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
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
  • 기사출고 2004.12.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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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형 도입 전제로 한 사형폐지특별법 발의에 제하여-
제 1.

2004년 11월 22일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은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을 국회 재적의원 (299명)의 과반수인 여야의원 152명의 동의 서명을 받아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혁 변호사
그리고 그날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천주교, 불교, 원불교등 종교인들로 이루어진 '사형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주최로 "사형폐지와 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는 일본에서의 사형폐지운동의 중심적 인물인 야스다 요시히로 변호사와 미국에서 '화해를 위한 살인 피해자 유족회(MVFR)'의 레니로버트 쿠싱 대표가 참석하여 종신형 도입을 전제로 한 사형제 폐지가 사형존치론자에게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으며, 생명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가 피력되었다.

필자는 한국에서의 사형폐지운동을 공식적인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는데 일역을 하였고, 실제 사형수와의 만남을 30여년간 하여온 경험에 터잡아 사형이 폐지되어야 할 이유와 사형제도 운영의 실태 그리고 2004년도 발의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의 입법가능성에 관하여 논급하고저 한다.

제 2.

우선 일반론으로서의 사형의 존폐론에 관하여 고찰하여 보기로 한다.

(1) 사형의 존치론과 폐지론

1764년 이탈리아의 형법학자인 체사레 · 베카리아가 그의 저서 '범죄와 형벌에 관해서'에서 잔인한 형벌인 사형의 폐지를 주장한 이래 지금까지 세계의 형법학계는 사형의 존폐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전개해 왔다. 200여년이 경과한 오늘날 이 논쟁은 학문적 입장에서는 대체로 폐지론의 승리로 귀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형존치론자의 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치론의 목소리는 아직도 높다.

이들에 의하면 첫째, 사형은 흉악범죄를 예방하고 억제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장치라는 것이고, 둘째, 사형은 이러한 흉악범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적절한 응보라는 것이며, 셋째, 사형은 그것의 존속을 원하는 것이 대부분의 여론이며 정의관념에 합치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형폐지론자의 주장)

그러나 첫째, 사형은 존치론자들이 고집하는 것처럼 범죄예방이나 억제의 효과가 없다. 즉, 사형에 위하력이 없음은 사형을 폐지한 국가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흉악범죄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이처럼 사형은 존치한다고 해서 사형범죄가 줄어드는 것도, 폐지한다고 해서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사형을 응보로만 보는 존치론은 형벌의 본질을 교육으로 보는 현대의 형벌관에도 배치되는 한 마디로 시대 착오적인 것이다.

둘째, 사형은 인도적인 이유로도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은 우주의 무게보다 무겁고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따라서 생명을 부여할 수 없다면 국가 구성원의 생명을 앗을 권리도 없음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사형이 법의 이름을 빌린 또 하나의 살인 행위라는 점은 사형집행자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요컨대 사형은 폐지한다면 회피할 수 있는 비극이다.

셋째, 사형은 오판의 가능성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 사형은 구형하거나 선고하는 것도 인간인 것이므로 인간의 한계로서 오판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러한 오판으로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되어 버린 경우 진범이 체포되더라도 이를 회복하거나 구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넷째, 사형은 악용되었고 또한 악용의 가능성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

사형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가 정적을 제거하고 반대자를 침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던 사실을 우리는 부인할 길이 없다.

제 3.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을 위한 국회의 움직임은 1999년(15대 국회) 과 2001년 (16대국회) 그리고 이번 17대국회에서 각기 추진된 바 있다.

(ᄀ) 1999년 11월에 발의된 사형폐지특별법안은 유재건 의원이 주도하여 제출되었는데 법안의 내용은 사형제도를 없애고 현행의 무기형을 최고형으로 하는 내용이었고, 이에 대하여는 “사형과 무기”의 양형상의 현격한 격차와 무기형은 감형의 길이 열려 있어서 쉽게 석방될 소지가 있고 실제 무기형선고를 받은 정치범이 2년여만에 석방 되는 등 사례가 있기도 하여서 국회법사위원회에서 정식 심의도 하지 않고 폐기된 바가 있다.

(ᄂ) 2000년 6월에 발의된 사형폐지특별법안은 정대철 의원이 주도하여 국회 재적의원 273명의 과반수를 넘은 155명의 동의를 얻어 제출되었고, 동 법안의 내용은 사형제를 없애고 무기형을 최고형으로 하되 15년간을 복형해야만 가석방이나 사면이 가능하도록 하는 취지의 가중된 무기형으로써 사형에 대체하는 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위 법안은 국회법사위원회가 9인의 소위원회의 심사에 회부하였으나 위 소위원회의 구성원의 상당수가 검찰 출신이어서인지 적극적인 심사를 하지 않고 회기를 넘겨 폐기되었다.

(ᄃ) 2004년 11월에 발의될 사형폐지특별법안은 유인태 의원이 주도하여 국회의원 152명의 발의로 국회에 금명간 제출될 예정으로 있다.

동 법안의 내용은 사형제를 없애고 종신형을 그 대체형으로 채택하고 있다. 종신형이란 감형이나 가석방이 안되고 범죄자가 사망할 때까지 교정시설에서 징역형 또는 금고형을 복형하는 것으로 무기형과는 다르다. 무기형은 10년이상 복역하고 반성의 기미가 뚜렷하면 가석방도 되고 감형도 받을 수 있으나 종신형은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제도라 할 것이다.

사형제를 폐지했을 때 사형수들이 사회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종신형 도입을 전제로 하면 위와 같은 공포나 두려움은 불식되기 때문에 존치론자의 우려는 상당부분 없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필자가 100여명의 교정 시설에 재소한 확정사형수를 직접 접견 교화할 때의 사형수들의 견해로는 사형제보다 종신형을 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첨기하여 둔다.

우선 인간 생명의 존귀함을 염두에 둘 때 위의 종신형이 갖는 여러 문제점은 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연구개선 되어야 할 기회가 있는 터이므로 필자는 이번 종신형 도입을 전제로 한 사형폐지 특별법의 제정에 찬성하는 바이며, 실제 국회법사위원회 구성원의 면면과 그 의견을 종합할 때 2004년도 국회 정기국회에서는 위 폐지 특별법이 통과될 것으로 여겨진다.

제 4. 결 론

(ᄀ) 국민의 과반수이상이 사형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종래의 논리 즉, 선진국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니 우리도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나 인간 존엄성에 관한 논리, 오판의 논리 등 모든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한 논리를 갖고는 사형제도 찬성론자들을 설득하는데는 부족하다.

이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하나의 진전을 위한 단계로서 종래의 단순한 무기형이 아닌 또 다른 차원에서 사형의 대체형을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즉, 반인륜적 범죄자들에 대한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들의 감정이나 온갖 피해를 고려하고 인간의 생명의 박탈의 필요 없이 수형자의 재사회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악질적인 범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면서도 오판의 경우에 그 시정을 할 수 있는 형벌로서 사형보다는 더욱 인도적인 것으로 자연사할 때까지 교도소에서 일생을 보내도록 하는 절대적 무기형 내지 종신형을 생각해 볼만하다.

즉, 한국에서 과반수이상의 사형제도 찬성론자들도 사형의 대체형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할 만한 종신형 내지 절대적 무기형을 사형 대신의 형벌로서 인정하는 방법이 현재 한국의 실정에서 사형제도의 폐지의 지름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ᄂ)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사형이 폐지된다면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인권선진국의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인접한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하여 인간성 회복운동, 도덕성 회복 내지 평화운동의 상징인 사형폐지의 날이 도래할 것을 기원하여 마지않는다.

전문은 리걸타임즈 자료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상혁 변호사 · 법학박사/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