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라오지' 상표 분쟁의 교훈
'왕라오지' 상표 분쟁의 교훈
  • 기사출고 2012.10.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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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변호사]
'왕라오지'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양차(凉茶)브랜드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008년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내 캔음료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했고, A. C. 닐슨에 따르면, 2007년 하반기부터 중국 캔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를 추월하였다. 2011년 베이징브랜드자산평가유한공사의 평가에 따르면, 왕라오지의 브랜드 가치는 1080.15억 위안(한화 약 19조원)에 달한다.



◇중국 글로벌로펌에서 한국업무...
그런데 최근 중국 최고 브랜드인 왕라오지가 분쟁에 휩싸였다. 왕라오지 양차의 역사가 이번 분쟁의 뿌리이므로, 왕라오지 양차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왕라오지의 역사는 1828년 창업자인 왕택방(王澤邦)이 광저우의 십삼행로 정원가에 양차점을 개업하면서 시작되었다. 양차점의 장사가 잘되자 세 아들은 광저우에 양차점을 속속 개업하였다. 그 후 판매지역을 광동, 광시에서 후난, 장시, 상하이까지 확대하고, 멀리 베이징, 하르빈까지 진출했다. 이어 동남아 각국과 미국 등 해외에도 점포를 개설했다.

1828년 광저우에서 창업

1949년 신중국이 성립되자 왕라오지는 둘로 갈라졌다. 광저우의 왕라오지약창(王老吉藥廠)은 국유화된 후 광저우양청약창(廣州羊城藥廠)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중에 광야오집단(廣藥集團)에 귀속되었다. 한편 홍콩의 왕라오지는 홍콩왕라오지국제가 운영하는데 가족기업의 틀을 유지한다. 현재는 제5대전인인 왕건의(王建儀)가 홍콩왕라오지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는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타이완, 일본, 마카오,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 30여개 나라와 지역에 '왕라오지' 상표를 등록해 놓았다.



해외 30여곳에 상표등록

한편 홍콩과 광동에서 음료관련 사업을 하고 있던 홍다오집단(鴻道集團)의 천홍다오(陳鴻道)는 왕라오지의 제5대전인과 왕라오지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보자는데 의기투합한다. 이를 위하여 중국 국내에서 왕라오지 상표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광저우양청약창과 접촉하여 '왕라오지' 상표를 1995년부터 15년간 독점적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1997년에는 광야오집단이 홍콩에 상장하면서 광저우양청약창은 광야오집단의 산하로 들어갔다.



자회사 자둬바오 설립

중국 국내상표의 사용권을 취득한 후 홍다오집단은 왕라오지사업을 위한 자회사 자둬바오(加多寶)를 설립했다. 자둬바오가 생산 판매하는 왕라오지제품은 '홍색캔' 제품으로 붉은색 바탕의 캔에 황금색으로 '왕라오지'라는 상표를 한자로 쓰고, 검은색의 테두리를 한 디자인이다. 자둬바오의 중국내 왕라오지사업이 처음에는 순조롭지 않았지만, 펩시콜라의 마케팅 인원들을 스카우트하는 등 전국적인 채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하여 2002년대 이후부터는 사업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2003년에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광고모토인 "상화(上火)가 겁나면, 왕라오지를 마시자(怕上火, 喝王老吉)"를 내놓으며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열을 내리는 음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04년부터는 유일한 전국지상파방송인 CCTV에 광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의 원촨대지진(文川大地震)때는 가장 앞장서서 1억 위안(한화 약 180억원)이라는 거금을 쾌척하여 네티즌으로부터 "왕라오지를 모두 마셔서 없애버리자"라는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왕라오지는 연평균 93%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중국 최고의 브랜드로 수직상승했다.

연평균 93% 성장

자둬바오의 '홍색캔' 왕라오지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게 되자, 자둬바오와 광야오의 양측은 나름의 준비를 했다.

우선 자둬바오측은 2010년으로 만료되는 계약기간을 연장하고자 시도했다. 2000년에 체결한 양사간의 제2차 상표사용계약에 따르면, 상표사용기간은 2010년 5월 2일까지였다. 광야오집단의 총경리였던 리이민(李益民)은 2001년 8월과 2002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천홍다오로부터 각 100만 홍콩달러의 뇌물을 받고, 2002년 11월 제1차 보충계약을 체결하여 계약기간을 2013년까지 연장해 주었다. 그 후 2003년 6월 리이민은 다시 천홍다오로부터 홍콩에서 100만 홍콩달러의 뇌물을 받고, 같은 달 제2차 보충계약을 체결하여 계약기간을 2020년까지 연장해 주었다. 그런데 2004년 리이민은 뇌물사건이 발각되어 구속된 후 형을 선고받고, 천홍다오는 보석으로 풀러난 후 홍콩으로 도주해 버렸다. 이 사건은 향후 보충계약의 효력을 둘러싸고 광야오측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뇌물사건으로 형사처벌 받아

광야오집단에서는 '왕라오지' 상표가 인기를 끌자, 자신들도 직접 양차사업을 진행하고자 했다. 광야오집단과 자둬바오측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한 후, 왕라오지약업에 자둬바오측이 지분참여하여 합자회사로 만들어 '녹색팩' 왕라오지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합자회사인 왕라오지약업에는 홍콩동흥약업이 외국인투자자로 지분참여했는데, 홍콩동흥약업의 주주는 홍콩의 여러 명망가들이지만, 천홍다오가 막후의 실제지배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쌍방은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쌍방은 향후 국내외의 왕라오지사업을 통합하려는 계획이었다. 왕건의는 자신이 가진 해외의 왕라오지상표에 대한 사용권을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광야오집단에 라이센스하였으며, 광야오집단과 왕건의는 향후 합자회사에 중국 국내외의 '왕라오지' 상표권을 이전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광야오집단, 자둬바오, 왕씨 후손의 3자간에 왕라오지의 국내외통합에 관한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자둬바오가 생산하는 '홍색캔' 왕라오지와 왕라오지약업이 생산하는 '녹색팩' 왕라오지는 시장에서 구분되게 하기 위하여 포장, 가격, 채널을 구분하여, 홍색캔은 3.5위안/병, 녹색팩은 2.0위안/팩으로 가격을 설정하고, 녹색팩은 주로 슈퍼마켓 등 가정용으로 판매한다. 그렇기는 해도 양자는 동일한 브랜드명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매체에서는 이를 '홍록지쟁(紅綠之爭)'으로 불렀다.

녹색팩의 일방적 패배

그러나 약간 쓴 맛의 녹색팩은 시장에서 그다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여 자둬바오 홍색캔의 일방적인 승리, 왕라오지약업 녹색팩의 일방적인 패배로 귀결되었다. 2011년의 매출액을 보면, 동일한 왕라오지 상표를 사용하고 있지만, 홍색캔은 160억 위안에 이르는데 반하여 녹색팩은 19억 위안에 불과하다.



당초 순조로웠던 양측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첫째, 자둬바오가 광야오집단과 상표사용기간을 연장하는 2건의 보충계약을 체결할 때 리이민에게 제공한 뇌물이 낮은 상표사용료와 함께 문제되었다.

상표사용료 인상 요구

보충계약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연간 상표사용료는 450만 위안이고, 2011년 507만 위안으로 올라가며 2020년에도 537만 위안에 불과하다. 이에 대하여 광야오집단은 매출액의 0.09%에 불과한 상표사용료가 터무니없이 적다고 생각하여, 자둬바오에 상표사용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광야오집단은 녹색팩 왕라오지를 생산 판매하는 합자회사인 왕라오지약업으로부터 받는 상표사용료가 매출액의 2.1%인 것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낮다고 여긴 것이다.

이는 중국 국유기업의 민감한 이슈인 국유자산 유실의 문제와 연결되었다. 그리하여 광야오집단 측에서는 상표사용기한을 연장한 당해 보충계약은 뇌물을 제공하고 체결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으며, 원래의 주상표 사용계약에 따라 상표사용기간은 2010년 5월의 기간만료로 만료되었으니, 그 이후의 상표사용료는 재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간 8억 위안(매출액의 약 5%)의 상표사용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자둬바오는 기존 보충계약에 따라 2020년까지 상표사용권을 가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상표사용료 인상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둘째, 광야오집단과 자둬바오는 '왕라오지' 브랜드를 둘러싸고 전략상의 차이를 드러냈다. 광야오집단은 우선 왕라오지약업에서 녹색팩 왕라오지 이외에 '바이윈산(白雲山)' 양차까지 생산 판매하도록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자둬바오와 왕건의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 또 광야오집단은 '왕라오지' 상표를 양차뿐 아니라 '대건강식품'의 개념으로 확대하고자 하였다. 2011년 3월 광야오집단은 '왕라오지' 브랜드의 비양차제품의 운영권을 광량실업에 라이센스했고, 약주, 약용화장품, 보건제품, 식품, 운동기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바이윈산 양차도 판매

왕라오지 브랜드를 이렇게 확장하는데 대하여 자둬바오와 왕건의는 마찬가지로 격렬하게 반발했다. 왕라오지 브랜드를 마구잡이식으로 아무 제품에나 붙이는 것은 결국 브랜드가치를 떨어뜨리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주상표 사용계약의 기간이 만료되면서 첨예화된 쌍방의 갈등은 결국 중국사상최대의 상표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혈투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제1라운드는 상표권분쟁이다. 광야오집단은 2011년 4월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CIETAC)에 중재를 신청하여, 2건이 보충계약이 무효이고, 상표사용기간이 2010년 5월에 만료되었음을 확인해줄 것을 청구했다. 광야오집단은 2건의 보충계약이 자둬바오가 광야오집단의 총경리 리이민에게 300만 홍콩달러의 뇌물을 제공하여 체결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보충계약 무효 주장

중국의 계약법 제52조에는 "악의적으로 결탁하여, 국가, 집단 혹은 제3자의 이익에 손해를 끼친 경우…계약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요건을 입증하기 위하여, 광야오집단에서는 리이민 뇌물사건과 보충계약 체결간의 관계 및 이로 인하여 광야오집단이 입은 손실에 대하여 3건의 평가보고서까지 제출하였다. 보고서 중 손실금액을 가장 높게 평가한 것에 따르면, 광야오집단의 손실이 3억여 위안에 달하는데, 이는 상표사용료를 광야오집단과 왕라오지약업간에 체결한 매출액의 2.1%로 계산하였을 때의 손실금액이다.



이에 대하여, 자둬바오 측에서는 천홍다오에 대한 광저우인민검찰원의 수사가 종결되었다는 점, 광야오집단이 국유기업이라고 하여 민영기업보다 강하게 보호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반박하고, 보충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5월 9일 중재판정

2011년 11월부터 중재심리를 시작한 후 2012년 5월 9일 CIETAC는 광야오집단의 손을 들어주고, 자둬바오에 왕라오지 상표 사용을 중지하도록 판정했다.



중재판정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불복하는 절차는 중급인민법원에 중재판정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중재판정취소소송에서도 패소하는 경우에는 집행이의(不與執行)의 소까지 제기하는 것이다. 본건의 경우에도 자둬바오는 5월 17일 북경시 제1중급인민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7월 13일 자둬바오의 신청을 기각했다. 자둬바오가 중재판정취소의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하여는 대체로 중재판정취소소송이 끝날 때까지 강제집행을 정지시켜 시장에 이미 출시된 '왕라오지' 브랜드 제품을 소화시키고, '자둬바오'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는데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고 인식되고 있다. 자둬바오는 집행이의의 소까지 제기하진 않았다. 이로써 제1라운드는 광야오집단의 완승으로 끝났다.



자둬바오, 신규중재 신청

그런데 자둬바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행보를 하나 더 보였다. 돌연 제3의 상표사용계약을 들고 나와 상표 사용기한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신규 중재를 신청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 상표사용계약은 이전 중재에서 문제되었던 2건의 보충계약이 아닌 별도의 것으로, 2003년에 체결되었으며 계약기간이 2013년 1월 19일까지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상표사용계약에 대한 광야오집단의 설명은 이렇다. 즉, 제3의 상표사용계약은 2건의 보충계약을 상표국에 등록하기 위하여 준비한 정부등록용 계약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2건의 보충계약이 무효이면 그에 기하여 준비된 정부등록용 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상표만 다른 홍색캔 격돌

제2라운드는 중재가 끝난 후 바로 시작되었다. 광야오집단에서는 '홍색캔' 왕라오지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광야오집단이 만든 홍색캔 왕라오지의 디자인과 색상 등은 이전의 자둬바오의 '홍색캔' 왕라오지와 극히 유사했다. 물론 자둬바오는 중재에서 패소한 후 기존의 '왕라오지' 제품에서 상표만 '자둬바오'로 바꾸어 동일한 디자인과 색깔의 '홍색캔' 자둬바오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광야오집단은 광야오판 '홍색캔' 왕라오지를 광고하면서, "상화가 겁나면, 왕라오지를 마시자"는 광고문구를 그대로 사용했다. 물론 자둬바오는 "상화가 겁나면, 자둬바오를 마시자"로 광고문구를 상표만 바꾸어 사용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의 CCTV에서는 "상화가 겁나면 왕라오지를 마시자"는 광고가 나온 다음에 연이어 "상화가 겁나면 자둬바오를 마시자"는 광고가 나오곤 한다.



자둬바오는 광야오집단이 홍색캔 포장과 광고문구까지 따라하는 행태에 대하여 격분했다. '상표 강탈, 홍색캔 강탈, 광고문구 강탈'의 3가지 강탈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며, 특히 홍색캔에 대하여는 의장등록까지 했고, 광고창의에 대하여는 자둬바오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광야오집단은 포장디자인이나 광고문구는 저명상표에 부속된 것이고, 저명상표를 따라가는 것인데, 위의 포장디자인이나 광고문구는 왕라오지에 부속된 것이므로 왕라오지를 회수한 광야오집단에 사용권이 있으며, 왕라오지와 유사 동일한 포장외관 및 광고문구를 사용하는 자둬바오가 부정경쟁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광동, 베이징서 소송

홍색캔의 포장장식과 광고문구를 둘러싼 다툼도 양측이 광동과 베이징에서 각각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계류 중이다. 이 소송을 둘러싼 이슈는 중국의 지적재산권전문가들에게 난제를 던져주었고, 현재 학자들 사이에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또 노하우에 해당하는 '왕라오지'의 배합비법을 둘러싸고도 양자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재판정에서 패소한 후 '자둬바오' 브랜드 양차를 내놓으면서, 자둬바오에서 강조한 것은 '원래의 맛, 원래의 배합비법'이었다. 그리고 왕라오지의 제5대전인인 왕건의는 왕라오지의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은 자둬바오를 생산하는 데 독점적으로 수권하고 있으며, 광야오집단은 비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광야오집단에서는 자신들도 왕라오지배합비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둬바오의 압승

제3라운드는 채널과 시장을 둘러싼 싸움으로 제2라운드와 동시에 시작되었으며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3라운드의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자둬바오의 압승이다.

중재결과가 나온 후 자둬바오에서는 1만명에 이르는 자체판매인력을 동원하여, 전국에서 '왕라오지' 상표의 양차를 '자둬바오' 상표의 양차로 교체하고, 광고판, 전단지, 옥외광고, 메뉴판 등의 '왕라오지'를 모조리 '자둬바오'로 교체하고, 매장에서 예전에 왕라오지가 차지하던 자리를 모조리 자둬바오로 교체해 버렸다. 전국의 판매대리상 중에서 자둬바오를 떠나 왕라오지로 옮긴 경우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올해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인 'Voice of China'의 네이밍 스폰서가 되어 '자둬바오' 상표를 노출시킴으로서 마케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하여 '왕라오지'가 '자둬바오'로 개명하였으며, '원래의 맛, 원래의 배합비법'이라는 자둬바오의 광고선전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왕라오지 상표 분쟁 후 자둬바오와 광야오집단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과 자둬바오와 왕라오지 중 어느 것을 마시겠느냐는 질문에 모두 자둬바오를 지지하고, 자둬바오를 마시겠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일반소비자들은 광야오집단이 손실을 보고 있던 보잘것없는 브랜드를 자둬바오가 가져가서 1000억 위안짜리로 키워놓으니, 광야오집단이 탐욕을 부려 빼앗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광야오집단은 헐값 사용료로 국유자산이 유실되어 회수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다지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광야오집단은 당장 자체적인 양차생산시설이 없으므로, OEM 생산공장을 급히 수배하였으나, 대량으로 양차를 생산할만한 OEM 공장을 구하기 어려워 아직까지 생산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광야오집단이 최초로 OEM을 맡긴 공장 중 하나는 종전에 '왕라오지' 짝퉁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이어서, 오히려 자둬바오로부터 공격당하는 구실을 주었다. 왕라오지는 그 후에 대형 음료업체 등과 접촉하여 OEM 생산을 타진하고, 자체생산시설을 건설하는데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확실히 승소 후에 대비한 준비가 부실하였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황급히 3000명의 판매인력을 모집하였으나, 아직은 자둬바오의 판매 네트워크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집단 무력충돌도 발생

지금도 양측은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모션 행사에서 두 번의 집단 무력충돌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추측은 아마도 향후 양차시장의 랭킹은 1위 자둬바오, 2위 허치정(和其正, 현재, 2위업체), 3위 왕라오지의 순서가 될 것으로 본다. 왕라오지가 양차에서 압도적인 1위가 아니라, 3위를 하더라도, 브랜드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힘들 것이다. 1000억 위안 브랜드를 빼앗는데 성공한 광야오집단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브랜드가치 유지를 위해서는 양차시장을 빼앗길 수 없으므로, 3000명의 판매인원을 채용했고, 상당한 광고비용을 쓰고는 있지만, 시장과 소비자들은 자둬바오에 호의적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상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소위 1000억 위안이라는 브랜드가치는 상표 외에 시장, 채널, 관리, 마케팅 등 모든 능력이 종합된 가치이다. 상표 하나만을 회수한다고 하여 그 상표가치가 1000억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광야오집단은 1000억 위안 브랜드에서 가장 핵심인 상표는 빼앗아갈 수 있었지만, 시장, 채널, 관리, 마케팅 등은 빼앗아올 수 없었다. 반면 자둬바오는 분쟁자체를 마케팅에 활용하여,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며, 채널과 시장을 장악했고, 현재 상표는 빼앗겼지만, 시장 1위의 지위를 여전히 탄탄히 지키고 있다. 물론 싸움은 여전히 여러 방면에서 치열하게 진행 중에 있다. 소송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흥미있는 법적 이슈도 하나둘이 아니다.

김종길 변호사(중국 글로벌로펌 한국팀장, jonggil.kim@globallawoffice.com.cn)

◇김종길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북경대 법대(LL.M)를 졸업한 중국법 전문가로, 중국 글로벌로펌의 한국업무부를 이끌고 있다.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 21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태평양의 북경사무소장을 역임했다. 김 변호사는 글로벌로펌에서 지용천, 김승봉 중국변호사 등과 함께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 내 법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문제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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