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재조와 재야 사이
멀고 먼 재조와 재야 사이
  • 기사출고 2004.05.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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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사법개혁위원회의 발걸음이 빨라지는가 하면 재조, 재야를 불문하고 앞다퉈 열리고 있

는 토론회도 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대법원은 물론 변협과 주요 법과대학 등에서도 잇따라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김진원 기자
그런데 기자가 토론회를 취재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법원과 검찰로 대표되는 재조와 변호사등이 주축이 된 재야법조계의 의견이 서로 다른 것이야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그 입장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원래 한 뿌리에서 나온 세개의 솥다리가 법조 3륜인데,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입장차를 넘어 상호불신마저 팽배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도 없지 않다.



얼마전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재야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였는데, 대법원장의 사법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개선엔 동의할 수 없다는 논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비법관출신의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든가, 대법관 3명씩으로 구성하는 6개 전문부의 대법관중 1명은 반드시 비법관출신 대법관이어야 하며,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엔 법관 출신에 대한 극도의 불신마저 엿보였다.

그후 며칠지나 만나본 한 고위직 법관은 얘기 끝에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두는 것처럼 대법원 사건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변화엔 변호사들의 단체인 변협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자신있게 내놓았다.

하급심에서 지면 "하급심 판사들이 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의뢰인을 진정시킬 수도 있고, 비즈니스로서의 대법원 사건 수요가 만만치 않은데 대법원 사건이 줄어든다면 내용이 무엇이든 변호사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양측 주장의 당부를 따져 보자고 벌써 꽤 지난 이야기를 새삼 들춰내는 게 아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함께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리 만큼 극과 극의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재조와 재야의 관계가 안타까와서 하는 말이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흔히 법조 3륜이라며 한가족처럼 이야기하지만 재조와 재야 사이엔 커다란 강이 하나 놓여있는 것 처럼 멀게 느껴진다.

이번 사법개혁 논의중엔 법조일원화도 하나의 범주로 들어가 있다.

법관 임용방식을 바꿔 경험있는 변호사중에서 법관을 임명하자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또 대법원의 구성에 잇어서도 법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나 법학교수등 이른바 시민 사회형 대표의 진출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어차피 법조라는 하나의 큰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바에야 보다 긴밀한 수준의 법조일원화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대법원도 법조일원화의 견지에서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임명해 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불신하는 양 입장차가 커서야 보다 진전된 수준의 법조일원화가 이루어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법조일원화를 외치기 전에 재조와 재야는 서로에 대한 이해부터 높이는 노력이 앞서야 겠다는 바람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