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종속적 관계에서 업무수행한 미등기임원은 근로자"
[노동] "종속적 관계에서 업무수행한 미등기임원은 근로자"
  • 기사출고 2016.05.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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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동양 전 임원들 승소"동양시멘트 전 부회장은 비근로자"
상무보, 이사대우 등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했어도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았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김우진 부장판사)는 4월 22일 (주)동양에서 상무보, 이사대우 등 미등기임원으로 일하다 해임된 정 모씨 등 7명이 "자신들은 근로자에 해당하고, 서면 통지 없이 해고했으므로, 해고는 무효"라는 등의 주장을 하며 동양의 회생관리인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5나2017454)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정씨 등은 근로자"라고 판시, "해고는 무효이고, 정씨 등에게 해고기간 중 받지 못한 임금 총 11억 1000여만원을 지급하고, 복직시키는 날까지 매달 504만~85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은 동양시멘트의 이창기 전 대표이사 겸 부사장과 나종규 전 부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소송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 · 기각했다.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동양의 관리인은 11월 4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이유로 4부문 10본부 5담당 20공장이던 기존 조직을 5본부 6담당 20공장으로 축소하고 그에 따라 담당 직책이 사라진 정씨 등을 포함한 12명의 임원을 11월 30일자로 해임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임원 인력조정 및 급여조정'의 시행을 법원에 신청, 허가를 받았다. 해임일자에 앞서 11월 16일 동양에서 퇴사한 정씨 등은 "동양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데 서면 통지 없이 해고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와 함께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정씨 등은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동양으로부터 매월 고정적인 급여를 수령했고, 급여의 항목은 '기본급', '기준상여', '자가운전보조비', '식대'로 구성되어 있다. 또 임원에 대한 기본급,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비는 대표이사가 결정했으며, 정씨 등은 동양그룹에 입사한 때로부터 퇴직시까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매월 고용보험료를 납부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정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먼저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지급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 · 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동양의 정관 제29, 30, 35조에 의하면 이사는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되고, 3년의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이사회에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원고들은 회사의 인사발령에 따라 이사대우 또는 상무보의 직위로 승진되었을 뿐,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 선임되거나 임기가 정해져 있거나 이사회에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임원 승진 당시 별도의 위임계약이 체결된 바도 없고, 원고들은 전결권이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상사인 대표이사(직위는 부사장 또는 전무), 본부장(직위는 상무보) 등의 지시 · 결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였고, 구두 또는 서면으로 업무내역을 보고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동양 각 부문별 전결규정에 따르면, 사업계획의 확정, 투자계획 수립, 예산의 편성 · 확정, 추가예산의 승인, 일정액 이상의 비용집행 등 경영상 중요 사항의 전결권은 상무 이상의 직위에 있고, 이사대우 및 상무보는 담당 팀 · 현장 · 본부 단위의 계획이나 예산 범위 내의 비용집행 등에 대한 전결권을 가질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들에게 사무실과 함께 각종 사무집기, 비품 등을 제공하였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등으로 근무시간을 지정하였으며, 해외출장 · 휴가시 계획서를 작성하여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도록 하였다"며 "원고들이 비록 상무보 또는 이사대우로서 임원의 직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들이 상무보 또는 이사대우 등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임원에게 적용되는 보수와 퇴직금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았고, 차량, 접대비 등에 관하여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우대를 받은 사정만으로는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소로써 보수를 청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지적하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서면으로 그 사유 및 시기를 통지하여야 하는바(근로기준법 27조), 동양이 정씨 등에게 서면으로 해고의 사유를 통지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따라서 정씨 등에 대한 해고는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법도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피고가 원고들을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정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은 법무법인 공존, 동양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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