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법률사무소의 칵테일 파티
한 법률사무소의 칵테일 파티
  • 기사출고 2004.11.29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양의 추수감사절인 지난 11월25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교보빌딩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선 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김진원 기자
'SL PARTNERS'라는 영문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법무법인 한승의 광화문 분사무소가 고객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는 칵테일 파티를 개최한 것이다.

대형 로펌에서의 경험을 살려 약 1년전 기업 자문 업무에 특화한 일종의 부티끄로 설립된 'SL PARTNERS'는 변호사업계에선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가을 특별한 오픈 기념 행사도 없이 독립의 기치를 올렸던 이들은 1년만에 클라이언트가 빠른 속도로 늘어가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 속에 파묻혀 산다.

송무 보다는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중국 등에의 해외진출, 합작투자, 금융 등 이른바 기업 자문 업무를 많이 다루는 이들의 고객사중엔 외국계 회사들도 적지 않다.

공교롭게 날짜가 추수감사절과 겹친 이날 행사는 그런 발전에 힘입어 고객사 관계자들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알리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일종의 고객 초청 사은 행사인 셈이다.

참석자들은 앉거나 선 채로 음료와 담소를 즐겼으며, 파티는 11명으로 늘어난 'SL PARTNERS'의 변호사가 소개되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주최측에선 내년에도 똑같은 행사를 열겠다며, 이번 행사에 매우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한 법률사무소의 내부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는 이 행사를 일부러 끄집어 내 소개하는 이유는 급변하는 변호사업계의 발전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법률서비스업의 공급자인 변호사는 수요자인 의뢰인을 대하는 자세가 더욱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법률사무소 운영도 법률서비스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업이라고 할 때 고객 우선의 서비스 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고도의 전문직업인이지만 의뢰인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시장참여자로서의 보다 성숙한 자세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봐야 한다.

외국의 유명 로펌에 변호사뿐만 아니라 마케팅 분석 연구가 등 시장전문가 등이 함께 포진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이다.

변호사가 많지 않을 때는 변호사들이 시장을 주도적으로 장악하며 골라서 사건을 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변호사 수가 늘면서 수요자에 해당하는 의뢰인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예전보다 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제대로 된 서비스가 아니고선 경쟁에서 쉽게 이기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지 않은가.

'SL PARTNERS'의 이번 행사가 성공적이었던 데는 고객의 대부분이 기업들로 지속적인 자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SL PARTNERS'의 고객을 중시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한다.

개인변호사든 기업을 주로 상대하는 로펌이든 '고객이 왕'이라는 자세로 의뢰인을 대해야 한다고 본다.

'SL PARTNERS'의 칵테일 파티 참석자들의 웃음소리에 법률사무소 운영이 어렵다고 야단인 여러 변호사들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