으면서 난민문제가 가지고 있는 심각성을 조금 더 체감할 수 있게 되었고, 과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제법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지, 나아가 한국과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는 어떠한 자세가 요구되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세션이었다.

3) Debate: Compulsory Jurisdiction in International Dispute Settlement: Beyond David versus Goliath?

세 번째 세션은 국제재판소 관할권의 확장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세션이었다.

먼저 강제적 관할권을 통한 재판소 관할권의 확장에 대한 반대의 입장 측면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Juratowitch 교수는 강제적 관할권은 열성적이지 않은 국가들에게 있어 유용한 수단임을 인정하였다. 또 강제적 관할권은 국제재판의 1)권위(authority), 2)강제성(frocibility), 3)영향력/효과성(affectivness) 강화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별 재판의 상이성을 고려하지 않음에서 오는 부정적인 측면과 재판소의 그와 같은 작위에 따른 국가들의 이탈을 문제 삼았다.

Malintoppi씨는 재판소의 관할권 확장은 국제법 체계, 개별 조약 체계의 단일성(integrity)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사례로 1982년 체결된 유엔 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이하 UNCLOS)을 들며 동 협약 제288조 1항과 293조 1항의 대립을 예시로 들었다. 여기서 대립되는 조항의 양상은 해당 협약의 적용 가능성과 재판관할권의 성립성간의 대립인데, 이와 같은 양상만 보더라도 동일한 조약 체계에서의 단일성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관할권의 확장을 찬성하는 측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Hernandez씨는 국제법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재판소의 강제관할권을 통한 관할권의 확장은 1)국가의 일방적 선언에 의함으로 유보가 허용되지 않는 측면이 있으며, 2)그 자체가 당사국들의 의도에 부합하기 때문에 조약의 해석을 무리하게 넓히는 것이 아니고, 3)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1조, 32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부합하는 해석에 바탕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조약이란 단순히 문자(text)에 국한되어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더한 문맥(context)적 요소 역시 가미되어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소 관할권의 확장은 조약체계의 단일성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Tai-Heng씨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국제재판에 회부된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제소국이든 피제소국이든-조차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문제가 되는 특정 규범의 해석을 확장적으로 하며, 그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즉 이는 특정 조약의 해석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특정 조약문의 모호성(ambiguity)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재판소의 확장적인 관할권의 해석으로 강제재판관할권의 적용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게 될 것이며, 강대국(great powers) 조차 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응의 비용(non-compliance cost)으로 인하여 재판소의 결정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끼리의 토론이 아닌, 학자들 간의 온전한 형식의 토론은 처음 참관한 것이라 매우 기대가 컸었는데, 역시 이번 회의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흥미롭고 많이 배웠던 세션이었다. 특히 주제에 있어 입장의 차이를 넘어서, 각자의 근거와 논리를 설파하고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하였던 발표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너무나 멋지고 경외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재판관할권의 확대라는 주제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학자들의 열정적이고 열성적인 모습으로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던 세션이었다.

3. 4월 14일

1) The Regime of Islands in the Aftermath of the South China Sea Arbitration

세 번째 날 첫 세션은 작년에 있었던 남중국해 중재판정에 관한 세션이었다. 개인적으로 국제법 중에서도 해양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번 세션에 큰 기대감을 안고 참석하게 되었다. 이번 세션의 주제는 남중국해 중재재판에서 다루었던 많은 쟁점들 중 섬의 지위에 관한 주제로 한정되어 진행되었다.

이번 세션의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1)Whose island? 2)What is the feature of island? 3)What this feature affects toward delimitation? 그 중 두 번째인 섬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Oliver씨가 UNCLOS 조항의 섬의 지위와 관련된 조항을 간략히 설명하며 세션이 시작되었다. 협약 제121조 3항에 따르면, 섬은 인간의 거주가 가능하고 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만조시에도 해수면 위에 돌출되어 있는 지형을 의미한다. 이번 남중국해 중재판정에서는 무엇이 섬인지, 나아가 인간의 거주 가능성과 경제적 활동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졌음을 설명해주었다.

Mossop씨는 이번 남중국해 중재판정이 UNCLOS의 대상과 목적에 부합한 판결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즉 아무리 특정 지형이 어업이나 혹은 임시적인 거처로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곧 해당 지형에서의 생존이 외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함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섬으로서의 지위를 갖기 힘든 것은 자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외부의 지원(external supply)은 섬으로서의 지위 자격을 상실시키며, 이번 중재판정이 섬의 지위에 관한 높은 기준(high-bar)을 설정하였다고 평가했다.

Freestone씨는 협약 제121조 3항에서 언급된 인간의 거주가능성과 경제적 생활의 두 요소가 개별적인 것인지, 아니면 긴밀하게 연결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Freestone씨에 따르면 이 두 개념은 개별적인 것이 아닌, 긴밀하게 연결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남태평양 군도 국가들의 경우 섬의 크기는 작지만, 이들 군도 자체가 하나의 경제적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에 앞선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Guilfoyle 교수는 협약 제121조 3항의 목적은 각 국가들의 EEZ와 대륙붕 등 해양권원지형의 확장을 막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의 거주가능성이나 경제적 생활의 요건들은 UNCLOS의 협상 과정에서 역사적인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협약 제121조 3항에 관련된 관행이나 판례가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은 사실과 2007년 폴리네시아 연안 국가들의 기후변화 및 해수면 상승에 대하여 이들로 인한 해양지형의 변화는 앞으로 위 국가들의 해양권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2007 Polynesian Declaration 등의 내용에 대하여 공부해 볼 수 있었다.



이번 세션은, 올 해 총회 전체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세션이었다. 남중국해 중재판정이 가지는 무게감에 더하여 해양법에 대한 개인적인 학문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질문과 생각을 안고 위 세션에 참여했다. 개인적인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분야라 그런지, 세션이 진행되는 동안 집중하며 배우고 사고할 수 있었고, 사회자 및 발표자들의 의견에도 더욱 귀 기울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위 사건을 보고 들었던 많은 궁금증과 의문들을 이번 세션을 통해 해소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고, 또 많이 배웠던 세션이었다.

2) Military Intervention by Consent

두 번째로 참여한 세션의 주제는 동의에 의한 무력간섭이었다. 현재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문제와, 과거 논란이 되었던 많은 사건들과 관련이 있는 이슈였기에, 더더욱 일련의 사건의 중심에 있는 미국에서의 세션이었기에 많은 흥미를 안고 참여하게 되었다.

먼저 Deeks 교수가 동의에 의한 무력간섭을 이의 장단점을 통하여 그 영향을 설명해 주었다. Deeks 교수에 의하면 동의에 의한 무력간섭은 1)분쟁의 감소, 2)(동의를 통한) 영토주권의 존중, 3)분쟁적인 상황의 회피, 4)거래비용 감소의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동시에 1)국내적 측면에서 동의 자체의 모호성, 2)법적 논리의 모호성, 3)투명성의 문제 등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를 이은 Lieblich 교수도 동의에 의한 무력간섭을 몇 가지 수반되는 의문점을 통해 그 속성을 구체화하였다. 첫 번째는 '누가 동의를 할 수 있는가?'였다. 자국 내로의 무력간섭에 동의를 표한다면, 그 동의는 누가 표해야 하는지, 단순히 정부인지 아니면 일반 시민들, 혹은 내전적 상황을 가정할 때 반란군 역시 그 동의를 표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두 번째는 '언제 그와 같은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있는가?'였다. 단순히 특정한 상황이나 예외적인 사건에 대한 설정은 동의에 의한 무력간섭 전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한편 Taylor씨도 동의에 의한 무력간섭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것이 아무리 인도적 간섭이나 R2P의 형태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대상이 되는 국가가 반드시 그것을 허용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나아가 그와 같은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간섭을 누가 행위하며, 그의 권리를 가지는지 역시 논란이 됨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세션을 들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해당 국가에의 무력간섭의 동의를 누가 표할 수 있는가였다. 상기한 것처럼 그 동의의 주체로 가정해 볼 수 있는 행위자는 정부이지만, 내전의 상황일 경우 반란단체가 될 수도 있으며, 청중질문에서 제기된 것처럼 자결권에 의한 일반 민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국가에서 내전이 발생하고, 각기 다른 정부가 수립될 때, 한 쪽의 정부를 정부승인(government recognition)한 국가가 동의를 통해 무력간섭을 할 수 있을지 역시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ISIL과 같은 비정상적인 형태의 행위자가 등장한 현재의 시점에서 누가 동의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특히 무력간섭이라는 행위의 동의는 언제 정당화 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은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게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할 국제법 현안이라는 생각을 깊게 해 볼 수 있었다.

3) Regulating the Global Commons: The BBNJ Negotiations and Ocean Spaces Beyond National Jurisdintion

세 번째 세션으로 참여한 주제는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의 자원에 대한 담론이었다. 본 주제가 최근 들어 많이 다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앞으로 공부를 해 보고 싶었던 주제였기에 본 세션을 선택하여 참관했다.



먼저 Angel씨가 환경적으로 이 주제에 접근했다. 국제환경법과 UNCLOS, 그리고 생물 다양성 협약을 들며, 위 세 분야 모두 관할권 이원 지역의 자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범위한 UNCLOS에서조차 관할권 이원지역에 관한 내용은 잘 성안되어 있지 않으며, 나고야 의정서에서조차 그 범위는 제한적이라 평가했다. 이에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 공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후속세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Nevill씨는 어족자원에 중점을 두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2007년 UN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의 약 97%에 달하는 어족자원이 위기를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로지 전 세계 해역의 10%만이 각 연안국가의 보호수역으로 보호되고 있을 뿐, 그 외의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FAO에서 지역별 어업 공동체(Regional Fishing Community)를 형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각기 다른 조약체계와 복잡한 현실 상황으로 인하여 향후 발전이 더 도모되어야 할 것 이라고 발표했다.

Warner 교수는 현재 UNCLOS와 국제환경법에 존재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대하여 발표했다. UNCLOS 204조와 206조, 생물다양성협약 제14조 등에 존재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들, 특히 전략환경영향평가(Strategic Environment Assessment; 이하 SEA)와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 Impact Assessment; 이하 EIA)를 중심으로 진단을 이어나갔다. EIA와 SEA는 모두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SEA가 조금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전적인 접근방법을 취한다면 EIA는 특정 영역에서 한정된 방식으로 환경 영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다 효과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위해선 위 두 방식이 통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지만, 국가 관할권 이원의 지역에서 위의 조사들에 대한 비용 처리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동안 관할권 이원 지역의 자원에 관한 문제는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특징으로 인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세션은 기술적, 경제적 접근보다는 원칙적이고 법리적인 접근을 택하며 관할권 이원 지역의 자원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의 발제를 사용하였기에 조금 더 쉽고 폭넓게 해당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직 공부가 많이 부족하여 더 심층적인 문제의식까지 가지지는 못하였지만, 위 문제를 인지하고, 앞으로 발전과정에 대한 흥미를 가지기엔 충분한 세션이었다.

4. 4월 15일

1) The Value and Purpose of International Law



총회 마지막 날 첫 번째 세션으로 택한 주제는 국제법의 가치와 목적이었다. 국제법을 공부하고 있는 전공생으로서, 제가 공부하고 있는 이 학문이 가지는 가치와 나아가야 할 목적이라는 주제는 얼핏 진부한 주제인 한편 가장 중요하고 무게감 있는 주제였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먼저 Chibundu 교수는 국제법의 가치에 대한 담론을 제기했다. Chibundu 교수는 '법' 이라는 것은 문맥(context)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관점을 볼 때 그동안의 국제법은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보다는 서구적인 시각에서 보편화된(universalized) 가치를 추구해왔음을 강조했다. 이에 앞으로 국제법이 나아가야 할 길은 편향된 보편성이 아닌, 국제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철학이 투영된 보편성이 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Billiet 씨는 국제법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 평화를 강조했다. Lauterphact와 Hans Kelsen 등 국제법 학자들의 주장을 들며 국제법을 통하여 나아가야 할 길은 평화임을 이야기하였다. 여기서 Billiet 씨가 강조한 평화는 단순히 교전상태가 부재한 소극적 평화가 아닌, UN 헌장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포함하는 적극적 평화였다. 적극적 평화에 해당하는 인권존중, 협력, 소수자보호, 빈곤퇴치 등이야말로 국제법이 나아가야 하며 동시에 국제법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목표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발제한 Seller 교수는 국제법이 가치와 목적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정의라고 강조했다. 물론 Billiet씨의 말처럼 평화가 중요하지만, 정의 없는 평화야말로 로마시대의 'Pax Romana'처럼 파괴적이고 위험한 평화임을 이야기했다. 현재 전 세계의 법체계가 모두 정의를 추구하고 있음은 국제법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음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정의를 추구해야만 국제법 역시 법으로서 정통성을 갖추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eller는 단순히 서구적 가치에 편향된 정의, 혹은 몇몇 특정국가에 국한된 정의가 아닌, 모든 개개인에로의 정의임을 강조하며 모든 사람에게 공공의 선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국제법의 가치와 목적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어떤 것이 국제법의 가치를 드러내고 국제법의 목표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은, 상기했던 것처럼 얼핏 진부하고 지루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어느 교과서나 전공서적, 문서들도 각각의 가치와 목적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에서는 가장 잘 보이지 않지만, 부재한다면 전체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핵심 질문이기에 수십년 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학자들이 생각하는 국제법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많이 궁금했다. 이번 세션만큼은 각자의 세부적이고 복잡한 영역이 아닌, 모두가 국제법을 공부하는 동등한 학생의 입장에서 수많은 담론을 제기하고 의문을 가져볼 수 있었다. 앞으로 학자를 꿈꾸는 스스로에게 있어 내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목적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세션이었다.

2) Closing Plenary: Building Trust in International Law and Institutions

4일간의 학회 일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총회는 국제법에서의 신뢰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두 분의 재판관과, 두 분의 전문가를 모시고 진행된 마지막 총회에서는 국제법의 목적과 가치, 그리고 현재 당면한 과제를 신뢰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신뢰를 구축하고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지, 각각의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총회가 종료되고 난 후 Benjamin B. Ferencz씨에 대한 헌사가 인상깊었다. 변호사이기도 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Benjamin씨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담당했던 사람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감사와 경외의 표시로, 헤이그 시장이 그의 이름을 딴 거리 제정을 소개한 후 "세상을 변화시키고 국제법에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하며, 당연히 그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단호한 어조로 후속세대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큰 꿈을 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5. 참관 후기

총회 기간 4일을 포함하여 미국에서 보낸 기간은 나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 경험이었다. 가장 먼저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국제법 지식의 외연과 질적인 면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수업을 듣고 있었던 부분만이 아니라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국제법 이슈들을 듣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 현직 ICJ 재판관이나 남중국해 중재재판 재판관 등 국제법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을 통하여 겉으로 보이는 것 이면에 존재하는 많은 법리와 고민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점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참관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행사에 참여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열정과 지식의 깊이였다. 각각의 분야에 맞는 다양한 주제에서, 자신만의 근거와 논리를 자신 있게 주장하는 모습과 날카롭게 제기된 의문들을 당당하게 설파하는 모습은 정말 큰 충격과 깊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얼굴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애정은 그들과 같은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으로서 앞으로 내가 걸어 가야할 길을 제시해 주는 듯 했다.



또 미국이라는 큰 사회에서 국제법이라는 주제 아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공론들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물론 이 총회가 세계적인 행사인건 맞지만, 미국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국제법과 미국적 인식이 기본 바탕에 깔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듯 했다. 공통의 가치관과 관점을 공유하고 있는 사회에서 국제법을 주제로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큰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올 8월 서울에서 개최될 아시아국제법학회에 대해 더욱 큰 기대를 하게 되었고, 이번 미국국제법학회 연차총회에서 다뤄졌던 많은 민감한 주제들이 과연 아시아국제법학회에선 어떤 방향으로 다뤄질지 궁금증을 키우게 되었다.



이번 2017 ASIL 참관을 통해 내가 기울인 노력에 비하여 너무나도 큰 배움과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참관을 통해 배운 수많은 지식들과 느낀 열정들을 토대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조훈(서울대 법학대학원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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