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 전 재판관의 판결읽기
권성 전 재판관의 판결읽기
  • 기사출고 2013.04.08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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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12 , 5 ·18 사건 등 소개
'항장불살(降將不殺)'. 판사 출신인 권성 언론중재위원장하면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2 · 12 반란 및 5 ·17, 5 ·18 내란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며 밝힌 양형이유다.

◇결단의 순간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전두환의 참월하는 뜻을 시종 추수하여 영화를 나누고 그 업을 이었다. 그러나 수창한 자와 추수한 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감일등해 징역 17년에 처했다.

또 간통제 위헌제청 사건에서 "윤리적 비난의 대상일 뿐이고 형법상의 죄는 아니다"는 소수의견을 냈고,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합헌 쪽에 서는 등 '소신 있는 법관'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위헌결정에서 8대 1로 위헌결정이 내려졌을 때 위헌의견을 낸 그는 헌재가 1년 뒤 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에 대해 7대 2로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합헌의견을 냈을 때도 위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외에도 그는 40년간 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근무하며 친일파의 토지소유권에 대한 판결, 박종철 유족에 대한 신원권 판결,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등 중요한 결정과 판결을 많이 남겼다. 판결 640여개, 헌재 결정이 280여개라고 한다.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특히 한자성어나 한시를 인용해 판결의 설득력을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판사 시절 관여한 주요 판결과 헌재의 결정을 일반인도 알기쉽게 풀어 쓴 책을 펴냈다. 인하대 로스쿨 초대 원장시절 조교로 활동한 신정현 변호사와의 공동저작으로, 법조인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던 어려운 판례를 알기 쉽게 정리하여, 일반대중과 학생들이 사고를 정리하고 판단력을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

신 변호사는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판사는 판결을 남긴다"며, "판례를 읽어보는 것이 결단을 위한 판단력을 기르는 훈련에 좋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결단의 순간을 위한 권성 전 헌법재판관의 판결읽기》다.

12 · 12, 5 ·18 사건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5분간 법정을 촬영하도록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던 당시 권성 부장판사는 1분만에 시간이 모두 지난 것으로 착각하여 기자들을 법정 밖으로 내보냈다고 한다. 그만큼 긴장 속에 진행했던 재판이며, 모든 판결엔 판사의 고뇌가 담겨있다.

책은 '도둑놈과 사기꾼 중 누구를 보호해야 하나' '사기와 상술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등 개인과 관련된 문제에서부터 12 · 12, 5 ·18 사건 등 국가적 문제에 관한 사건까지 다양한 내용의 판결과 결정을 소개한 후 풍부한 해석을 곁들이고 있다.

권 위원장은 법원행정처 송무국장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장 등을 거쳐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하대 로스쿨 초대 원장을 역임했으며,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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