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적자 사업부 폐지 따른 정리해고도 해고회피 노력 다하지 않았으면 무효"
[노동] "적자 사업부 폐지 따른 정리해고도 해고회피 노력 다하지 않았으면 무효"
  • 기사출고 2016.06.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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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일진전기 근로자들에 승소판결"대체 일자리 제공 등 좀 더 배려했어야"
적자가 계속되는 사업부를 폐지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더라도 회사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장순욱 부장판사)는 6월 2일 전기기기와 부품, 변압기, 케이블 등을 제조하는 일진전기(주)가 "근로자 박 모씨 등 6명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2015구합70874)에서 "해고는 무효"라고 판시, 일진전기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씨 등이 피고보조참가했다.

2008년 7월 1일 설립되어 상시근로자 약 945명을 고용하고 있는 일진전기는 안산(반월)공장, 수원공장, 홍성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고, 박씨 등은 일진전기에 입사하여 안산(반월)공장 통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다. 그러나 일진전기가 2014년 10월 적자가 누적되던 통신사업부 폐지를 결정, 같은해 11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생산직 근로자들을 업무적합성, 임금, 근태, 회사공헌도에 따라 평가한 후 그 중 7명을 재료사업부 등으로 전환배치한 데 이어 다음달 전환배치 대상에서 탈락한 박씨 등에게 '사업부 폐지에 따라 경영상 해고한다'는 내용의 해고통지를 했다. 이에 박씨 등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해고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근로기준법 24조에 따른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만을 인용, 일신전기와 박씨 등이 재심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일신전기가 "해고는 유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폐업에 따른 통상해고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원고의 각 사업부는 생산하는 제품이 다르기는 하나 본사가 경영을 총괄하여 경영주체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그 중 수원 전선공장에 소재하는 전선사업부와 안산(반월)공장에 소재하는 재료사업부 및 통신사업부는 모두 원고 산하 전선사업본부 산하에 편제되어 있고, 특히 통신사업부와 재료사업부는 동일한 공장 내에 소재하여 인적 ㆍ 물적 설비가 독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통신사업부는 존속하는 다른 사업부와 독립한 별개의 사업체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통신사업부를 폐지한 것은 사업축소에 해당할 뿐 사업체 전부를 폐업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폐업의 경우 통상해고가 가능한 데 폐업이 아니므로 통상해고로 볼 수 없고,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 즉, 정리해고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 부당해고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그 경영의 사업체 전부를 폐업하고 이에 따라 그 소속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기업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단결권 등을 방해하기 위한 위장폐업이라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부당노동행위가 된다고 할 수는 없고(대법원 1992. 5. 12. 선고 90누9421 판결 참조), 사용자가 영위하던 사업 중 일부만을 폐지하였더라도 폐지한 사업과 존속하는 사업이 독립한 별개의 사업체로 볼 수 있어 사업의 일부 폐지가 단순한 양적 축소가 아닌 독자적 사업 부분 전체의 폐지에 해당하는 경우 위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리해고 요건과 관련, 해고를 위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통신사업부의 손익정상화를 위해 고정비 절감 등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이나 그럼에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적자를 기록하여 누적 적자액이 104억원에 달하였는데, 이는 국내 유선통신망 기반구축이 대부분 구축되고 무선통신망이 발전하면서 유선 케이블의 수요가 감소하고, 생산설비의 과잉에 따른 상품가격의 하락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향후 시장상황이 좋아지리라 예측할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며 "원고가 통신사업부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원고 회사 전체의 경영상황까지 악화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에게 통신사업부를 축소 내지 폐지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진전기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통신사업부 직원들을 정리해고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선사업부, 중전기사업부의 직원채용 공고를 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전환배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많고, 노동조합은 원고와 비상경영안 수용 여부에 대해 협의를 하면서 재료사업부를 포함한 3조 2교대, 통신사업부 3조 2교대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현재 근로형태(2조 2교대)를 유지하는 경우 매월 급여수령 후 30%의 임금을 자진반납하는 방안도 제시하였으나, 원고는 자신들이 마련한 비상경영안을 관철시키려고만 하였고, 노동조합이 끝내 비상경영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자 그 직후 통신사업부를 정리해고하기로 하였다"며 "통신사업부는 매출액과 소속 근로자수가 원고 회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정도로 그 비중이 크지는 않으나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통신사업부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업 전체의 경영상황마저 악화될 우려도 있어 통신사업부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이나, 원고 전체 매출액이 1조원에 달하고, 국내 전선시장에서 3위권을 지키고 있는 등 원고의 규모에 비추어 6명의 참가인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일진전기의 매출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이 기간 동안 통신사업부의 매출도 대체로 감소 추세에 있었으나, 일진전기는 2013년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직원들의 기본급을 인상했고, 2014년의 경우 그 인상율이 9.5%에 이른다"며 원고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회사공헌도에서는 양호한 점수를 받은 박씨 등이 임금 항목에서 대폭 낮은 점수를 부여받아 전환배치 대상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전환배치 대상자나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정리해고와 관련해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는 인정되나, 정리해고가 유효하기 위한 나머지 조건 즉 해고회피 노력이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정리해고 대상자의 선정,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박씨 등에 대한 해고를 유효한 정리해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24조에 따르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가능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또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노조 등과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이 일진전기를, 박씨 등은 법무법인 중앙법률원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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