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과 규모의 경제
로펌과 규모의 경제
  • 기사출고 2005.02.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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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을 운영하는 변호사들을 만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화제중의 하나가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수에 관한 고민이다.

◇김진원 기자
작은 규모의 법무법인은 작은대로, 변호사가 1백명 이상에 이르는 대형 법률회사는 또 그 나름대로 매년 신입변호사 채용 규모를 따져본다.

혹자는 중소 법무법인의 경우 **명이 최적 인원으로 이를 넘어서면 종래의 매니지먼트로는 관리가 쉽지않은 대형화의 단계로 넘어선다고 인원수를 특정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1백명 이상의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국내법률시장의 규모에 비춰볼 때 국내 로펌의 규모는 좀 더 커져도 아직 여지가 있다는 말로 규모 확대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선 소속 변호사 수의 증가는 일종의 투자라고 보아야 한다.

변호사 급여는 물론 변호사가 늘어난 만큼의 사무실 공간 확보가 필요해 이에 따른 임대 보증금과 월 임대료의 추가적인 발생, 지원 인력 증원에 따른 여러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매년 10여명씩 변호사를 늘려가고 있는 대형 법률회사에 따라서는 직전 해에 이에 필요한 예산을 미리 유보시켜 대비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대신 변호사 수 증가는 비용 부담 증가 이상의 매출 확대를 가져오는 게 보통이다.

성장세를 타고 있는 법률회사를 보면 해마다 매출도 늘고, 변호사도 늘고, 사무실도 1개층씩 늘려가는 등 규모 확대의 선순환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해당 법률회사가 맡아 처리하는 사건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대형 법률회사의 경우 변호사가 늘어 났으나 일의 수요가 이를 커버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대형 법률회사일수록 사건의 수요 공급은 이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법무법인이나 개인변호사들에 비해 상황이 좋은 편인것 같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법무법인의 경우도 "변호사가 추가로 확보됨에 따라 이제 우리도 대형 딜 등을 맡아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변호사 수 증가에 따른 수요 확대를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바로 이런 수요를 염두에 두고 변호사를 늘리거나, 다른 법률사무소와의 합병을 통한 전격적인 규모 확대를 검토하는 곳도 없지 않다.

여기에다 대형 로펌들 사이의 사건 수임 경쟁에 있어선 '일단 덩치가 큰 데 맡기고 보자'는 식의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 로펌의 변호사는 "대기업체의 경우 규모가 손가락안에 드는 몇몇 로펌이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건을 맡길 선임 대상 후보로도 아예 검토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는 말로 업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경제학에 나오는 '규모의 경제'란 생산설비를 늘려 생산량을 증대시키면 평균비용이 낮아져 경쟁력이 높아지는 원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법률회사 운영에 있어서는 일단 덩치 큰 곳이 좋다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로펌업계에선 언론 매체 등에 규모를 비교하는 기사가 나가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단순히 규모만 따져 법률회사의 우열을 가리고 이를 기준으로 사건 선임대상을 선정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시장참여자의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전문성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경쟁력이 소속 변호사 숫자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른 법률회사와 합병을 해 성장을 계속하고 있거나 합병을 추진중인 법률회사만 보아도 '섭외 로펌'과 '송무 법무법인'의 결합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의 세불리기를 시도했지 단순히 몸집만 키우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대형 로펌이건 중소 법무법인이건 시장의 이같은 수요 변화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변호사 수만 늘렸다간 오히려 불어난 체중이 짐이 되는 악순환이 우려될 것이다.

법률회사마다 앞다퉈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진정한 의미의 '규모의 경제'가 빛을 발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