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블루오션 전략
변호사의 블루오션 전략
  • 기사출고 2005.08.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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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호 변호사]
개업 변호사 수 7,000명 시대를 맞은 지금, 지난 10년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법무법인들이 탄생했음을 알게 된다. 2005년도 회원명부에 등재된 전국의 법무법인이 283개에 이르고 있는데, 국내 최대 법무법인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이 80년대 후반에 태동한 것을 생각하면 법률문제에 관한 한, 법률전문가들은 정말 민첩하게 발전해 온 것이 틀림없다.

◇서석호 변호사
그렇다면 과연 이와 같은 법인화의 공과(功過)는 무엇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過’는 별로 찾기가 어렵고, 법률 서비스의 다양화, 선진화, 대형화, 전문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功’만이 떠오른다. 그만큼 지난 10년간 변호사 업계의 실질적인 화두는 법무법인화 내지는 대형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필자가 개업하던 1988년 초부터 몇 년 사이에 이런 대형화에 동참했던 친구들은 벌써부터 대형 법무법인의 상급 파트너가 되어서 부러울 정도의 안정적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향유하는데 비해 필자와 같이 대형화라는 시대의 조류에 부응하지 못했던 변호사는 더욱 열악해진 환경 속에서 홀로 또는 한두 명이 한달 한달을 어렵게 꾸려가고 있다.

변호사들에게 있어 앞으로 10년은 무엇이 시대적 요구일 것인가?

지나고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지만,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 어차피 개인적으로 얻은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또 개인적 편견(?)을 더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필자는 감히 ‘전문화’라고 단언하고 싶다.

그런데 필자가 말하는 ‘전문화’는 누구나 선뜻 말하는 전문화와는 좀 다른 것이다.

법률가로서 형사법 전공, 행정법 전공, 상법 전공, 외국법 전공 등 큰 영역의 분류가 아니라 아주 ‘좁고 깊은 분야의 전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큰 분류가 형사법이라면 기업범죄, 더 나아가 임원들의 범죄, 더 깊이 들어가 이사회 결의와 관련된 형사책임 문제, 또다시 더 세분화하여 M&A 관련 이사회 결의와 관련된 형사책임문제에 관한 전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바람직한 전문화는 스포츠를 즐기는 변호사가 스포츠 관련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데 특별히 프로 야구 관련 법규 중에서 스카우트 관련 법을 전공하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변호사가 예술작품 관련 법률 중 현대미술 작품의 거래나 전시에 관한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 경우일 것인데, 이는 자신의 취미와 직업이 일치하기 때문에 즐기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변호사가 각종 수용시설에서의 인권문제나 -그것도 수용된 자가 고아, 노약자, 노숙자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서 전문가가 되면 더욱 좋고, 전기 전문가, 발전 전문가, 핵 전문가, 공해 전문가 … 등 무수히 많고 한도 없이 넓은 전문화 공간이 변호사들 앞에 있다.

감히 ‘전문화’가 향후 10년간 ‘대형화’에 앞서는 변호사 직업의 트렌드가 되리라고 장담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정보화에도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사회화로 인해 법률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정통한 전문 변호사를 찾아내기가 점점 수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대형 법무법인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러시아어를 잘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러시아회사와 분쟁이 생긴 국내 업체는 그 변호사를 찾아서 적절한 일을 맡기고자 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좁고 깊은’ 전문화는 개인적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에 더하여 흥미를 가지고 장기간 자료도 수집하고 관련 업계의 사람과도 만나고 운이 좋으면 재정이나 법률 자문도 해 보는 등 상당한 정도, 아니 상대적으로 다른 어느 변호사보다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법률가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참여하고, 기여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변호사 7,000명 시대에서 나아가 10년 후에 변호사 15,000명 시대가 되더라도 변호사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것이다.

요즘 김위찬 박사가 주창한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데 그 요지 역시 남들이 하지 않는 나만의 영역을 개척하면 경쟁 없이도 성공한다는 것이다. 우리 변호사들은 지금 변호사 수난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 변호사 각자가 나만의 블루오션을 찾아 내어 잘 가꾼다면, 국민이 변호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모든 영역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서석호 변호사(대한변협 재무이사 · shseo@sntlaw.co.kr)

◇'인권과 정의' 7월호에 실린 글을 서 변호사와 변협의 양해 아래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