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해고무효소송에 져 복직시키면서 일반사무직 아닌 단순 노무직 발령 무효"
[노동] "해고무효소송에 져 복직시키면서 일반사무직 아닌 단순 노무직 발령 무효"
  • 기사출고 2013.03.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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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정당한 이유 없어"
해고무효소송에서 패소해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종전에 근무하던 일반 사무직이 아닌 단순 노무직으로 발령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강형주 부장판사)는 3월 7일 진 모씨가 A사를 상대로 낸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2012카합3124)을 받아들여 "전보발령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진씨는 2007년 5월 A사에 입사하여 유통팀장 등의 업무를 담당해오던 중 2011년 3월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회사에서는 전염가능성 등의 이유로 진씨를 해고했다.

이에 진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자 회사는 해고처분을 취소하고 6개월간 무급휴직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의 사이에 '진씨가 회사에 진단서 등 의사소견서를 제출하고, 회사가 진단서 및 의사소견서에서 폐결핵이 완치되었고, 전염의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무급휴직을 취소하고 진씨를 원직복직시킨다'는 내용의 화해가 성립되었다.

진씨는 2011년 10월 '결핵에서 완치되었고 현 상태에서 전염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의 대학병원 명의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A사는 그러나 2012년 2월 '위 진단서만으로 진씨가 결핵에서 완치되었다고 볼 수 없고, 전 직원의 60%가 진씨의 복직을 반대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진씨를 해고했다. 진씨가 소송을 내 해고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A사는 2012년 11월 진씨를 복직시켰으나, 종전의 사무직으로 발령하지 않고, '마케팅팀 물류 담당 파트로 발령되었으니, 김포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서울 노원구에 집이 있는 진씨는 해고되기 전에는 서울 강남에 있는 본사로 출근했으나 물류센터가 있는 김포로 출퇴근하며 전보발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A사는 물류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신청인이 위 물류센터에서 물류 기획 업무를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나 A사가 신청인에게 그와 같은 업무 지시를 하였다거나 신청인이 A사의 물류센터에서 근무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데다가, 물류센터에서 위와 같은 업무를 담당할 대상자를 신청인으로 선정하게 된 구체적인 기준에 관하여는 별다른 주장, 소명이 없다"고 지적하고, "전보발령 시 신청인에 대하여 사전에 동의를 구하거나 신청인의 의사를 타진한 바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는 회사의 본점 근로자들 다수가 신청인의 복직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신청인이 결핵에서 완치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전보발령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에 대한 전직발령은 그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반하여 신청인에게 미치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상당하다고 보이고, A사는 전직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였다"며, "이 사건 전직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전직발령이 이루어진 경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전직발령은 신청인을 A사의 본점으로 출근시키지 않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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