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른 법정구조
나라마다 다른 법정구조
  • 기사출고 2005.10.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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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변호사]
선진국의 사법제도와 개혁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 3국을 방문하고 왔습니다.

◇김선수 변호사
각국의 각급 법원과 법정, 사법행정기관, 법무부 및 변호사회 등 14개 기관을 방문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자료를 얻어 왔습니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료를 통해서 파악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았고, 또 그 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점도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한 가지 확인한 것은 어느 나라나 그 나라의 독특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어느 한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프랑스는 확실한 행정 우위의 사회로서 법대졸업자 중에서 법관, 검사, 변호사를 각각 별도로 선발하고 양성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스페인은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데 법대만 졸업하면 변호사자격을 주되 판사와 검사는 별도로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영국은 입법과 사법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여 최고재판소를 상원인 귀족원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개혁작업이 현재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세 나라 모두 일정한 형사사건에서 일반시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법관과 배심원 및 피고인 또는 변호인과 검사의 좌석 등 법정구조가 모두 달랐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9명의 배심원이 3명의 법관과 함께 법대 위에 나란히 앉고 2명의 예비배심원은 그 뒤에 앉으며, 검사는 법대와 같은 높이로 법대 옆에 앉고 그 맞은편에는 법원서기가 앉으며, 변호인과 피고인은 법대 밑에 법대를 마주보고 피해자 및 그 대리인과 나란히 앉는 구조를 취하였습니다.

스페인의 경우에는 법대 위에는 법관만이 앉고 9명의 배심원과 2명의 예비배심원은 법대 옆쪽으로 2열로 앉고, 검사와 변호인 및 피고인은 배심원을 마주보고 검사가 법대 쪽으로, 변호인과 피고인이 방청석 쪽으로 나란히 앉는 구조를 취하였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법대 위에는 법관만이 앉고 12명의 배심원이 법대 옆쪽으로 앉는 것은 스페인의 경우와 동일하나, 검사와 변호인은 법대 앞에 법대를 마주보고 나란히 앉으며 피고인은 별도로 방청석 중간쯤에 마련된 칸에 앉는 구조를 취하였습니다.

우리의 경우 사개추위에서 지난 5월에 일반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결한 바 있습니다.

법정구조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의 과정을 거쳐 3명의 법관이 법대 위에 앉고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은 법대 옆쪽으로 앉으며 검사는 배심원 쪽에, 변호인과 피고인은 그 맞은편에 검사를 마주보고 앉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어느 것과도 다른 우리만의 제4의 형태를 선택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법정구조도 또 다른 하나의 훌륭한 구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의 제도나 그 나라의 독특한 역사적 산물로서 우리가 이를 참조하고 또 이로부터 시사점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개추위가 마련한 개혁방안에 대해 외국의 제도를 짜깁기한 국적불명의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법제도개혁의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과거와 현재이고, 지향점은 국민이 주체로서 참여하고 국민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법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향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일부 외국제도가 참조되기도 하고 모방되기도 하였을 것이나, 우리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였기 때문에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 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yeominla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