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 높이는 계기 됐으면"
"인권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 높이는 계기 됐으면"
  • 기사출고 2004.11.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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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일본어로 인권 관련 책 펴낸 박찬운 변호사]
"일본의 독자들이 한국의 법문화와 내용,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박찬운 변호사
인권문제 전문가로 유명한 박찬운 변호사가 최근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란 책을 일본에서 일본어로 출간했다. 국내 변호사가 일본에서 일본어로 책을 펴 내는 것은 드문 일로, 그의 책에 안팎의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다.

"우리 법률가는 일본 문헌에 쉽게 접근하고 있으나 일본의 법률가들은 우리 문헌에 대해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한글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한일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책을 펴내게 됐다는 박 변호사는 특히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보상청구소송이 일본 법정에서 열리고 있는 등 한일간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책을 출간해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재판도 중요하지만 한일간 인권문제에 대해 일본인들의 이해를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25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있은 한센병 소송 1차 기일에 원고들의 통역을 맡기도 한 그는 12월17일로 예정된 2차 기일엔 원고들의 보좌인이 돼 직접 변론에 나서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0년 변호사가 된 그는 인권문제에 줄곧 관심을 갖고 연구와 함께 변호사로서 인권 신장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98년 미 노틀담대에서 국제인권법에 관한 연구로 법학석사학위(LL.M.)를 받은데 이어 스위스 헤이그에 있는 국제연합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에서 연구조사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에 일본의 현대인문사가 출간한 그의 책은 그동안의 이런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실무 입장에서 본 국제인권법의 적용 문제, 얼마전부터 관심이 부쩍 늘어난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제도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으며, 최근 급속도로 진행중인 사법개혁에 대한 내용과 박 변호사의 에세이 등이 담겨 있다.

"일본은 어떻게 보면 잘 변화하지 않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인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보수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이에 비해 우리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힘차게 추진할 수 있는 역동성과 저력이 있지 않나 합니다."

1년에 여러차례 일본을 방문하는 등 일본 법조계와의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는 그는 인권문제 등 법문화에 대한 한일 국민들 사이의 인식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며, "그 차이를 잘 새겨보면 좋은 결론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한다.

"국제인권법과 한국의 미래"에 대한 일본내 반응이 의외로 좋아 12월3일 저녁 도쿄에 있는 야에스후지야 호텔에서 출판기념회가 예정돼 있는데, 박 변호사와 교분이 있는 일본의 변호사, 법학 교수 등이 주선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이 무렵 도쿄에서 대한변협과 일본변호사연합회와의 정기교류회가 예정돼 있어 변협 관계자들도 출판기념회에 많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간답게 사는 것,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 내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만큼 남도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것을 인정하는 게 바로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운동가라기 보다는 인권법 연구가로 불러달라는 그는 '인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며, "앞으로 국제인권법의 잣대를 가지고 여러 인권문제를 분석해 이 분야의 연구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