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훈 변호사의 'CEO를 위한 변호사 활용법'
김향훈 변호사의 'CEO를 위한 변호사 활용법'
  • 기사출고 2015.06.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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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변호사 사용법"의 저자로 유명한 김향훈 변호사가 2015년 6월호부터 "CEO를 위한 변호사 활용법"을 연재합니다. 기업이 변호사를 선임할 때의 주의사항과 변호사를 잘 활용해 궁극적으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의 노하우를 냉철한 분석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김향훈 변호사
전에 사건처리를 해 준 적이 있어 잘 알고 지내는 회사 법무팀 직원들이 찾아와 그 회사의 소송사건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다. 나는 내심 그 사건이 나에게 올 걸로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었다. 그런데 웬걸? 이미 소송대리인이 정해져 있고 1회 변론 기일까지 진행했다는 것이다.

전화 걸기도 신경 쓰여

문제는 사건을 수행 중인 변호사가 사장의 친구라는 데 있었다. 직원들은 속 편하게 물어보지도 못하는데다 사건처리 방향도 다르고 별로 성실한 것 같지도 않아 매우 불편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뭐 좀 상의하려고 전화하면 '재판갔다', '상담중이다'. '골프친다'는 등의 답답한 대답만 돌아왔다. 사장님 친구여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자주 거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하였다.

중소기업에서 소송사건이 발생하면 아직도 자신의 친구 중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사장님들이 있다. 사장의 나이는 50대이고 동창회에서 만나는 변호사 친구들은 부장판사나 부장검사를 하다가 나와서 개업한 변호사일 것이다.

사장은 회사의 흥망을 좌우하는 위협적인 소송을 앞두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친구를 찾아간다.

"우리 회사에 이런 일이 터졌는데, 네가 잘 좀 수습해봐."

사장은 학창시절 자기보다 훨씬 공부를 잘 했던 그 변호사를 무한히 신뢰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법무팀과 현업부서 직원들의 고난이 시작된다. 사장의 고교동창인 그 변호사를 어찌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겠는가?

직원들은 온갖 서류를 다 정리해서 제공하고, 회사 돈도 갖다 바치면서 사장 친구인 그 변호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 '사건 처리가 왜이리 늦어지냐. 왜 준비서면 초안이 아직도 안 나왔느냐?'는 등의 닦달도 쉽게 못한다. 그저 "변호사님이 잘 알아서 해주십시오"라고 할 뿐이다. 사건 해결의 방향과 방법론에 대하여 변호사와 약간 다른 의견을 말했다가 엄청 혼나고 잔소리만 듣고 돌아오기도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일꾼"

이래가지고서는 도무지 사건처리가 안 된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일꾼이다. 사장이나 이사 등 결정권자로부터는 사건처리의 기본방향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현업부서로부터는 사건의 근본적인 발생원인을, 법무팀으로부터는 기술적인 진행방향을 듣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변호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므로 마구 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회사의 일을 수주받아 일하는 거래업체 중 하나다. 위임인인 회사는 변호사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변호사는 그에 대하여 신속하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사건을 위임받은 변호사의 임무다. 그런데 사장님 친구 변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앉아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으니 원만하게 일이 돌아가겠는가.

게다가 사장의 친구 변호사는 만능이 아니다. 사장에게 그 친구는 머리 좋은 영민한 친구라는 기억이 남아있겠지만 그 변호사 역시 하나의 기능인에 불과하다. 모든 법률문제에 정통하기는 쉽지 않고 어쩌면 한, 두 분야만 많이 아는 게 보통이다. 이를테면 사장 친구가 피부과 의사라면,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와 같은 질병이 생겼는데 친하다고해서 그 피부과 의사하고만 상담할 수 있겠는가?

생산성을 높이려면 경쟁을 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여건이 된다면 사장 친구 외에도 젊고 유능한 변호사, 특정분야에 밝은 변호사 등 최소한 3명 이상의 고문변호사를 두고 소정의 자문료를 매달 지급하는 것이 좋다. 이들에게 성실성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물론 1년간 선임하되 언제든지 해촉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입찰 부치는 것도 방법

특정 소송사건이 생기면 이들 고문변호사에게 사건 전망과 해결책에 대한 의견서를 쓰게 한다. 그런 다음, 이들의 의견서를 법무팀과 현업부서에서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사장 기타 의사결정권자가 변호사를 선정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문변호사와 외부의 변호사를 상대로 사건전망, 수임료 등이 포함된 사건처리 제안서를 쓰게 하여 입찰에 부치는 것도 좋다.

다만 너무 저가의 수임료를 써 내거나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는 피해야 한다. 승소를 자신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그 근거를 물어보고 간단히 정리하게 한 뒤 이를 다른 변호사에게 검토시켜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은 변호사 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져 근거없이 승소를 장담하여 사건을 유치하려는 변호사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전문성이 부족한 사장의 친구에게 사건을 맡겼다면 사장은 다음과 같이 조치해야 한다. 즉 직원들에게 "소송진행 과정과 관련하여 해당 변호사 사무실에 당당하게 자료준비와 준비서면 초안 작성을 요구하라. 진행방향에 대하여도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그게 타당하지 않은 것이라면 왜 타당하지 않은지 변호사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아내라"고 지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 회사가 소송사건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무수한 사건 중 하나

그 사건은 당사자인 회사에게는 존립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지만, 변호사에게는 여러 무수한 사건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변호사가 사장의 친구라고 해도 다른 사건들도 있기 때문에 닦달하지 않으면 특별하게 신경쓰기 어렵다. 변호사를 효율적으로 괴롭혀야 사건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낙하산인 변호사를 괴롭히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선임했다면 낙하산이라도 과감하게 괴롭혀야 한다.

김향훈 변호사(센트로 종합법률사무소, kimhh-lawy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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