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IBA 총회를 다녀와서
2005년 IBA 총회를 다녀와서
  • 기사출고 2005.11.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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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영 · 백윤재 변호사]
2005년도 IBA(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 국제변호사협회) 총회가 체코 프라하에서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 개최되었다.

◇황보영(좌), 백윤재 변호사
금번 총회에는 대한변호사협회를 대표하여 사업이사 백윤재 변호사와 국제이사 황보영 변호사가 출석하였다. 금번 총회에서는 7일 동안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ry)와 관련된 변호사의 보고의무에서부터 우주여행에 관한 법적 규제까지 약 170여개 주제에 관한 열띤 논의와 토론이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자상거래에 있어서 관할 법원을 정하는 헤이그협약이 중재에 있어서 뉴욕협약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소위원회에서 유영일 변호사가 헤이그협약의 체결 과정과 그 실천 내용에 관하여 발표를 하였고, 법무법인 광장의 이태희 변호사를 포함한 8명의 변호사가 참가하였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시간상 제약에 따라 다음의 세가지 주제에 대하여 집약적으로 참가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1. 법률구조(Financial Access to Justice)의 확대

법률구조, 즉 Financial Access에 대한 발표는 영국과 뉴질랜드, 캐나다를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 그룹과 보츠와나,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이라는 양쪽의 극단적 상황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유감스럽게도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였다.

선진국의 경우, 법률구조를 단순히 저소득층에 대한 법률비용의 지원 문제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법률구조를 넘어서는 사회적인 법률구조 사업의 확대, 단순한 비용 지원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법률 지원 서비스의 제공, 양적인 확대에서 질적 고도화로의 사업 전환 등을 법률구조 사업의 중점적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반면, 저개발국가들은 법률서비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하에서 기본적인 법률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양적인 문제에 여전히 고심하고 있음을 호소하였으며 선진국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하였다.

뉴질랜드의 법률구조 제도에 대한 발표에서 Marie Dyhrberg 변호사는 “뉴질랜드의 경우 법률 서비스를 받을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법률구조를 제공하기 위하여 형사사건의 경우 Legal Services Agency를 통하여 관선 변호 서비스(public defence service)가 실시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법률센터가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구조의 경우에도 일정한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이와 같이 당사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액이 높아 정작 법률구조가 필요한 저소득 계층이 법률구조를 이용할 수 없는 점을 현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한편, 브라질의 Bernardes Neto 변호사는 과거에는 “변호사들이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지원사업을 벌일 경우, 이는 다른 변호사들의 사업 활동(commercial ethics)에 어긋나는 행위로 지탄받았던 적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그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현재의 pro bono 활동이 정착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하였다.

본 위원회의 후반부 논의는 법률구조사업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에 집중되었는바, 각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결국 대부분의 재원은 결국 (i) 세금으로부터 얻어지는 할당금, (ii) 소송 과정, 법원 판결 등에 대한 특별세로부터 얻어지는 할당금, (iii) 변호사 자격 유지비로부터 얻어지는 할당금, (iv) 기업으로부터의 기부금 등이 주된 원천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각국 정부 및 세계은행 등 각 지역 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 변호사들의 자발적인 pro bono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였다.

한편, 변호사의 pro bono 활동 강화와 관련하여, 일정한 pro bono 활동 의무를 부과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변호사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가 상호 대립되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변호사법상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의무제도가 중점적으로 소개되었다.

2.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및 권한(Privilege and Professional Secrecy)

분쟁해결관련위원회(Dispute Resolution Section)에서는 변호사와의 의사소통과 관련된 내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관하여 의논을 하였다. 변호사와 고객 간의 의사소통에 대하여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그 비밀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변호사에게 부여하고 있는 반면,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비밀유지가 의무가 아니라 변호사의 특권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에, 다국가간 거래에서 권리와 의무가 상충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제중재전문가인 스위스 Bernhard Meyer-Hauser 변호사는 대륙법계 국가인 스위스의 예를 들어 변호사에게는 고객과의 교신 내용에 있어서 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설명하면서, 법정에서 변호사에게 고객과의 의사 교환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받을 경우에도 변호사는 이를 거부해야 하며, 만일 변호사가 이를 거부하지 않고 공개할 경우에는 변호사 스스로가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징계 내지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인도의 Dushyant Dave 변호사는 영미법하에서의 변호사와 고객간의 특권, 변호사 업무에 따라 작성된 서류들이 가지고 있는 비공개특권 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는 영미법상의 이러한 권리는 의무가 아니고 특권이기 때문에 고객의 동의가 있을 경우, 이를 포기하고 공개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어 Katherine Birmingham 변호사는 기업 내부 변호사가 작성한 문건에 대하여는 이러한 특권이 유지될 수 없으며, 단순히 기업 외부 변호사로부터 받은 문건에 한하여 이러한 특권이 인정됨을 설명하였다.

우리는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에게 업무상 취득한 지식에 대하여 그 비밀을 유지하도록 입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토론과정에서 설명하였고, 대부분의 대륙법 국가가 마찬가지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세계적인 자금세탁방지 관련 입법과 변호사의 의무(Exploring the challenges for lawyers presented by anti-money laundering legislation around the world)

자금세탁방지실천위원회에서는 EU내에 자금세탁방지법과 관련되어 설립된 Financial Action Task Force (‘FATF’)와 동 입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FATF는 전 세계적인 기구로서, FATF에서 제시하는 제안들이 EU를 포함한 각 국가들이 자금세탁방지 및 관련된 범죄와 테러에 대응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실천위원회 위원장 Stephen Revell은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EU의 공식적 지침(Directives)은 현재 법률전문가들이 처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중의 하나라고 전제하면서, FATF가 과거에는 법률전문가와의 별다른 접촉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IBA나 지역 변호사협회들과 같은 단체들과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려고 하고 있음을 밝혔다. FATF는 이미 40개의 제안을 내놓았으며 그 제안의 중요한 내용은 각 국가들로 하여금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입법을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들은 EU가 기제정한 3가지 공식적 지침들의 모체가 되었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국내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2001년도에 제정된 두번째 EU 자금세탁관련 공식적 지침은 변호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거래하는 고객들에 대한 주의 의무 강제 및 의심쩍은 거래가 있는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지침은 변호사들의 반발로 인해 아직 EU 지역에 광범위하게 실행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와중에 2005년 6월 7일 세번째 지침이 제정되었고 이 지침은 2007년 10월 20일까지 시행되도록 되어 있다. 이 세번째 지침의 내용 중 중요한 것은 변호사에게 고객에 대한 주의 의무를 강제함에 있어서 risk-based analysis(위험기준분석)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침은 다양한 정도로 시행되고 있으며 영국의 Proceeds of Crimes Act 2002와 같은 국내법에 의해서 보완되는 경우도 있다.

회의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계속해서 두번째와 세번째 지침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나 비밀유지 의무를 위협하고 있으므로 관련 조항들을 변경해야 하며 또한 그들은 위와 같은 지침들이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영국변호사협회의 회장인 Kevin Martin은, 변호사들은 자금세탁과 테러를 방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금세탁이 범죄자들에 의해서 악용될 수도 있는 약점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정부는 입법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 발표자들은 이 지침을 이행함에 있어 자신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하여도 토의를 하였는데, 영국 변호사들은 수상한 거래에 대하여 관계 당국에 신고한 이후 자신의 고객이나 다른 당사자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음으로 인하여 실무상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던 유연성이 박탈되어 버렸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일부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관계 당국에 넘겨준 정보들이 다른 관할국가로 공개될 수도 있고 또 형사적인 사건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 결과 그들의 고객이나 신고를 한 변호사 자신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 위원회에서는 변호사들이 자금세탁방지 관련 입법들에 대하여 승리를 거둔 사례가 소개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영국은 Bowman v. Fels 항소심 사건에서 “소송에서 변호사의 직업적인 특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3차 EU 지침에서 risk-based analysis(위험기준분석)가 사용된 것은 본 의무의 도입에 반대해 왔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승리로 간주된다.

Carlson은, 본 지침의 이행에 있어 실무상 변호사들이 갖고 있는 우려에 대하여는 인식을 같이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FATF의 대표자로서 그는, “비록 이것은 쉬운 과정이 아니나,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도 이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같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불법적인 자금이동에 대하여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하였으며, FATF의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EU Commission과 시행 국가의 담당기관들에 의해서 초안된 것일 뿐 아니라 해당 정부들은 FATF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이미 서명을 했고 그 내용을 180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부연했다.

황보영 변호사 ㆍ 변협 국제이사, 백윤재 변호사 ㆍ 변협 사업이사◇대한변협신문(11월14일자)에 보고서의 형태로 실린 글을 변협의 동의아래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