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확인 어디까지 해야하나
임대인 확인 어디까지 해야하나
  • 기사출고 2005.08.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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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석 변호사]
얼마전 선고된 임대차 보증금 사기에 관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광석 변호사
집 주인의 신분증을 위조해 전세금을 가로챈 부동산사기 사건에서 신분 확인을 게을리한 채 임대차 계약 체결을 중개한 중개업자에게 8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인데, 사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모 사기범은 임대인과 월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알게 된 임대인의 신분을 이용해서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후, 마치 자기가 임대인 본인인 것처럼 행세해 그 집을 전세임대하는 것으로 중개업소에 내놓고, 이를 알지 못한 중개업자를 속여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7000만원을 가로채 도망가 버렸다.

이에 임대차보증금을 떼이게 된 임차인이 중개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이와관련, 중개업자에게 80%의 높은 책임을 인정한 데 관심이 쏠리고 있나본 데 이보다도 부동산거래에서 부동산을 처분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함에 있어 중개업자가 어느 정도까지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종전까지의 법원 판단은 거의 대부분 '매매 사기'에 관한 사례에 집중되어 왔다.

즉, 법원은 부동산등기부 등본상의 소유자의 신분증이나 등기권리증을 위조한 사기범행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중개업자의 책임 한계를 판단함에 있어, "중개업자는 매도자가 부동산소유자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등기권리증까지 소지하고 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등기권리증과 같은 서류의 확인은 잔금지급시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할 시점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반면 '임대차' 계약에 있어 임대인의 신분을 위조한 사기 범행의 경우는 중개업자가 임대인의 신분을 확인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이번 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

임대차계약의 경우에도 매매계약에서 그동안 법원이 판단해 오던 '계약체결 당시부터 권리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등기권리증 확인의무'가 그대로 적용될지 하는 것이 쟁점이었는데, 이번에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수차례에 걸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의 계약체결 당시부터 매도인에게 등기권리증을 지참하고 나오라고 냉정(?)하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중개업계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계약체결 당시부터 매도인의 등기권리증 소지 여부의 확인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매계약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비중이 적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매매계약에서와 동일한 잣대로 임대인의 신분확인을 위해서 임대차계약 당시부터 신분증 이외에 등기권리증과 같은 서류의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중개업계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첫 자리부터 임대인에게 등기권리증을 소지해 달라고 요구해야하는 '현실'을 중개업계로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고, 이번 판결은 바로 이러한 점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금액의 다소에 불구하고 임대차계약 체결시부터 임대인의 등기권리증까지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중개업자에게 발생하게 된다.

앞으로 이 판결을 놓고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최광석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으로 있으며, 특히 부동산 관련 분쟁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본지 편집위원(lawgate8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