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방사태' VIE의 위기인가?
'신동방사태' VIE의 위기인가?
  • 기사출고 2012.08.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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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변호사]
중국에 '신동방(New Orient)'이라는 세계 최대의 학원이 있다. 영어 등 외국어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어학원으로, 연간 수강생이 250만명, 연간 교재판매량이 1000여만부에 이르며, 중국 전역에 600여개의 교육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06년 9월엔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여 중국교육업체로서는 최초로 해외주식시장에 상륙하였다.

◇중국 글로벌로펌에서 한국업무...
그런데 이 기업이 최근 2012년 7월 18일과 19일 이틀 연속으로 각각 34.32%, 35.02% 폭락하여 주가가 주당 22.3달러에서 9.5달러로 내려앉았다. 시가총액이 35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줄어들어 날아간 시가총액이 20억 달러(한화 약 2.2조원)에 달하는 참담한 사태가 벌어졌다. 신동방의 주가폭락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개념주의 동반하락을 가져와서, 쉐얼쓰(學而思), 안보(安博)등 교육관련 기업은 물론 바이두, 시나닷컴, 시트립 등 VIE 구조를 가진 모든 중국 기업의 주가하락을 몰고 왔다.

주당 22.3$→9.5$ 폭락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두번의 폭락은 이틀 동안 터져 나온 두 건의 발표와 관련이 있다. 7월 18일 미국증권거래소(SEC)가 신동방의 VIE 구조에 대하여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였다. 하루 뒤인 19일엔 미국의 공매도기구인 Muddy Waters Research가 신동방의 재무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매도(Strong Sell)'를 추천했다. Muddy Waters가 제기한 의혹은 주로 프랜차이즈, 자산보유, 실적전가, 우대조치 여부 등으로 이중 VIE 구조와 관련된 것이었다. 결국 이번 신동방사태의 핵심은 VIE 구조였다. 그렇다면 VIE 구조는 무엇이고, 왜 지금 신동방에서 이렇게 크게 문제된 것일까?



계약관계로 회사 지배

VIE는 회계용어로 Variable Interest Entity(변동이익실체)의 약자다. 지분상으로 직접적인 지배관계는 없지만, 계약관계 등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 경우 지분상 관련회사 관계가 아니나, 회계적으로는 지분관계가 있는 관련회사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재무제표에 통합해 작성한다.

중국에서는 이런 VIE를 이용하는 구조를 통상적으로 '계약통제모델' 혹은 '시나모델'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주로 중국 정부가 외국인투자기업에게는 라이센스를 직접 부여하지 않는 업종에 진출하기 위하여 고안한 구조이다. 해외의 상장주체는 중국내에 '자문서비스' '기술서비스' 등을 영업목적으로 하는 외자기업(WOFE)을 설립하고, 중국인 명의주주를 내세워 내자기업(VIE)을 별도로 설립하여 필요한 라이센스를 취득한다. 그리고 WOFE와 VIE 및 그 명의주주간에는 대출계약, 의결권위임계약, Call Option계약, 용역계약 등을 체결하여 WOFE가 VIE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시나닷컴이 고안

VIE 구조는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인터넷포탈사이트인 시나닷컴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고안되었지만, 모델 자체가 탄력성이 있고 중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우회하는데 유용하여, 그 후 온라인게임, 인터넷쇼핑몰, 부가통신사업, 교육, 문화사업, 광업, 심지어 일반 제조업에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기업의 해외상장을 위하여서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이 중국내에서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는 라이센스를 직접 부여하지 않는 업종에 진출하기 위하여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블리자드, Westlaw 등이 중국에 진출한 방식도 모두 VIE 구조이다. 이처럼 VIE는 최근 10여년간 활발하게 응용되고, 발전하여 해외상장 중국 기업의 주류를 형성했다. 이제 VIE를 모르고서는 중국 기업의 해외상장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VIE 구조 해외상장 250개



현재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250개의 중국 기업이 VIE 구조로 해외에 상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42%가 VIE 구조를 취하고 있고, 특히 2011년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모두 VIE 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1년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76억위안(한화 약67조원)인 중국 최대 검색기업인 바이두부터 시트립(온라인발권), 넷이즈(포탈, 온라인게임), 시나닷컴(포탈), 신동방(교육), 포커스미디어(광고), 소호닷컴(포탈), 유쿠(동영상서비스), 샨다(온라인게임), 당당왕(온라인쇼핑몰)이 그들이다. 그중 신동방은 시가총액 38억 위안(한화 약 6.8조원)으로 5위에 랭크되어 있었는데 이틀만에 절반 이상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해외상장된 VIE 구조의 중국 기업 중 시가총액으로 따져 3대 기업은 텐센트(QQ), 바이두, 알리바바이다. 시가총액은 각각 350억 달러 이상으로 이들 세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300억 달러가 넘는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각자 현대자동차, 포스코의 시가총액과 맞먹고, 합계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위민홍 100% 지분보유로 변경

신동방사태는 신동방의 2012년 7월 11일자 공시에서 비롯되었다. 이날 신동방은 공시를 통하여, 계약통제모델의 중국 내자기업(VIE)인 북경신동방교육과기(집단)유한공사(북경신동방)의 지분구조를 간소화함으로써 상장회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하여, 북경신동방의 주주를 종전 11명에서 위민홍(兪敏洪) 1인이 100% 지분보유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여 위민홍이 보유한 북경신동방지분은 종전의 53%에서 100%로 늘어났고, 이 작업은 2011년 말부터 시작하여 2012년 초에 마무리되었고, 2012년 5월에는 등기까지 마쳤다고 한다.

신동방의 설명에 따르면, 2002년에 북경신동방을 설립하면서 당시의 창업자 11명 모두를 주주로 등재했는데, 그 후 11명중 위민홍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신동방을 이직하였고, 현재 신동방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거나 극히 소량만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10명의 북경신동방 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신동방의 설명만 들으면, VIE 구조에 특별히 큰 변화가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SEC와 시장이 신동방의 VIE 구조변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마도 직전에 발생한 VIE 관련 몇 가지 사건의 영향일 것이다.



중국 최대 B2B기업

첫째,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마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의 '알리페이(支付寶) 지분이전 사건'일 것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의 B2B기업으로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미국의 야후가 각각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다. 그 산하에는 중국 최대의 B2C기업인 타오바오와 중국 최대의 온라인결제기업인 알리페이가 자회사로 있었다.

그런데 2011년 6월경 마윈은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나 야후에 전혀 알리지 않고, 물론 알리바바의 동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핵심사업 중 하나인 알리페이의 지분을 알리바바에서 본인으로 이전시켰다고 발표했다. 마윈은 이에 대하여 온라인결제사업을 위하여는 새로 제정된 법규에 따라 중국인민은행으로부터 제3자지급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하는데, 중국인민은행이 VIE에는 라이센스를 부여할 수 없다고 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인의 명의로 지분을 이전하여 순수한 내자기업으로 전환한 후 제3자지급 라이센스를 신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인민은행은 부인

여기에서 VIE 구조의 회사자산을 개인명의로 착복한 것보다 더더욱 심각한 점은 바로 마윈이 내세운 "중국정부가 VIE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은 안 그래도 상무부의 기업결합 관련 법규 제정에서 VIE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등으로 인하여 중국 정부의 태도에 민감해져 있던 외국투자자들의 신경을 건드렸고, 해외에 상장한 중국개념주의 주가(특히 VIE 구조를 지닌 기업)는 폭락했다. 그 후 중국인민은행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어느 정도 진정되기는 하였으나, 중국 정부의 VIE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이 사태는 중국 경영진이 언제든지 VIE의 자산을 상장회사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VIE 구조의 취약점을 노출시킨 계기가 되었다(물론 경영진이 회사자산을 몰래 처분하는 것이 VIE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사건 후 해외상장한 VIE 구조의 중국기업들의 주가는 계속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해외상장을 꿈꾸던 많은 중국내 벤처기업들은 PE유치나 IPO에 곤란을 겪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윈은 해외상장 중국기업이나 해외상장을 꿈꾸는 벤처기업 창업자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신동방사태 후 신동방이 나타낸 첫번째 반응은 바로 "우리는 알리페이와 다르다. 마윈은 남의 주머니의 돈을 자신의 주머니로 옮겼지만, 우리는 VIE 구조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강화했으니 광명정대하다"라는 것이었다.



둘째, 2012년 5월에 나스닥에서 퇴출된 쌍웨이(雙威)사건이다. 쌍웨이도 중국내 대학 3개를 운영하는 기업인데, CEO인 천즈앙(陳子昻)은 VIE를 통하여 보유하고 있던 중국내 3개 대학 중 2개 대학의 지분을 몰래 이전하고, 회사자금 5억여 위안을 횡령하고, 회사장부를 소각시키며 법인인감, 컴퓨터하드, 영업집기를 가져가 회사 운영을 마비시켜 버렸다. 그는 내부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동사회 7석중 4석을 상대방 진영에 빼앗기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이 사건 또한 VIE 구조의 교육기업에 있어서 경영진은 국내 VIE의 지분이나 핵심자산을 언제든지 자신의 명의로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가족들이 주식 매집

셋째, 샨다(盛大)의 자진상장폐지이다. 샨다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게임업체인데 알리페이 사건 후 저조한 주가에 불만을 품고 2011년말 나스닥에서 상장폐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천텐차오 가족이 주식을 매집하여 개인기업화(privatization)했다. 최근 들어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권법과 상장회사 준칙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SEC 혹은 나스닥/NYSE의 조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고, 회계조작 등의 사유로 집단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2011년의 경우 미국내의 증권관련 집단소송 중 중국 기업에 대한 것이 전체의 1/4에 달하였다. 그러다보니 미국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들 중에는 아예 미국 시장에서 퇴출한 후 다시 중국 국내 증권시장에 재상장하려는 기류가 나타난 것이다.

2011년은 중국 기업 중 미국 증시에서 퇴출한 기업수가 신규상장한 기업수를 초과한 해이다. 그렇지만 주요 기업 중에서 자진하여 미국 증시에서 퇴출한 경우는 샨다가 처음이다. 신동방이 지분을 위민홍 1인에게 집중시킨 것은 투자자들이 보기에 향후 개인기업화 후 상장폐지하기 위한 수순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위민홍은 이와 관련하여 "개인기업화 계획이 없다"는 내용을 발표에 포함시킨다.



퇴출기업이 신규상장 초과

그렇다면 이번 신동방사태는 알리페이사태의 뒤를 이어 VIE 구조로 해외상장한 중국 기업들, 그리고 VIE 구조로 해외상장하려고 준비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마윈사태 이후 두번째 타격이 되고, VIE 구조를 치명적 위기로 몰고 갈 것인가?



한마디로 VIE 구조 전체에 대한 치명적인 위기상황으로 몰고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신동방사태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의 억울함이 있다. 즉, 시기적으로 마윈이 알리페이를 자신의 것으로 꿀꺽 삼킨 일이 벌어진 후 아직 그 여진이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하에서, 교육기업인 쌍웨이도 창업자가 VIE를 명의이전하여 빼돌린 사태가 벌어졌고, 중국 기업들이 회계조작 혐의로 줄줄이 낙마하여 중국 기업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날카로운 상황인데, VIE 구조를 건드려 시기선택에서 큰 실수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SEC로서도 조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때마침 공격기회를 노리며 자료를 축적해오던 Muddy Waters도 낙정하석(落井下石,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던지기)하게 된 것이다. 이미 투자자들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었다. 그러나 자라가 아니라 솥뚜껑이라고 밝혀지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교육업종 특성 한몫

다음으로, 본건 사태가 악화된 것은 VIE 구조 자체보다는 교육업종의 특성이 한몫을 했다. 교육업종은 VIE 구조 자체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른 업종과는 달리 교육업종은 이중 VIE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통상적인 VIE 구조에서는 외자기업(WOFE)과 VIE를 두고 VIE가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WOFE가 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한다. 그런데 교육업종에서는 내자기업인 이 VIE도 직접 교육사업에 종사할 수 없다. 교육사업이 비영리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VIE2를 두어야 한다.

WOFE는 계약관계로 VIE1을 콘트롤하고, VIE1은 다시 계약관계로 VIE2를 콘트롤한다. 그러다보니 약한 연결고리가 2개로 늘어나며, 두번째 연결고리는 첫번째 연결고리보다 더 약하게 되는 것이다. 쌍웨이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업종성격상 VIE 구조를 공격받을 가능성이 컸고, 의구심을 가질 여지가 많았다.



그 다음으로 신동방의 VIE 구조가 다른 기업들에 비하여 단단하게 설계되지 못한 점도 사태 악화에 일조하였다. 바이두와 비교하자면 더욱 그러하다. 바이두의 경우에는 (1)WOFE가 VIE의 동사를 지정하고, (2)WOFE가 VIE의 경영진을 지명하고, (3)WOFE의 동의 없이는 VIE가 여하한 실질적인 비지니스활동도 할 수가 없으며, (4)WOFE와 VIE는 상호보증하도록 규정해 두었다. 그러나 신동방은 이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았다.



신동방내분 주목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신동방의 설명에서 '신동방의 내분'이 다시한번 주목받았다. 상장 6년만에 창업자 11명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투자자들은 회사의 경영안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위민홍은 해명과정에 회사를 떠나 앤젤투자자로 활약하고 있는 옛 창업동지인 쉬샤오핑 등과 자주 연락하며 잘 지낸다는 점을 굳이 강조해야만 했다.



그 밖에 신동방사태에서 동양과 서양, 중국과 미국의 사고방식의 차이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용을 중시하는 중국과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의 사고방식, 동기와 결과만을 따지는 중국과 과정을 따지는 미국의 사고방식은 여기서도 충돌했다. 본건에서도 미국투자자들이 문제삼은 것은 절차와 과정이었다. 즉, 신동방이 2011년말부터 추진하여 2012년초에 VIE의 지분명의이전을 완성했으면서 왜 7월 11일에서야 공시하였는지, VIE의 각 명의주주의 지분은 WOFE에 질권설정되어 있고, WOFE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VIE가 상장회사 동사회 결의도 없이(결의를 했으면 공시되었을 것임) 임의로 명의를 모두 변경할 수 있었는지, 상장회사나 투자자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핵심자산들이 이전될 수 있다는 리스크는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등이 미국투자자들이 제기한 주요 문제였다.

동사회 결의 없어

신동방은 동기에 있어서 VIE 명의주주로 인한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VIE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결과도 그러하다고만 주장할 뿐, 절차나 과정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사태가 일어난 후에도 한쪽은 절차로 보고 얘기하고, 한쪽은 내용으로 보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상대방이 딴소리를 한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보면, 신동방사태는 VIE 구조가 촉발시킨 측면은 있지만, 사태를 악화시킨 데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가미되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 VIE 구조 자체에 문제 있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향후 VIE 전체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들어 계속되는 VIE와 관련한 여러 사태들은 결국 중국 정부로 하여금 뜨거운 감자인 VIE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도 VIE와 관련한 사항은 너무나 민감하고,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예상해보자면, 첫째는 단계적인 업종개방이다. 중국의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시장을 계속 추가개방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추세이다. 현재 VIE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ICP라이센스를 필요로 하는 업종에서 ICP라이센스를 외자기업에 개방한다면, 상당히 많은 VIE 구조는 해소시켜버릴 수 있을 것이다.

법상 개방, 실무상 불허

현재 중국에서 법은 허용하고(법상 부가통신사업은 제한적이지만 개방되어 있다), 실무는 불허하고(ICP라이센스를 외자기업에는 부여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VIE를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진출해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어떻게 보더라도 비정상이고, 중국 정부도 언제까지나 "법규는 허용하고 실무는 불허하는" 중국식 진입장벽을 유지해나기 힘들 것이다.

둘째, 업종별로 규제를 강화하여 VIE 구조로 운영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홈쇼핑 등의 경우에는 라이센스 취득요건을 강화하고, 내자기업의 역할을 강화하여 VIE 구조로 운영하기 어렵게 법규를 제정했다. 물론 엄격하게 법규를 집행하지 않음에 따라, 지금도 VIE 구조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셋째, 중국계 VIE기업들 특히 해외상장기업들로 하여금 VIE 구조를 해소시키고 국내에 재상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증감회의 한 보고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중국내 인터넷관련기업들이 모두 해외상장하여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정도이므로, 이들 해외상장 인터넷기업들을 해외증시에서 퇴출시키고 국내로 상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개혁개방 이후 최대 성과

VIE 구조는 중국 법조계가 개혁개방 이후 만들어낸 최대의 성과라 할 수 있다. VIE가 중국 경제발전에 끼친 공로도 적지 않다. VIE 구조가 아니었다면 중국의 인터넷사업, 부가통신사업, 교육사업, 문화사업 등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VIE를 '보고도 못본 척(視而不見)' 해왔다. 그러는 동안에 VIE는 중국 경제의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렸고, 이제는 그 뿌리를 뽑으려하면 지반이 흔들릴 정도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비유통주 문제를 무리없이 해결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VIE문제도 교조적인 방식이 아니라, 비유통주문제해결에서처럼 현실의 문제점을 잘 분석하고, 관련 당사자의 이익을 모두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풀어나간다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길 변호사(중국 글로벌로펌 한국팀장, jonggil.kim@globallawoffice.com.cn)

◇김종길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북경대 법대(LL.M)를 졸업한 중국법 전문가로, 중국 글로벌로펌의 한국업무부를 이끌고 있다.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 21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태평양의 북경사무소장을 역임했다. 김 변호사는 글로벌로펌에서 지용천, 김승봉 중국변호사 등과 함께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 내 법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문제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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