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소송으로 번진 로펌 이적 율촌-염정혜 변호사 서울-뉴욕서 소제기
국내외 소송으로 번진 로펌 이적 율촌-염정혜 변호사 서울-뉴욕서 소제기
  • 기사출고 2013.07.1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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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제의 때 얘기와 다르다"재판관할, 손배책임 등 쟁점
"3개월만에 로펌을 퇴사했으니 계약체결 보너스 1억원과 자동차, 서류들을 반환하라."

"국제중재 공동팀장을 맡긴다고 해서 합류했는데, 사건을 매니지하는 권한을 주기는 커녕 수임해 온 사건을 승인하지 않았으며, 국제중재회의 참여 등도 견제했다. 신뢰의무 위반(breach of fiduciary duties) 등에 따른 징벌적 손해를 배상하라."

국제중재 분야에 이름이 높은 염정혜(44) 미국변호사의 로펌 이적을 둘러싸고 국내 주요 로펌과 그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염 변호사 사이에 서울과 뉴욕에서 잇따라 소송이 제기돼 뜨거운 뉴스가 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로펌의 외국변호사에 대한 대우, 영입과정, 로펌의 고용계약 실태 등이 상세하게 드러나 더욱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이번 분쟁은 국내 로펌업계의 뜨거운 시장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국제중재 분야에서의 로펌간 수임 경쟁, 인재영입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염 변호사는 연세대 졸업 후 국내에서 경제신문 기자로 근무하다가 조지타운 로센터(JD)로 유학, 1999년 뉴욕주 변호사가 된 성공한 여성으로 자주 소개된다. 듀앤모리스(Duane Morris)에 이어 베이커앤맥켄지(Baker & McKenzie)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하며 한국 기업 등 아시아 회사들을 대리해 중재사건을 많이 수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입사 10년만에 미국 유명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 한국 여성의 '유리천장 깨기'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소시엣(associate) 때인 2006년 잠시 광장에서 근무하기도 한 그녀는 지난해 9월 고교 동창이기도 한 율촌의 김세연(44) 변호사의 제의를 받아들여 율촌의 외국변호사로 합류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지법 판사 등으로 근무한 후 2001년 광장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으나, 2005년 율촌으로 옮겨 국내외 쟁송, 국제중재 등의 업무를 주로 다루며 송무그룹의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염 변호사는 김 변호사로부터 율촌에 합류하면 국제중재팀의 공동팀장으로 활동할 것이며, 국제중재업무를 리드할 권한과 클라이언트 확보를 위한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합류조건엔 한국변호사 파트너와 똑같은 권한과 대우에 대한 보장도 들어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율촌은 염 변호사와 맺은 고용계약서에 따라 염 변호사에게 계약체결(signup bonus) 보너스 1억원(세전 기준)을 지급했으며, 첫 두해 동안 해마다 세전 5억원의 확정급여를 지급하며, 두번째 해에 염 변호사의 업무성과 등에 따라 적어도 5000만원(세전)의 성과급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 외에도 율촌은 율촌의 다른 파트너 변호사들이 받는 것과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2013년식 렉서스 GS350 승용차를 법인의 자동차로 구입해 기사와 함께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자동차 구입비용과 자동차 관련 제세공과금을 염 변호사의 세전 급여에서 공제하는 조건이었으며, 기사의 급여 중 일정 부분 역시 염 변호사의 세전 급여에서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염 변호사는 1억원의 계약체결 보너스와 관련, 세금 등을 빼고 54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염 변호사가 율촌에 합류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염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율촌에서 자신을 어소시엣 정도로 취급하며 의미있는 수준으로 국제중재업무를 리드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것. 그녀는 뉴욕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한국변호사 파트너의 승인 없인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 조차 금지되고, 율촌의 기존 중재사건 파일에 접근하는 것도 거부되었으며,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제중재 관련 회의 등에 참석해 발표하는 활동 등도 견제를 받았다"며, "업무가 다른 변호사들이 작성한 영어서류를 수정하는 정도로 제한되고, 심지어 파트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율촌의 한 변호사는 외국변호사를 대우하는 국내외 로펌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부분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제한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한 상황에서 국내 로펌의 외국변호사들이 파트너에 걸맞은 경제적 대우 등은 제공받으면서도 파트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국내 로펌에서 활동하는 외국변호사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공식적인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염 변호사는 또 김세연 변호사가 율촌행을 권유하면서 제시한 율촌 국제중재 공동팀장으로서의 역할 등이 모두 김 변호사가 허위로 꾸며낸 거짓이었다며 김 변호사도 이점을 인정했다고 문제삼았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염 변호사에게 영입제의를 했을 때 국제중재사건에 대한 전권을 약속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염 변호사는 율촌에서 국제중재팀의 시니어 변호사로서 당연히 모든 사건 파일을 열람할 수 있었다고"고 반박했다. 또 "변호사법상 외국변호사를 정식의 구성원 변호사로는 영입할 수 없다"면서, "다만, 이와 유사한 경제적 대우는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염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중순 율촌을 떠나 광장 국제중재팀의 공동대표로 옮겼다. 그러나 국내외에 소송이 제기되며 그녀의 로펌 이적을 둘러싼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율촌이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15일 염 변호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정산금 등 청구소송을 내며, 지난해 9월 지급한 계약체결 보너스 1억원과 렉서스 승용차, 염 변호사가 율촌에서 복사해 가져갔다고 주장하는 수십개 파일의 반환과 함께 파일 사본의 폐기 및 파일에 포함된 정보를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염 변호사는 자동차는 소유한 적도 운전한 적도 없으며, 율촌이 주장하는 서류들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원고인 율촌은 법무법인 현이 대리하고 있으며, 염 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염 변호사는 또 뉴욕에서 염 변호사가 전에 근무했던 듀앤모리스의 변호사를 통해 김세연 변호사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배심원 재판을 제기했다. 4월 25일 율촌이 아닌 김 변호사 개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염 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잘못으로 3년 전부터 일하고 있는 베이커앤맥켄지에서의 좋은 기회 및 함께 일하자고 했던 뉴욕에 있는 유명 로펌들의 제의를 저버리게 된 것과 국제중재분야에서의 평판 손해 등 경제적, 비경제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경제적 보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두 건의 소송은 특히 소 제기단계부터 관할문제가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였던 것으로 나타나 또 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염정혜 변호사는 뉴욕에서의 소송 진행과 관련, "뉴욕주 변호사이기도 한 김세연 변호사가 뉴욕에서 규칙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고, 내가 주장하는 많은 불법행위가 뉴욕에서 일어났고, 뉴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뉴욕 법원에 관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율촌은 뉴욕 법원에 재판관할이 있을 리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관할문제가 서울중앙지법에 먼저 소를 제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율촌은 소장에서 "로펌 퇴사에 따른 정산 내역을 받은 염 변호사가 '오히려 더 받을 돈이 있으니 괴롭히지 말라'며 듀앤모리스를 통해 뉴욕에서 배심원 재판을 제기할 것이라는 취지의 서신을 보내 왔다"고 소개하고, "미국에서 소가 제기될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해 불필요한 거액의 변호사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게 될 것이 명백해 소를 제기했다"고 적시했다. 율촌의 한 변호사는 또 "국내외에서 함께 소가 제기돼 관할문제가 다투어질 경우 먼저 소가 접수된 법원에 관할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점을 감안한 선제소"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염정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율촌을 떠나 광장으로 옮기며 기자에게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s) 문제가 조정이 안 되어 옮기게 되었다. 율촌에서도 이런 사정을 이해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율촌 합류 이후 국제중재팀에서의 역할 등과 관련, 상당한 갈등이 있었으며, 이런 갈등이 로펌을 옮기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소제기 사실 등이 보도되는 가운데 율촌과 염정혜 변호사 측이 합의를 모색하고 있어 재판관할 문제나 손해배상책임 등의 소재가 서울과 뉴욕의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법률시장 개방 등에 따라 외국변호사의 국내 활동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이번 소송은 국내 로펌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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