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끄는 중국내 iPad 상표분쟁
관심끄는 중국내 iPad 상표분쟁
  • 기사출고 2012.07.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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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변호사]
중국에서 외국 기업과 중국 기업간의 상표분쟁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iPad 상표사건'과 '왕라오지(王老吉) 상표사건'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두 사건은 비록 내용과 성격에서 차이가 있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1심에서 외국 기업이 패소한 후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는 그 가운데 iPad 상표사건의 진행 경위와 법적 이슈, 그리고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중국 글로벌로펌에서 한국업무...
중국내에서 'iPad' 상표를 가지고 애플을 괴롭히는 상대방인 Proview International Holdings Limited(중문 명칭은 唯冠國際, 이하 프로뷰홀딩스라 함)는 홍콩에 상장된 타이완계 기업으로, 한때 세계 5대 모니터 제조기업으로 불리웠다. CRT 모니터, LCD 모니터, LCD TV, 플라즈마 TV, DVD 플레이어 등을 생산하며, 중국 대륙, 타이완, 홍콩, 미국, 영국, 브라질, 네덜란드 등 7개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홍콩 상장 타이완계 기업

2000년 프로뷰홀딩스의 자회사인 타이완의 웨이관(唯冠)전자주식유한회사(이하 타이완프로뷰라 함)는 EU, 한국, 멕시코,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7개국에 8개의 ‘IPAD’ 상표를 등록했다. 2001년 프로뷰홀딩스의 또 다른 자회사인 중국 선전의 웨이관과기(선전)유한공사(이하 선전프로뷰라 함)는 중국에 'IPAD' 문자상표(등록번호 1590557호)와 도형이 포함된 'IPAD' 조합상표(등록번호 1682310호)를 제9류 '컴퓨터, 컴퓨터 주변설비 등'으로 등록했다.



애플은 2010년 1월 27일 iPad 제품을 전 세계에 출시하기 전에 영국에 설립한 IP Application Development Limited(IPADL)라는 회사를 통하여 타이완프로뷰로부터 전 세계 8개국에 등록된 10개의 IPAD 상표를 3만 5000파운드의 가격에 매입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타이완프로뷰의 명의로 세계 각국에 등록된 8개 상표 외에 선전프로뷰의 명의로 중국에 등록된 2개 상표가 포함되어 있었다.

명의 이전 전 제품 출시

계약 체결후 IPADL은 타이완프로뷰에 3만 5000파운드의 양수대금을 전액 지급하였고, 다시 애플에 10파운드의 상징적인 가격을 받고 IPAD 상표와 관련한 모든 권익을 양도했다. 애플은 시장출시 일정 등으로 인하여 중국내에서의 상표명의 이전절차를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iPad 제품을 전 세계에 출시하였고, 결국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프로뷰측은 iPad 제품이 출시된 후, IPADL의 배후가 애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플이 비신사적으로 신분을 속이고 지나치게 헐값에 자신으로부터 상표를 매수해갔다고 여기고 반발했다. 프로뷰측은 애플이라는 진실한 신분을 속인, 기망에 의한 계약이므로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중국내 IPAD 상표는 선전프로뷰의 소유인데 상표이전계약서에 서명한 타이완프로뷰의 법무책임자인 레이 마이(Ray Mai, 중문이름은 麥世宏)에게는 선전프로뷰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내에서 상표이전 절차의 이행을 거부했다. 그리고 상표이전 대가를 재협상하자며 수천만 달러의 금액을 새로 제시했다.

선전법원에 제소

그러나 애플은 종전에 체결한 조건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했고, 프로뷰측이 계약 내용대로 중국내 상표명의 이전에 협력하지 않자 2010년 4월 중국의 선전중급인민법원에 IPAD 상표가 애플의 소유라는 것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선전중급인민법원은 2010년 4월 19일 사건을 수리한 후 2011년 2월 23일, 8월 21일, 10월 18일 세 번에 걸쳐 심리를 진행했다. 그리고 12월 19일 마침내 애플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한편 애플은 중국 대륙에서의 소송과는 별도로 2010년 5월 홍콩고등법원에 프로뷰홀딩스, 타이완프로뷰, 선전프로뷰, 그리고 이들의 법적대표자인 양롱산(楊榮山) 등을 상대로 계약위반을 주장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다. 그러나 이는 프로뷰측의 계약위반을 확인받은 것이지, 중국내의 상표권 귀속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중국내 상표권의 귀속에 대하여는 중국 법원에 관할권이 있지, 홍콩 법원이나 다른 나라 법원이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결국 중국 법원의 판결이 관건이었다.



이번 iPad 상표분쟁에서 제기된 주요한 법률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애플이 IPADL이라는 별도회사를 내세워 IPAD 상표를 매입한 것을 기망에 의한 계약으로 무효로 볼 수 있을까? 한국은 기망에 의한 계약은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이지만, 중국의 계약법은 기망에 의한 계약을 무효로 규정한다.

표현대리 성부도 쟁점

둘째, 프로뷰홀딩, 타이완프로뷰, 선전프로뷰의 법정대표인 양롱산이 레이 마이에게 수권하여 타이완프로뷰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선전프로뷰에 구속력이 있는가? 특히 표현대리가 성립하는가?

셋째, 애플이 본건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중국내에서 취할 후속조치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첫째 이슈는 애플이 직접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별도회사를 만들어 iPad 상표를 인수한 것이 '기망에 의한 계약'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프로뷰측이 본건에서 반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바로 이 점이었다. 원래 애플은 iPhone 상표에 대하여도 이를 선등록한 중국 기업으로부터 상표를 매입한 바 있다. 즉, 2009년 애플은 한왕과기(漢王科技)로부터 전 세계에 등록한 'IPHONE' 상표를 미화 365만 달러에 매입하였다. 프로뷰가 애플이 배후에 있는 줄 모르고 IPAD 상표를 매각한 가격에 비하면 7~8배 가량 높은 가격이다.



미국내 소송에선 프로뷰 패소

그리하여 프로뷰측에서는 애플이 자신의 진실한 신분을 속이고 다른 기업을 내세워 헐값에 IPAD상표를 매입한 것은 기망에 의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만일 프로뷰측의 주장이 인정된다면 그것은 중국의 2개 상표뿐 아니라 전 세계의 나머지 8개 상표(타이완프로뷰의 명의로 된)에 대한 상표이전 계약의 효력이 모두 문제되는 것이다. 프로뷰측은 이를 이유로 미국 본토에서 소송을 제기해보기도 하였지만, 당연히 패소하였다.



애플의 IPAD 상표인수 전략은 용의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영국에 IP Application Development Limited를 설립하고, 미국에 IP Application Development LLC를 설립했다. 두 회사의 약자는 모두 IPADL이기 때문에 IPAD라는 상표를 등록하거나, 매입하거나, 상대방의 상표등록취소를 신청하는데 대하여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외관을 갖추었다. 이어 IPADL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 iPad 상표를 등록하는 한편, 영국에서 타이완프로뷰가 IPAD를 상표등록하였지만 3년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상표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도는 프로뷰측에서 평면TV에 당해 상표를 사용한 사실을 입증하여 패소로 끝났다.

상표취소소송 패소

그 후 IPADL은 프로뷰측과 접촉하여 자신의 회사 영문약자이므로 IPAD 상표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제시하였고,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던 프로뷰측도 이에 동의하여 협상을 통해 3만 5000파운드라는 가격에 IPAD 상표를 양수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물론 프로뷰측으로서는 실제인수자가 애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이전의 한왕과기의 iPhone 상표 양수도 사례도 있으므로 훨씬 비싼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애플측의 행위를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힘들다.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경우, 전 세계에 선등록상표가 있는지를 검색하여 3년간 사용하지 않은 상표가 있으면 취소소송을 내고, 제3자를 내세워 상표인수협상을 하는 것은 극히 일반적인 절차이다. 이 경우 당해 글로벌기업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신규브랜드에 대한 기밀누설을 방지하고(경쟁업체의 방해를 예방하는 등), 직접 나서서 협상하는 경우 상대방이 과대한 요구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 공개의무 여부가 관건

결국 본건의 경우 IPADL이 프로뷰측과 협상할 때, 자신의 배후에 애플이 있다는 점을 공개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즉, IPADL이 자신의 배후에 애플이 있다는 점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기망이 되느냐의 문제인데, 어느 모로 보나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어, 배후에 애플이 있다는 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망으로 볼 수는 없다.

중국 법률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이 점에 관해서는 IPADL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지만 않았으면 배후에 애플이 있다는 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망에 의한 행위로 계약효력이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1심 판결문을 보면, 선전프로뷰도 재판에서 기망으로 인한 계약무효를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슈가 본건의 핵심적인 이슈이다. 상표이전계약서는 분명히 IPADL과 타이완프로뷰간에 체결하였다. 그런데 상표중 8개는 타이완프로뷰의 명의로 등록이 되어 있지만, 중국 대륙의 2개는 선전프로뷰의 명의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선전프로뷰 이메일 사용

이와 관련한 애플측의 주장은 이렇다. 본건 계약에 서명한 레이 마이는 타이완프로뷰의 법무책임자이면서 동시에 선전프로뷰의 법무책임자이다. 본건 계약의 협상에 참여한 위안후이(袁輝)는 선전프로뷰의 법무팀 직원이다. 이메일도 proview.com.cn으로 선전프로뷰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했다. 레이 마이에게 계약체결을 수권한 양롱산은 프로뷰홀딩, 타이완프로뷰, 선전프로뷰의 법정대표자이고, 선전프로뷰 소유의 2개상표도 양도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수권서에 명확히 기재하였다. 그리고 계약에서 타이완프로뷰의 명의로 본건 10개 상표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진술보증을 하였다. 또한 본건 계약체결 후에 선전프로뷰는 IPADL과 중국내 상표명의 이전에 관한 후속절차를 계속 협의한 바 있다. 그러므로 본건 계약은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선전프로뷰에게도 구속력이 있다.



이에 대한 프로뷰측의 주장은 이렇다. 본건 계약은 타이완프로뷰의 법정대표자인 양롱산의 명의로 레이 마이에게 계약체결을 수권하였으며, 레이 마이는 당사자를 타이완프로뷰로 하여 계약체결하였으므로, 본건 계약의 당사자는 타이완프로뷰이지, 선전프로뷰가 아니다. 그리고 타이완프로뷰와 선전프로뷰는 비록 같은 프로뷰홀딩스의 자회사이지만 별개 법인격이며, 타이완프로뷰에게는 선전프로뷰가 소유한 2개의 IPAD상표를 양도할 권한이 없다.



계약법에 표현대리 규정

중국의 계약법에도 표현대리에 관한 조항이 있다. 중국 계약법 49조는 "행위자가 대리권이 없거나 대리권을 초과하거나 혹은 대리권이 종료된 후 본인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고, 상대방이 행위자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당해 대리행위는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전중급법원은 제1심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표현대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표현대리는 계약의 상대방이 없거나 상대방당사자가 불명확한 경우에 일방당사자가 대리인에게 당해 계약목적물을 처분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당해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런데 본건의 상표양도계약은 IPADL과 선전프로뷰간에 체결된 것이 아니라, IPADL과 타이완프로뷰간에 체결된 것으로 당사자가 명확하다. 그리고 선전프로뷰는 타이완프로뷰 혹은 레이 마이에게 IPADL과 상표양도계약을 체결하도록 수권하지도 않았고, IPADL로 하여금 선전프로뷰가 레이 마이에게 수권하였다고 믿게 할만한 사유도 없다."



표현대리 성립 부정

선전중급법원이 표현대리를 인정하지 않은데 대하여 중국의 법률가들 가운데는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다. 전체적인 계약체결 경위를 보면, 본건은 전 세계에 걸친 IPAD상표의 집단거래이며, 선전프로뷰도 참여하였으므로 IPADL이 타이완프로뷰에 선전프로뷰를 대리하여 계약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과실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선전프로뷰의 법정대표인 양롱산이 중국내 IPAD상표가 포함된 수권서에 서명했고, 선전프로뷰의 직원인 레이 마이와 위안후이가 협상에 참여하였으며, 그 협상내용대로 타이완프로뷰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본건 상표이전계약은 선전프로뷰에도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효력이 선전프로뷰에 미치느냐의 여부에 관하여 애플은 표현대리가 성립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주장했고, 법정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투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애플측으로서는 표현대리 주장 이외에 추인을 주장할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관련기사와 판결문을 보면, IPADL과 타이완프로뷰가 상표이전계약을 체결한 후 IPADL은 직접 선전프로뷰와 접촉하여 중국내 상표이전에 관하여 협의한 바도 있고, 양롱산(프로뷰홀딩, 타이완프로뷰, 선전프로뷰의 법정대표)은 선전프로뷰의 중국내 IPAD상표의 이전에 관한 보고서에 '준(準, 허가)함'이라고 친필로 쓴 서면도 애플이 확보하였다고 한다.

추인도 주장했어야

비록 나중에 선전프로뷰가 계약이행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최소한 IPADL의 배후가 애플이라는 점을 알기 전까지는 선전프로뷰도 계약이행에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보면, 애플로서는 계약체결 당시에 레이 마이에게 선전프로뷰를 대표하여 계약체결권한이 있다고 믿을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표현대리 주장 이외에 계약체결 이후에 선전프로뷰가 (레이 마이의 계약체결이 무권대리라 하더라도) 계약내용을 인정하고 이행하는 절차를 진행하였으므로 무권대리를 추인하였다는 주장까지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애플측이 추인에 대한 주장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2심에서 이 점도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재판에서 진 애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애플은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하여 광동성고급법원에서 2심이 진행중이다. 이미 2012년 2월 29일 심리를 1차례 연 바 있다.

광동성고급법원서 2심 진행중



선전프로뷰는 1심에서 승소한 후 향후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외에 중국해관(세관)에 iPad 제품은 상표를 침해한 제품이니 통관을 시켜주지 말 것을 요청했고, 중국 각 지역의 공상기관에 상표침해한 iPad 제품을 단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의 각 판매상(특히, 대형매장과 온라인쇼핑몰)에게 iPad 제품은 상표를 침해한 제품이니 판매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한 선전프로뷰는 상하이푸동법원에 애플의 iPad 제품 수입판매를 위한 자회사인 애플상하이무역유한공사를 상대로 iPad 제품의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하이푸동법원은 본안재판이 아직 계류 중이고 최종판결이 나지 않았음을 이유로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 절차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기업들은 상업분쟁을 해결함에 있어서 법적인 수단보다는 법 이외의 수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2010년 소위 3Q대전이라고 불리는 360과 QQ간의 다툼(우리나라의 안철수연구소와 네이버에 상당하는 회사간의 다툼)이나 2011년의 타오바오사건(중국의 아마존에 상당하는 타오바오의 배상정책 강화에 중소업체들이 반발하여 반타오바오연맹을 결성하고 대립한 사건)의 경우에도 당사자들은 모두 법에 호소하기 보다는 비법률적인 소모전에 치중했다.

주로 기술적으로 자신의 웹사이트나 소프트웨어에서 상대방의 프로그램이 구동되지 못하도록 하거나, 정부기관에 호소하거나, 언론에 호소하거나, 관련업체를 자기편으로 끌어 모아 세를 과시하는 방식을 썼다. 우리나라 같으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형사고소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의 수단을 통하여 법적인 틀 내에서 주로 싸웠을텐데, 위의 두 건에서 중국기업들은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법적절차에 호소하지 않았다.

세 과시 방식 동원

이번 iPad 상표분쟁도 애플이 제기한 것이지, 중국내 상표소유권을 소유한 선전프로뷰가 먼저 제기한 것이 아니었다. 통상적이라면 중국내 상표소유권을 가진 선전프로뷰가 애플을 상표권리 침해로 제소하여 분쟁이 개시되는 것이 순서일텐데, 이 건에서도 애플이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중국기업이 먼저 법적인 수단에 호소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점은 중국 기업들의 분쟁발생시 해결방식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어느 중국학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인들게 공정경쟁이라는 개념은 없다. 서양의 1대1 결투를 중국인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만일 다툼이 있으면 자기를 편들 수 있는 친구와 친척 등 인원을 최대한 동원해서 상대방을 힘으로 압도하여 제압하려고 하지, 절대로 1대1로 결투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며, 1대1 결투로 해결하는 서양인들은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내에서 어떤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에 맡겨서 공정한 판단을 받아보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당정기관에 호소하거나, 언론에 호소하거나, 관련업체를 동원해서 압력을 가하거나 기타 실력행사 등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것도 중국에서 중국 기업과의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시사점이다.



마지막 단계서 실수

이번 iPad사건을 보면, 애플측의 실수가 빌미를 주었다. 애플은 사전에 IPAD라는 약자로 표시할 수 있는 IPADL를 설립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추진하여, 프로뷰측으로부터 IPAD상표를 헐값에 매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자천려일실(智者千慮一失)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계획대로 너무나 완벽하게 성공한데 도취되었던가, 애플은 마지막 마무리단계에서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상표등록권자와 체결했어야



하나는 계약체결시 상표등록권증을 통하여 상표등록명의자를 확인하고, 당해 상표등록권자를 계약당사자로 체결하여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계약체결 후 즉시 중국내에서의 상표명의 이전절차를 진행하였어야 하는데, 애플은 이를 지체했다. 계약체결 후 즉시 선전프로뷰로부터 상표명의 이전에 관련된 제반서류를 받아냈다면 지금과 같이 난처한 입장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애플은 최소한 1000만 달러 이상은 주어야 하는 상표를 3.5만 파운드에 인수하는데 성공했고, 만일 마무리만 잘했다면 애플의 성공사례중 하나로 인구에 회자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마무리단계에서의 사소해 보이는 실수와 업무처리 지연으로 애플은 그 수십배, 수백배에 달할지도 모르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역시 기본에 충실하고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IPAD 상표분쟁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참고=탈고 후인 2012년 7월 2일자 중국의 신문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프로뷰는 2012년 6월 25일자로 애플이 프로뷰에 상표양도대금 미화 60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법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김종길 변호사(중국 글로벌로펌 한국팀장, jonggil.kim@globallawoffice.com.cn)

◇김종길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북경대 법대(LL.M)를 졸업한 중국법 전문가로, 중국 글로벌로펌의 한국업무부를 이끌고 있다.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 21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태평양의 북경사무소장을 역임했다. 김 변호사는 글로벌로펌에서 지용천, 김승봉 중국변호사 등과 함께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 내 법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문제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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